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스피드 스케이팅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의 인터뷰가 국민 공분으로 이어지며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두 선수가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여론의 불씨는 김보름 선수를 넘어 함께 편애를 받는다고 알려진 이승훈 선수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이승훈 선수는 빙상연맹 관련 부정적 여론이 점화될 때마다 빙상연맹을 감싸왔다. 심지어 좋지 않은 단체경기 성적을 두고 동료 선수를 간접 비난하기도 했다. 빙상계에선 두 선수가 빙상연맹의 오랜 편애를 당연시 여기다가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선수가 출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팀은 7위 성적표를 받았다. 문제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훨씬 앞서 결승점을 통과하며 촉발됐다.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는 경기 초반과 중반 자신들을 이끌어 준 노선영 선수의 체력이 소진되자 함께 달리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먼저 갔다. 팀 추월은 선수 3명이 같이 뛰며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전체의 기록이 되는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이다.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가 일부러 이런 행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옛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A 씨에 따르면 결승점 직전 두 선수를 끌어줬던 노선영 선수가 마지막 바퀴에서 두 선수의 중간에 있어야 했다. 그는 “팀 추월 출전선수는 3명이다. 한 선수가 앞에서 바람의 저항을 막고 달려가 주면 다음 바퀴에서는 앞서 바람을 막아줬던 선수를 가운데에 놓고 뒤에서도 밀어주며 보호해야 한다”며 “마지막 바퀴에서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는 직전 바퀴에서 자신들을 끌어준 노선영 선수를 가운데에 놓지 않고 뒤에 뒀다. 탈진한 노선영 선수가 체력이 달려 뒤처지자 그냥 내달렸다. 일부러 노선영 선수를 망신 주려고 벌인 짓이 아닌가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보름 선수의 행동은 김 선수의 며칠 전 발언과 대치된다. 그는 지난 11일 스피드 스케이팅 1500m 출전을 포기하며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을 통해 “주종목인 팀 추월과 매스 스타트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름 선수는 주종목 가운데 하나로 거론한 팀 추월에서 기록의 기준인 마지막 주자 노선영 선수를 뒤에 빼놓고 달렸다. 팀 추월에 집중하겠다며 1500m를 포기했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면 경기가 이렇게 진행될 순 없는 노릇이다. 또한 매스 스타트는 한국 빙상계에서만큼은 ‘주종목’이 될 수 없다. 선발전 없이 추천제로 국가대표를 뽑기 때문이다. 김보름 선수의 주종목은 1500m와 3000m일 뿐이다.
김보름 선수는 경기 뒤 있었던 인터뷰가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좀 뒤에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며 노선영 선수에게 패인이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지우 선수 역시 김보름 선수의 의견을 거들었다. 그는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노선영 선수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다. 사실 노선영 선수가 떨어질 것도 생각했다. 기록을 좀 늦추더라도 노선영 선수를 밀어야 하나 아니면 기록 단축을 해야 되나 했다. 기록 욕심도 있고 올림픽이다 보니까 그래도 더 큰 도전을 하고 싶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팀 추월은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를 기준으로 기록이 책정되는 ‘단체경기’다. 늦게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이 전체의 기록이다. 기록 욕심 때문에 노선영 선수를 뒤에 놓고 달렸다는 박지우 선수의 발언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뒤처지는 선수가 있으면 체력이 남아 있는 선수들이 앞장 서서 바람의 저항을 막고 밀어주며 셋이 함께 들어와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
일각에서 노선영 선수의 실력을 의심하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500m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노선영 선수는 김보름 선수를 이겼다. 김보름 선수는 여자 3000m 세계 랭킹 30위다. 박지우 선수는 47위다. 노선영은 여자 1500m 세계 랭킹 53위다. 독보적인 선수는 없었다. 노선영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1500m 14위를 차지했다. 김보름 선수는 이번 올림픽 3000m에서 18위를 기록했다. 김보름 선수는 팀 추월과 매스 스타트에 집중하겠다며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박지우 선수의 발언은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박지우 선수는 팀 추월 경기 뒤 인터뷰에서 “김보름 선수가 솔직히 제일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건 사실이다. 거기에 더 보태서 최고의 성적을 보여주려 제가 김보름 선수를 밀어주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밀어주기는 빙상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특정 선수에게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균등한 기회를 박탈당한 선수들의 희생이 강요됐다. 지난달 25일 노선영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들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한 차별 속에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계속 이랬다. 그런데 모두가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선영 선수의 폭로 직후인 지난달 26일 이승훈 선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개인특별훈련방식이 마음에 든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체대에서 개인적으로 따로 훈련을 해 왔다.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특혜를 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올 시즌만 해도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팀 추월 훈련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표선수 중에도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선수가 있어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요즘은 신이 나지 않는다. 빙상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저희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에만 집중할 순 없을까?”라고 일렀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실제 단체경기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건 다름 아닌 이승훈과 김보름 선수였다. 이들은 지난해 국가대표 전지훈련에도 함께 가지 않고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지도 아래 한국체육대에서 개인훈련에 몰두했다. 지난해 9월 일요신문이 한체대에 방문했을 때 이승훈 선수는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개인훈련 중이었다. 김보름 선수는 경기장 위층 헬스장에서 MBC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노선영 선수의 발언도 일요신문 취재 결과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팀 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선수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 한체대에는 쇼트트랙 경기장이 있다. 전명규 부회장이 한체대 교수 신분으로 선수들을 직접 관리해 왔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특혜를 누리는 선수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빙상계에 이미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밀어주기 특혜를 받는 김보름과 이승훈 선수는 단체경기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그 원인을 다른 선수에게 돌리곤 했다. 지난해 2월 23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매스 스타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보름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작전에 말렸다. 일본이 그런 작전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물론 우리도 작전을 짤 수 있지만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며 호흡 이야기를 꺼냈다. 단체경기 연습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이승훈 선수 역시 한 인터뷰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기량이 비슷해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 작전에서 진 것 같다.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면 김보름 선수가 우승할 확률이 높았다“라며 선수 사이의 기량 차이를 부진한 성적의 이유로 꼽았다. 이에 김보름 선수는 ”작전을 펼쳤어도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같이 탄 선수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듯한 이승훈 선수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김보름 선수는 2011년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을 때만 해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다. 이승훈 선수는 당시 3위였다. 둘 다 쇼트트랙 출신 선수라서 매스 스타트에서 유리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와 상비군에는 쇼트트랙 출신 선수가 두 선수 말고도 많다. 은퇴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B 씨는 “그들도 좋은 선수다. 다만 매스 스타트는 다른 경기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런 특혜의 중심에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있다. 이승훈 선수는 금메달의 비결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명규 교수님께서 전담으로 가르쳐주시고 계신다. 그분은 선수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훈련을 시키신다“라며 ”전 교수님의 훈련을 받아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명규 부회장은 지난해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 위주 작전을 짠 건 맞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큰 대회는 모두가 1등 하도록 작전을 짠다”며 “못하는 선수들은 밀어 줘도 1등을 할 수 없다. 줘도 못 먹는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된다. 페이스 메이커를 시킨 선수들은 능력이 안 돼서 외국 선수와 경쟁할 실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지난 19일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 선수가 출전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한국팀은 7위 성적표를 받았다. 문제는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훨씬 앞서 결승점을 통과하며 촉발됐다.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는 경기 초반과 중반 자신들을 이끌어 준 노선영 선수의 체력이 소진되자 함께 달리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먼저 갔다. 팀 추월은 선수 3명이 같이 뛰며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이 전체의 기록이 되는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이다.
경기 직후 인터뷰 중인 김보름 선수. SBS 중계 화면 캡처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가 일부러 이런 행동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옛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A 씨에 따르면 결승점 직전 두 선수를 끌어줬던 노선영 선수가 마지막 바퀴에서 두 선수의 중간에 있어야 했다. 그는 “팀 추월 출전선수는 3명이다. 한 선수가 앞에서 바람의 저항을 막고 달려가 주면 다음 바퀴에서는 앞서 바람을 막아줬던 선수를 가운데에 놓고 뒤에서도 밀어주며 보호해야 한다”며 “마지막 바퀴에서 김보름과 박지우 선수는 직전 바퀴에서 자신들을 끌어준 노선영 선수를 가운데에 놓지 않고 뒤에 뒀다. 탈진한 노선영 선수가 체력이 달려 뒤처지자 그냥 내달렸다. 일부러 노선영 선수를 망신 주려고 벌인 짓이 아닌가 싶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보름 선수는 경기 뒤 있었던 인터뷰가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중간에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좀 뒤에 저희랑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온 것 같다”며 노선영 선수에게 패인이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 중인 박지우 선수. SBS 중계 화면 캡처
박지우 선수 역시 김보름 선수의 의견을 거들었다. 그는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 노선영 선수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었다. 사실 노선영 선수가 떨어질 것도 생각했다. 기록을 좀 늦추더라도 노선영 선수를 밀어야 하나 아니면 기록 단축을 해야 되나 했다. 기록 욕심도 있고 올림픽이다 보니까 그래도 더 큰 도전을 하고 싶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팀 추월은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를 기준으로 기록이 책정되는 ‘단체경기’다. 늦게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이 전체의 기록이다. 기록 욕심 때문에 노선영 선수를 뒤에 놓고 달렸다는 박지우 선수의 발언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뒤처지는 선수가 있으면 체력이 남아 있는 선수들이 앞장 서서 바람의 저항을 막고 밀어주며 셋이 함께 들어와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
일각에서 노선영 선수의 실력을 의심하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500m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노선영 선수는 김보름 선수를 이겼다. 김보름 선수는 여자 3000m 세계 랭킹 30위다. 박지우 선수는 47위다. 노선영은 여자 1500m 세계 랭킹 53위다. 독보적인 선수는 없었다. 노선영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1500m 14위를 차지했다. 김보름 선수는 이번 올림픽 3000m에서 18위를 기록했다. 김보름 선수는 팀 추월과 매스 스타트에 집중하겠다며 1500m 출전을 포기했다.
박지우 선수의 발언은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박지우 선수는 팀 추월 경기 뒤 인터뷰에서 “김보름 선수가 솔직히 제일 큰 역할을 맡고 있는 건 사실이다. 거기에 더 보태서 최고의 성적을 보여주려 제가 김보름 선수를 밀어주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경기 직후 김보름 박지우 선수가 떠난 뒤 혼자 남아 힘겨워 하는 노선영 선수와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밥 데 용 코치. SBS 중계 화면 캡처
밀어주기는 빙상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특정 선수에게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균등한 기회를 박탈당한 선수들의 희생이 강요됐다. 지난달 25일 노선영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들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심한 차별 속에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다. 작년, 재작년에도 계속 이랬다. 그런데 모두가 쉬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선영 선수의 폭로 직후인 지난달 26일 이승훈 선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개인특별훈련방식이 마음에 든다는 발언을 했다.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 이전부터 지금까지 한국체대에서 개인적으로 따로 훈련을 해 왔다. 효과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특혜를 받는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올 시즌만 해도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팀 추월 훈련을 별도로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표선수 중에도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훈련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선수가 있어 손발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요즘은 신이 나지 않는다. 빙상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저희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에만 집중할 순 없을까?”라고 일렀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실제 단체경기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건 다름 아닌 이승훈과 김보름 선수였다. 이들은 지난해 국가대표 전지훈련에도 함께 가지 않고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지도 아래 한국체육대에서 개인훈련에 몰두했다. 지난해 9월 일요신문이 한체대에 방문했을 때 이승훈 선수는 쇼트트랙 경기장에서 개인훈련 중이었다. 김보름 선수는 경기장 위층 헬스장에서 MBC 캠페인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지난해 9월 국가대표 전체가 캐나다로 전지훈련 간 사이 이승훈과 한체대에 남았던 김보름. MBC 캠페인을 촬영하고 있다.
노선영 선수의 발언도 일요신문 취재 결과를 뒷받침한다. 그는 “지난해 12월 10일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팀 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선수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 한체대에는 쇼트트랙 경기장이 있다. 전명규 부회장이 한체대 교수 신분으로 선수들을 직접 관리해 왔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특혜를 누리는 선수들이 이를 당연시 여기는 풍토가 빙상계에 이미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밀어주기 특혜를 받는 김보름과 이승훈 선수는 단체경기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그 원인을 다른 선수에게 돌리곤 했다. 지난해 2월 23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매스 스타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보름 선수는 한 인터뷰에서 “일본의 작전에 말렸다. 일본이 그런 작전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했다. 물론 우리도 작전을 짤 수 있지만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며 호흡 이야기를 꺼냈다. 단체경기 연습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이야기다.
이승훈 선수 역시 한 인터뷰에서 ”작전을 수행하려면 기량이 비슷해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 작전에서 진 것 같다.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면 김보름 선수가 우승할 확률이 높았다“라며 선수 사이의 기량 차이를 부진한 성적의 이유로 꼽았다. 이에 김보름 선수는 ”작전을 펼쳤어도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라며 같이 탄 선수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듯한 이승훈 선수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김보름 선수는 2011년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을 때만 해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다. 이승훈 선수는 당시 3위였다. 둘 다 쇼트트랙 출신 선수라서 매스 스타트에서 유리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와 상비군에는 쇼트트랙 출신 선수가 두 선수 말고도 많다. 은퇴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B 씨는 “그들도 좋은 선수다. 다만 매스 스타트는 다른 경기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런 특혜의 중심에는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있다. 이승훈 선수는 금메달의 비결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명규 교수님께서 전담으로 가르쳐주시고 계신다. 그분은 선수의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훈련을 시키신다“라며 ”전 교수님의 훈련을 받아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명규 부회장은 지난해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선수 위주 작전을 짠 건 맞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큰 대회는 모두가 1등 하도록 작전을 짠다”며 “못하는 선수들은 밀어 줘도 1등을 할 수 없다. 줘도 못 먹는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안 된다. 페이스 메이커를 시킨 선수들은 능력이 안 돼서 외국 선수와 경쟁할 실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 국대 선발도 특정 선수 맞춤형? 빙상연맹이 특정 선수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국가대표 선발 방식조차 특정 선수에게 맞춤형으로 변경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대형 경기로는 처음 매스 스타트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당시엔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었다. 동계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선발 방식은 선발전에서 추천제로 바뀌었다. 장거리 1위를 우선선발하고 장거리 후순위 가운데 연맹의 추천을 받는 식이었다. 김보름 선수는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선수였다. 이승훈 선수는 당시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했었다. 규정이 바뀐 뒤 둘은 줄곧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전명규 부회장은 “이번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백철기 감독의 요청으로 바뀐 것”이라며 자신의 개입이 없었다고 말했다. 백철기 감독이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건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매스 스타트 국가대표 선발전이 사라진 건 백철기 감독 부임 전인 2011년부터였다. 전 부회장은 “그건 그 전 감독이 요청했다”고 대답했다. [최] |
| 이승훈은 7년간 밀어주기 수혜자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때도 밀어주기는 있었다. 당시 김민석 선수는 ”여자 매스 스타트에서 일본의 작전을 보고 우리도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갔다. 일본 선수들을 견제하면서 이승훈 선수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했다“며 “이진영 선수와 같이 일본 츠치야 선수를 견제했다. 이승훈 선수가 4관왕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훈 선수는 이에 “후배들이 나를 위해 희생해 준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밀어주기 역사는 매스 스타트 도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초 매스 스타트가 처음 도입된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때 밀어주기가 등장했다. 이승훈 선수는 그때부터 지금껏 7년간 밀어주기의 수혜자였다. 박석민과 고태훈 선수는 매스 스타트 경기 중반까지는 선두 자리에서 레이스를 주도했다. 이른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일본의 히라코 히라키와 카자흐스탄의 드미트리 바벤코 선수 등의 체력을 빼거나 길을 막으며 견제했다. 이승훈 선수는 뒤에서 체력을 안배하다 2바퀴도 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비축한 힘으로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승훈 선수는 동계 아시안게임 매스 스타트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승훈 선수의 이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었다. 이승훈 선수를 밀어주느라 힘을 다 뺀 박석민과 고태훈 선수는 각각 8위와 10위로 밀려났다. 이승훈 선수보다 어린 두 선수는 이후 빙상계를 떠났다. [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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