#한 여성이 밀가루 반죽에 한창이다. 휴대폰 전화벨이 울리자 잠깐 당황한다. 이제 어떡해야 하나 싶은 순간, 여자가 휴대폰 가까이 손을 흔들자 휴대폰 너머로 “여보세요” 통화음이 들린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면 나타나는 문구 하나. ‘혁신은 이런 것이다’.
팬택이 지난 6일 LTE신제품 모델인 ‘스카이 베가 LTE’를 발표했다. 세계 최고의 해상도, 5배 더 빨라진 최고 속도를 내세운 이번 모델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모션인식 기능’. 스마트폰 중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로, 휴대폰에 손을 대지 않아도 통화를 받거나 앱을 실행시킬 수 있다.
이동통신 새로운 시장인 LTE폰에 승부수를 띄운 팬택이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해, 팬택의 ‘화려한 재기’를 이끌고 있는 박병엽 부회장에게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 망했던 팬택… ‘올인 전략’으로 설욕?
팬택은 이날 ‘LTE 올인’을 선언했다. 향후 국내 신제품은 모두 LTE 지원 단말기로 출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 연말에는 LTE폰에 이어 태블릿PC 등을 선보이며 LTE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이는 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된 셈이다.
LTE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 하지만 팬택은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올인’을 선포했을 때도 같은 우려를 샀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올 초 피처폰(일반폰) 단종을 발표하는 등 ‘스마트폰 전문 제조사’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날 선보인 LTE폰 역시 박 부회장은 “전체 트렌드에서 기술 해석을 잘 한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팬택의 변곡점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그는 1991년 직원 6명과 함께 ‘삐삐’를 생산하는 업체로 팬택을 설립, 1997년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했다.
무선호출기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그의 결단은 옳았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는 등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2006년 해외 진출 부진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 박 부회장 역시 회사 부채 8000억원에 보증을 서고 약 4000억원 가량의 지분을 회생자금으로 내놓고 빈털터리 CEO가 됐다. 이후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으로 회사 살리기에 앞장 선 덕에, 팬택은 올해 3분기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퀄컴이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로열티를 출자전환하는 형식으로 투자를 결정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팬택이 퀄컴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는 약 7000만 달러. 박 부회장이 2년에 걸쳐 집요하게 퀄컴 본사를 찾아 폴 제이콥스 회장을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올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지난 9월25일 채권단이 공개 매각을 추진한 이후, 업계에서는 조심스레 박 부회장이 다시 팬택의 ‘주인’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 쟁쟁한 스마트폰 경쟁자들 속에서도 ‘베가 레이서’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성과를 인정 받은 덕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채권단과 주주들로부터 그간의 헌신을 인정 받아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 받은 바 있다. 팬택 전체 발행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스톡옵션도 배정 받았다. 현재로서는 박 부회장이 갖고 있는 팬택의 지분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원한다면 충분히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이에 대해 “꼭 나일 필요는 없다. 팬택을 살리는 게 먼저다”며 “채권단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 ‘남보다 먼저’ ‘끈질기게’ 혁신 이끌어
지난 10년간 연구개발비만 2조원.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꾸준히 연 매출의 10% 정도를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 왔다. 팬택은 휴대폰 단말기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 기업’이라는 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철저하게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팬택은 임직원의 60%가 연구개발 인력으로 국내외 특허 3300여건, 출원중인 지적재산권만 1만3700여권에 달한다. 지난해 사내에 기술전략본부를 신설한 것도 박 부회장의 이 같은 의지가 컸다. ‘남들보다 먼저 준비해야 승산이 더 높아진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박 부회장은 휴일도 없이 일하며 기술개발에 정성을 쏟아 붓기로 유명한 일벌레 CEO의 대명사다. 명절 휴일도 쪼개가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택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박 부회장의 성향이 팬택의 기업 문화에도 자연스레 녹아 들어 있다고 말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6시30분 팬택에서는 팀장급 이상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가 열린다. 회의 때문에 일반 업무에 방해를 받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남들보다 먼저 일주일을 시작하는 팬택 직원들은, 새해업무도 경쟁사보다 먼저 시작한다. 11월이 되면 모든 업무체계를 앞당겨 처리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팬택 직원들은 ‘금연’ ‘저축’ 등의 새해 계획을 11월에 세운다고 말할 만큼, 다음해를 위한 업무 준비도 앞서간다.
1년에 두 차례 구성원들에게 주어지는 ‘마사이상’과 ‘펭귄상’도 대표적이다. 마사이족이 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닌다는 데서 이름을 따온 마사이상은 집요하고 치밀한 승부근성을, 펭귄 무리의 이동 시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에서 이름을 따온 펭귄상은 과감한 도전정신을 나타낸다. ‘남 보다 먼저’, ‘끈질기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도전정신과 승부근성으로 대기업 틈바구니의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선언한 중견기업 팬택의 저력을 얕볼수 없는 이유다.
팬택이 지난 6일 LTE신제품 모델인 ‘스카이 베가 LTE’를 발표했다. 세계 최고의 해상도, 5배 더 빨라진 최고 속도를 내세운 이번 모델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모션인식 기능’. 스마트폰 중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로, 휴대폰에 손을 대지 않아도 통화를 받거나 앱을 실행시킬 수 있다.
이동통신 새로운 시장인 LTE폰에 승부수를 띄운 팬택이 다시금 부활의 날갯짓을 할 수 있을까. 창립 20주년을 맞은 올해, 팬택의 ‘화려한 재기’를 이끌고 있는 박병엽 부회장에게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 망했던 팬택… ‘올인 전략’으로 설욕?
팬택은 이날 ‘LTE 올인’을 선언했다. 향후 국내 신제품은 모두 LTE 지원 단말기로 출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 연말에는 LTE폰에 이어 태블릿PC 등을 선보이며 LTE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결단력이 돋보이는 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된 셈이다.
LTE 시장이 이제 막 태동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너무 앞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 하지만 팬택은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올인’을 선포했을 때도 같은 우려를 샀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팬택은 올 초 피처폰(일반폰) 단종을 발표하는 등 ‘스마트폰 전문 제조사’로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해 왔다. 이날 선보인 LTE폰 역시 박 부회장은 “전체 트렌드에서 기술 해석을 잘 한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 부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팬택의 변곡점에서도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그는 1991년 직원 6명과 함께 ‘삐삐’를 생산하는 업체로 팬택을 설립, 1997년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했다.
무선호출기 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그의 결단은 옳았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하는 등 삼성전자에 이어 업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2006년 해외 진출 부진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 박 부회장 역시 회사 부채 8000억원에 보증을 서고 약 4000억원 가량의 지분을 회생자금으로 내놓고 빈털터리 CEO가 됐다. 이후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으로 회사 살리기에 앞장 선 덕에, 팬택은 올해 3분기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퀄컴이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로열티를 출자전환하는 형식으로 투자를 결정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팬택이 퀄컴에 지급해야 할 로열티는 약 7000만 달러. 박 부회장이 2년에 걸쳐 집요하게 퀄컴 본사를 찾아 폴 제이콥스 회장을 설득한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올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지난 9월25일 채권단이 공개 매각을 추진한 이후, 업계에서는 조심스레 박 부회장이 다시 팬택의 ‘주인’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 삼성전자 등 쟁쟁한 스마트폰 경쟁자들 속에서도 ‘베가 레이서’로 안정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성과를 인정 받은 덕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채권단과 주주들로부터 그간의 헌신을 인정 받아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 받은 바 있다. 팬택 전체 발행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스톡옵션도 배정 받았다. 현재로서는 박 부회장이 갖고 있는 팬택의 지분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원한다면 충분히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박 부회장은 이에 대해 “꼭 나일 필요는 없다. 팬택을 살리는 게 먼저다”며 “채권단의 결정에 달린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 ‘남보다 먼저’ ‘끈질기게’ 혁신 이끌어
지난 10년간 연구개발비만 2조원.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중에도 꾸준히 연 매출의 10% 정도를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 왔다. 팬택은 휴대폰 단말기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 기업’이라는 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철저하게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팬택은 임직원의 60%가 연구개발 인력으로 국내외 특허 3300여건, 출원중인 지적재산권만 1만3700여권에 달한다. 지난해 사내에 기술전략본부를 신설한 것도 박 부회장의 이 같은 의지가 컸다. ‘남들보다 먼저 준비해야 승산이 더 높아진다’는 생각에서였다.
실제로 박 부회장은 휴일도 없이 일하며 기술개발에 정성을 쏟아 붓기로 유명한 일벌레 CEO의 대명사다. 명절 휴일도 쪼개가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팬택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박 부회장의 성향이 팬택의 기업 문화에도 자연스레 녹아 들어 있다고 말한다.
매주 월요일 아침 6시30분 팬택에서는 팀장급 이상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가 열린다. 회의 때문에 일반 업무에 방해를 받는 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남들보다 먼저 일주일을 시작하는 팬택 직원들은, 새해업무도 경쟁사보다 먼저 시작한다. 11월이 되면 모든 업무체계를 앞당겨 처리하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팬택 직원들은 ‘금연’ ‘저축’ 등의 새해 계획을 11월에 세운다고 말할 만큼, 다음해를 위한 업무 준비도 앞서간다.
1년에 두 차례 구성원들에게 주어지는 ‘마사이상’과 ‘펭귄상’도 대표적이다. 마사이족이 비가 올때까지 기우제를 지닌다는 데서 이름을 따온 마사이상은 집요하고 치밀한 승부근성을, 펭귄 무리의 이동 시 가장 먼저 물에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에서 이름을 따온 펭귄상은 과감한 도전정신을 나타낸다. ‘남 보다 먼저’, ‘끈질기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다.
도전정신과 승부근성으로 대기업 틈바구니의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에서 ‘정면승부’를 선언한 중견기업 팬택의 저력을 얕볼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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