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부처가 컨트롤타워 역할 못 해
폭로한 피해자들 ‘2차 피해’ 대책 부족
“도대체 여성가족부는 뭐하고 있는 거죠?”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바람이 법조계, 문화예술계, 대학가 등 전방위로 퍼져 나가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움직임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회적 파장이 큰 폭로가 터질 때마다 부처별로 ‘땜질식 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컨트롤타워가 없을 뿐아니라 폭로를 감행한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를 줄일 실질적 대책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21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서지현 검사가 미투 운동에 첫 스타트를 끊은 이후 부처별로 대책이 쏟아졌다. 검찰과 법무부는 조사단과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신고ㆍ상담창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여가부도 공공기관 성폭력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3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성희롱 실태조사를 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중구난방 식에 머물고 있다. 문체부 산하 성평등문화정책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문화예술계가 독자적인 신고센터 설립을 요구한 것은 분야의 특수성 때문이지만, 성폭력 전문인력의 개입 없이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이라며 “문체부가 대책 발표 전 여성단체나 유관기관의 의견을 반영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개별 부처 대응만으로 성폭력을 뿌리뽑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여가부가 뒷짐을 진 채 물러나 있으면서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피해자들만 고통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신상을 공개하고 맞고소를 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면에 나서야 하느냐”며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선 여가부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범 정부차원의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를 임시 구성하고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절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라도 여가부가 기존의 신고ㆍ상담ㆍ구제 제도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 미투 운동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체계적인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여가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실태조사와 예방지침 보급 등 장기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현재 발생하는 문제에 즉각 대응은 어렵다”며 “성폭력 신고센터인 1366을 통한 신고 접수와 피해자 지원 절차,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 등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용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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