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 의원의 올림픽 조직위원 파면 청원 참여자가 23만 명이 넘었다. 나경원 의원은 ‘조직된 정권 지지자들의 청원’이라며 ‘자신의 파면을 정부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
ⓒ 임병도 |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을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직에서 파면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23만 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30일 내에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 등 정부가 공식적인 답변을 하게 돼 있다. 아직 정부의 답변은 없는 상황이지만, 나경원 의원은 지난 23일 <조선일보>와 가진 통화에서 "조직된 정권 지지자들의 청원이며, 위원직 임명은 올림픽조직위의 권한으로 정부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 마디로 파면 청원 참여자가 수십만 명이 넘어도 자신을 파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나경원 의원을 직접 파면할 수는 없다. 답변 또한 원론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불과 4일 만에 수십만 명의 국민이 왜 나경원 의원의 파면을 요구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을 정치 싸움으로 변질시키다
나경원 의원의 조직위원 파면 청원이 올라온 직접적인 계기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으로 IOC에 남북한 단일팀 반대 서한을 보냈기 때문이다. 남북 단일팀 참여를 극찬하는 외신 보도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 남북 공동입장, 단일팀 합의에 관한 주요 외신 반응 | |
ⓒ 인터넷 커뮤니티 |
한국 아이스하키팀 선수의 상황을 이해하며 남북 단일팀 참가에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의 목적은 아이스하키팀 선수가 아닌 문재인 정부 흔들기로 읽힌다.
나 의원이 올림픽 조직위원이라 선수를 생각한다면 아이스하키팀에 대한 지원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평양올림픽' 운운하며 외부의 힘을 빌리는 모습은 여야를 떠나 올림픽 조직위원의 자세는 아니다.
김연아보다 먼저 받은 체육훈장
▲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는 서훈 규정 개정에 따라 2014년에는 청룡장 훈장을 받지 못했다. 그해 청룡장은 나경원 의원이 받았다. | |
ⓒ 임병도 |
나경원 의원 조직위원 파면 청원에 수십만 명이 참여한 배경 중에는 김연아 선수가 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김연아 선수는 평창올림픽, 동계올림픽과 떼어놓을 수 없는 '피겨 여왕'이다.
평창올림픽 유치에 가장 큰 공로자이기도 했던 김연아 선수는 나경원 의원보다 뒤늦은 2016년에 청룡장 훈장을 받았다. 2014년에 개정된 체육분야 서훈 규정 때문이다. 그해 청룡장 훈장을 받은 주인공은 바로 나경원 의원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청룡장 수상 규정을 1000점에서 1500점으로 올렸다. 올림픽의 경우 금메달(600점) 2개와 은메달(360점) 1개 이상을 따야 받을 수 있게 했다.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합해도 점수가 1424점으로 청룡장을 받지 못했다.
2014년 나경원 의원이 청룡장을 받자, 많은 누리꾼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문체부는 나 의원이 평창스페셜올림픽 유치 및 성공적 개최에 대한 공로가 있다면서 훈장 수여는 정당했다고 밝혔다.
서훈 규정에 적합하다고 해도, 열심히 훈련해 한국에 메달을 안겨준 선수보다 정치인이 우선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나경원 의원의 청룡장 훈장 서훈을 취소해달라'는 요청이 올라온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거짓말 정치인을 퇴출시키겠다는 국민
▲ 나경원 의원은 자위대 행사 참석과 장애인 목욕 사진 사건 등이 벌어지자 해명했지만, 관련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 |
ⓒ 임병도 |
최근 나경원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배경에는 '이제는 거짓말 하는 정치인을 퇴출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지도 담겨 있다. 여당과 야당일 때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해도, 대외적인 국제 행사를 두고도 말을 바꾸는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는 표현이다.
특히 나경원 의원은 정치인으로 '거짓말' 때문에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2004년 나경원 의원은 주한일본대사관에서 주최한 일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나 의원은 "행사 내용을 모르고 참석했다가 뒤늦게 알고 돌아왔다"라고 주장했지만, '자위대' 행사를 알고 있었다는 동영상이 공개돼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나 의원이 장애인을 목욕시키는 사진을 찍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나 의원은 "장애인 시설에 봉사하러 왔다가 마침 와 있던 기자에게 찍힌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반사판과 조명까지 있었던 사진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2016년 <뉴스타파>는 나경원 의원의 딸이 대학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2년 대학 입학 실기 심사위원장 이병우 교수는 이듬해인 2013년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당시 스페셜 올림픽 위원장은 나경원 의원이었다.
나 의원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사안을 보도한 기자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걸었다. 사법부의 판단은 어땠을까.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뉴스타파> 기자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나 의원과 성신여대 총장을 비롯한 입학 관련 교수들은 공인이고 대학입시는 공공성을 갖는 사안"이라면서 "감시와 비판은 상당성(타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이상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 (보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단순히 나경원 의원의 '남북 단일팀 올림픽 참가 반대' 때문에 조직위원 파면 청원이 올라온 게 아니다. 자주 거짓말과 말바꾸기를 했던 과거 행적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23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청원에 동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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