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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는 이승훈의 상대가 되질 못했다.
이승훈이 2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이 종목 올림픽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이승훈은 결승선 반 바퀴를 남겨놓고 폭풍 질주한 끝에 벨기에의 바트 스윙스, 네덜란드의 코엔 페르베이를 따돌리고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 60점을 따며 1위를 차지했다.
이날 결승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이승훈과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빙속 스타 크라머의 맞대결이었다. 매스스타트는 3명 이상의 선수들이 헬멧을 쓰고 한꺼번에 레이스를 펼쳐 승자를 가리는 대회다. ‘롱트랙의 쇼트트랙’을 불릴 만큼 쇼트트랙 성격이 강하다. 이승훈은 2010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하기 전까지 쇼트트랙이 주종목이어서 매스스타트에 강하다. 이번 시즌 3차례 월드컵 대회 중 두 차례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새 변수가 등장했다. 이번 대회까지 올림픽에서만 금메달을 4번이나 딴 장거리 최강자 크라머가 매스스타트 출전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대회에 나선 적은 없지만 국내대회에선 몇 차례 한 적이 있다”며 이승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승훈은 이에 “매스스타트라면 자신 있다”며 크라머와의 명승부를 예고했다.
둘은 이날 준결승에서 일찌감치 결승행에 필요한 점수를 획득한 뒤 체력을 아꼈다. 그리고 결승에서 다른 14명의 선수들과 함께 달렸다. 결과는 이승훈의 완승, 크라머의 참패였다. 크라머는 총 16바퀴를 도는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3바퀴를 앞두고 먼저 질주하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라면 모르겠지만 그의 스케이팅이 워낙 탁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크라머의 독주는 오래가지 않아 끝났다. 그는 너무 일찍 지쳐있었고, 곧 이승훈 등 후발 주자에 따라잡였다. 이승훈이 맨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태극기를 휘날릴 때 크라머는 가뿐 숨을 몰아쉬며 들어왔다. 순위는 꼴찌였다. 너무 싱거운 승부였다. 매스스타트에서 크라머는 이승훈의 상대가 아니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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