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초법적’ 테러방지법 시행령
테러대책본부장 요청만으로 가능
15년전 법발의때 논란끝 폐기 전례
투입절차 언급 않고 견제장치 없어
전문가들 “자의적 남용 여지 극대화”
테러대책본부장 요청만으로 가능
15년전 법발의때 논란끝 폐기 전례
투입절차 언급 않고 견제장치 없어
전문가들 “자의적 남용 여지 극대화”
15일 발표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테러방지법) 시행령’에 ‘군사시설 외 군 병력 투입’같이 15년 전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해 제동이 걸린 내용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민감한 사안을 법안이 아닌 정부가 정하는 시행령에 넣은 것은 입법부를 건너뛴 초법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테러방지법 시행령은 국방부 소속 대테러특공대의 활동을 “군사시설 내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한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면서도 “경찰력의 한계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여 대책본부의 장이 요청한 경우 군사시설 이외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적었다. 사실상 군의 민간시설 투입을 장관급인 대책본부장의 요청만으로 가능하게 한 이 조항은, 2001년 정부가 테러방지법에 넣어 발의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강력한 반발에 제동이 걸린 내용이다. 당시 인권위는 “헌법에서 정한 계엄에 의하지 않고 군 병력을 민간에 대한 치안유지 목적으로 동원할 수 있게 했다”며 국회의장을 찾아 반대의견서를 제출했고 법안은 폐기됐다.
군 투입에 대한 절차와 견제는 오히려 이번 시행령에서 후퇴했다. 당시 법안에는 대책회의(대책위원회)가 대통령에게 군 투입을 ‘건의’할 수 있는 정도였고, 국회가 철수를 요청한 때는 이에 응하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뒀지만, 이번 시행령에는 요청 과정과 철수 과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시행령에만 언급된 ‘지역 테러대책협의회’ 역시 15년 전 이미 법안에 등장했다가 문제가 된 내용이었다. 지역테러대책협의회는 각 지역(시·도 등) 행정기관과 정부기관의 테러업무를 아우르는 기관으로, 시행령은 국정원 지부장이 이 기관 의장을 맡도록 했다. 지역테러대책협의회 등은 2001년 법안에서 ‘대테러대책협의회’라는 이름으로 제시됐는데 인권위는 당시 “국가행정체계를 조직과 정원이 공개되지 않는 국정원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는 식으로 재편하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대테러활동을 총괄·조정하는 핵심기관인 ‘대테러센터’의 경우 이번 시행령이 과거 법안들보다 ‘깜깜이’다. 2001년 대테러센터 조직구성은 대책회의 의장과 대통령의 승인을 거쳐 국정원장이 정하도록 했는데, 당시 인권위는 “국정원이 정보 및 보안업무와 제한된 범위의 수사권을 넘어 국가기능 전반에 대한 기획 지도 및 조정 기능을 수행한다”며 반대했다. 이번 시행령에서는 대테러센터의 조직·정원·운영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과거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법안은 시행령으로 넘겼고, 시행령은 이를 슬쩍 끼워넣거나,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히려 정부와 국정원의 자의적인 남용 여지를 극대화했다”며 “테러방지법 시행령은 전반적으로 시행령을 통해 법안 자체를 흔들어버렸던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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