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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9, 2011

‘오세훈 독배’ 받은 박근혜, 10.26은 대세론 서거일?

‘오세훈 독배’ 받은 박근혜, 10.26은 대세론 서거일?(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1-10-07)

박근혜 의원이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선거 이외에는 나서기를 꺼려했던 박 의원이 선거 지원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박근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두 가지 이유

당 안팎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해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당 대표까지 지낸 당내 계파 수장으로서 결과에 따라 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를 끝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선거 지원 의사를 밝히며 박 의원은 이런 얘기를 했다. “한나라당뿐 아니라 우리 정치 전체가 위기다. 당과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나.” 나선 이유가 한나라당 상황 때문만 아니라 여야를 포함한 ‘한국정치’의 위기와 관련돼 있다는 얘기다. ‘안풍’을 겨냥한 발언도 있었다. 박 의원은 ‘정치에 정당은 필수적이며 정당정치가 필요 없다고 하기보다는 고쳐가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당의 요구만이 아니라 ‘안풍’에 밀려 힘을 잃어가는 자신의 입지에 대한 우려까지 복합적으로 판단해 서울시장 선거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 선거는 박 의원에게 아주 고약한 선거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한데다 이겨봤자 본전, 지면 독박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나경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선거 지원 의사를 밝히자마자 나 후보는 ‘박근혜 파워’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열심이다. 나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모두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저에게 전화를 주셨다. 힘을 보태겠다고 해주셨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나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오세훈의 파행을 그대로 안고 선거를 치러야 하는 데다가 야권단일후보와 맞서야 한다. 여론조사에서도 박원순 후보에게 크게 밀린다. 객관적으로 보면 나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구석이 전혀 없다.
나경원 지지자는 곧 박근혜 지지자이며 한나라당 지지자다. 지지층이 완전히 겹친다. 박 의원이 전적으로 나 후보를 지원한다고 해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나 후보 지지율 1~3% 상승하는 것으로 그칠 전망이다.

‘박근혜 효과’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지원과 나경원 후보에 대한 박 의원의 지원은 분명 다르다. 민주당 지지자와 박 후보를 지지하는 ‘안풍’이 크게 겹치지 않아 민주당이 박 후보를 지원한다면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나 후보 지지자는 한나라당 지지자이자 곧 박 의원 지지자이어서 지지층이 완전히 겹친다. 박 의원이 나 후보를 적극 지원한다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얘기다.
선거전문가와 여론조사 기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의원이 전면에 나설 경우 나 후보 지지율은 최대 3% 정도 상승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계에서도 “나 후보 지지율에 박 전 대표 표심이 이미 반영돼 있다”며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불안한 친박 진영, 이미 허약해진 ‘대세론’에 또…

박 의원의 개입으로 10.26재보선의 판이 폭발적으로 커질 수 있다. 박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지원뿐 아니라 전략지역으로 꼽히는 충북 충주와 부산 동구청장 선거지원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교수는 물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까지 야권의 선거 지원에 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10.26재보선은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의미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나 후보가 패한다면 불똥이 박 의원에게 튈 가능성이 높다. 한동안 당과 거리를 둔 채 대통령과 맞서 온 것이 당의 결속력과 지지층 결집에 악영향을 줬다는 비판과 함께 ‘박근혜 가지고 대선 치르기 어렵다’라는 회의론이 등장할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대세론’을 이어가야 하는 박 의원에게 선거 패배는 그야말로 엄청난 재앙이 된다. 죽 이어져야 할 ‘대세론’이 중간에서 뚝 끊기는 형국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끊긴 곳을 뛰어넘어가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30% 초중반에서 표 확장력을 상실한 채 줄곧 보합세를 유지해온 박 의원으로서는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 엉뚱한 시기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상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허약해진 ‘대세론’이 아예 좌초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친박 진영이 불안해하고 있다. 예정에 없던 서울시장 선거전을 놓고 극히 난감해한다. 유승민 최고의원은 “과거와 같이 대규모로 마이크를 잡고 군중을 모으는 식의 선거운동은 아닐 것”이라며 직접적인 선거유세가 아닌 측면 지원에 무게를 실었다. 선거에 ‘올인’해서 떠안게 될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10.26이 ‘박근혜 대세론’ 무덤 되나?

박사모의 반응은 더 민감하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 (박 의원을) 일회용 소모품으로 써서는 안 된다”며 “그 분(박 의원)에게 손톱만큼의 상처도 입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게(박 의원의 선거 불개입) 한나라당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박근혜 대표님이 자진해서 나선다고 해도 나서서 말려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 스스로도 이번 선거를 크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이번 선거가 결국 대선 전초전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이번 보궐선거는) 대선하고는 관계없는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 선거가 자신의 대선 레이스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안풍’에 의해 크게 상처를 입은 ‘대세론’이다. 오세훈에 의해 야기된 서울시장 선거에서 또 한 번 충격을 입는다면 ‘대세론’은 최후를 맞을지도 모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박근혜 대세론’의 무덤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해 대권에 도전하고자 무상급식 문제를 정치화했던 오세훈의 과욕이 한나라당 전체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오세훈 주민투표’라는 아주 작은 행성이 ‘한나라당’에 정면충돌 해 당의 존립기반까지 위협하는 대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오세훈은 범야권에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 셈이다. ‘오세훈 주민투표’에서 비롯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안풍’도 불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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