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과정서 돈 대신 비상장주식으로 물납
정부 20% 소유, 2011년 이후 줄줄이 공매 불발
기재부 "수사 일단락 뒤 적정가격 매각"
정부 20% 소유, 2011년 이후 줄줄이 공매 불발
기재부 "수사 일단락 뒤 적정가격 매각"
[서울경제] “그런데 다스는 누구 건가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논란이 있는 ㈜다스 수사가 본격화며 그간의 의혹이 조만간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행어처럼 번졌던 저 질문도 이제는 정답이 공개되겠지요.
이미 알려진 대로 다스의 여러 힘 있는 주주 가운데 하나는 정부입니다. 전체 지분의 5분의 1인 20%가량을 들고 있죠. 정부가 왜 다스 주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부터 살펴볼까요.
2010년 다스 대주주인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사망하자 부인 권영미씨가 재산을 상속합니다. 부부간에도 재산 명의가 바뀌면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요, 이 때 상속세를 낼 현금이 부족하거나 다른 마땅한 재산이 없을 경우에는 비상장주식으로도 납부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권 씨가 416억원의 상속세 대신 낸 게 다스의 비상장주식 지분 19.7%입니다. 그렇게 정부는 원치 않게 다스 지분을 가집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도 많은 의혹들이 제기됩니다. 당시 권 씨는 충북 옥천지역에 임야가 있었습니다. 이 땅을 팔았더라면 충분히 상속세를 낼 수 있었지만 상속세 납부만기일인 그해 8월 31일 갑자기 은행의 근저당이 잡힙니다. 근저당을 가지고 있는 금융사가 이 땅 권리 일부를 주장할 수 있게 된 만큼 정부는 논란이 있는 재산을 굳이 세금 대신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다음 차례인 비상장주식을 받은 거죠.
정부가 다스 경영을 할 이유가 없는 만큼 이듬해부터 다스 주식은 공매에 부쳐집니다. 그런데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올라와 수시로 거래할 수 있는 상장주식은 매일 값어치를 확인할 수 있고 사거나 팔기 쉽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공매에 참여해 주식을 살 수 있지만, 비상장주식은 쉽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그 회사를 속속들이 알지도 못하는데 이 비상장주식에 매긴 가치가 실제와 얼마나 근접할 수 있을지 추정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당장 산 뒤 이를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아서죠. 이 때문에 다스 주식은 지금까지 무려 9년째 정부가 팔지도 못한 채 들고 있게 된 것이죠. 이런 이유로 다스 비상장주식을 세금으로 낸 게 아니라 오히려 안전하게 정부에게 맡긴 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이 계속 불거지자 국민들이 다스 지분을 사서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아보자는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플랜다스의 계)는 150억원을 모금해 공매에 참여하려다 검찰의 다스 수사가 시작되자 어차피 검찰이 주인을 밝혀낼 것인 만큼 굳이 살 이유가 없다며 계획을 철회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부 역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다스 지분 공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사실상 또는 소송상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예상되는 등의 사유로 매각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재산’은 매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스 수사 이후 지분가치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며 “수사 등 분쟁 소지가 사라지면 적정가격에 매각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스 지분이 상속세로 물납되는 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지적과, 오랜 시간 안팔리는 지분 등 각종 지적이 제기되며 비상장주식 물납 과정에서 이런저런 제도 변화가 생깁니다.
먼저 물납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것인데요, 앞서 권씨가 충분한 토지가 있음에도 소액의 근저당 때문에 토지는 그대로 가진 채 비상장주식을 물납했는데 앞으로는 이 경우 토지를 어떻게든 팔아 돈을 마련해 세금을 내거나, 은행에 빚을 갚아 근저당을 풀어 토지를 물납해야 합니다. 토지가치가 충분하면 굳이 정부가 비상장주식을 물납받지 않겠다는 것이죠.
두 번째 변화는 비상장주식을 물납한 본인이 이를 공매를 통해 되살 때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상속세 100만원 대신 비상장 주식 100만원어치를 물납했다고 합시다. 정부는 공매할 때 최초 100만원에 시장에 내놓지만 매수자가 없어 유찰되면 다음 경매부터는 기준가를 계속 깎습니다. 계속 불필효하게 주식을 들고 있는 것보다 조금 깎아서라도 현금하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다는 이유죠. 만일 잇따른 유찰로 기준가가 60만원까지 떨어졌을 때 물납자 자식이 이를 산다면, 납세자 입장에서는 주식은 종전과 같이 소유하면서 60만원만 정부에 낸 셈이 됩니다. 원래 세금으로 100만원 낼 것을 60만원만 납부하니 40만원을 절세한 것이죠.
그래서 정부는 2촌 이내 가족은 물납했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는 되사지 못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한편 비상장주식이 제값에 계속 안팔리는 현실을 고려해 물납 시 비상장주식 가치를 보다 엄격히 매기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는데요, 다만 비상장주식 가치를 과도하게 낮게 평가할 경우 꼭 물납이 아니라 과세할 때도 세금을 적게 부과하는 단점이 있는 만큼 당장 추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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