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글:남지현, 편집:김지현]
경제방송 SBS CNBC는 2월 22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 2018년 시즌 방송을 시작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영상과 주요 내용을 싣는다. - 기자 말
"연례행사처럼 조류독감, 구제역이 생기면 애꿎은 닭, 오리, 돼지 등을 살처분하는데, 이건 우리가 유전적 다양성을 너무나 없애 버렸기 때문에 겪고 있는 재앙입니다. 지금 우리가 기르는 닭과 오리는 거의 복제 닭, 복제 오리 수준이에요. 알을 잘 낳는 닭을 수천 세대 인위적으로 선택하다 보니까 유전적 다양성이 다 사라져 가지고. 그러니 한두 마리만 비실거리면 일주일 후에 만 마리가 다 걸리는 거거든요."
활발한 저술·강연 활동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생태학자 최재천(64)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지난 22일 SBS 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생물다양성 보존과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류독감 등의 근본 해법은 생명 다양성 살리기
▲ 최재천 교수는 조류독감 등 전염병으로 대규모 살처분이 반복되는 재앙을 막으려면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 SBSCNBC |
조류독감이 문제가 될 때마다 정부는 철새를 감염원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최 교수는 "유전적으로 다양한 개체가 섞여 있는 철새는 양계장 닭들처럼 몰살 당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알을 고루 수입해 부화시키는 방법 등으로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 조류독감 등 대규모 전염병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또 (유전자 가위 등의 기술발전에 따라) 대형병원에서 인간의 특정유전자를 갈아 끼울 수 있는 시대가 되면 바로 그 획일화한 유전자 때문에 인류가 몰살 당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회 기후변화포럼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구의 역사에서 기후변화는 언제나 있었던 일이지만 지금의 기후변화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난장판으로 살고 있는 생활방식(화석 연료 남용 등) 때문에 벌어지고 있으며 너무나 급속하게 진행돼 한동안 멈출 수도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내 평생 이런 날씨는 처음'이라는 등 뭔가 느끼고 있지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는 모른다"라며 "미지근한 물에 들어가 있다가 물이 서서히 끓으면서 죽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일상에서 에너지절약 등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매일 7km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일회용 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갖고 다니는 자신의 습관을 소개했다. 그는 특히 농약을 덜 써서 '벌레 먹은 사과'를 소비자들이 너도 나도 찾으면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대강 반대했다가... 계좌추적, 연구비 중단 등 탄압받아
▲ 최재천 교수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반대로 인해 계좌추적, 세무조사, 연구비중단 등의 탄압을 받았던 일을 회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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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로서 오랫동안 환경운동에 앞장서 온 최 교수는 22일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가 계좌추적, 세무조사, 연구비 중단 등 탄압 받았던 일을 회고했다.
그는 "당시 99%의 생태학자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을 강행했는데, 아무리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 해도 그런 권한까지 가질 수는 없는 것"이라며 "한 국가의 자연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린 것에 대한 책임은 지셔야 한다"라고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013년부터 3년 2개월간 국립생태원장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라는 책을 낸 최 교수는 지도자 혹은 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를 꼽았다. 촛불 집회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끌어낸 시대, 우리 사회에 걸맞은 지도자는 압도하는 대신 어울리고 협력하는 수평적 리더라는 뜻이다.
그는 또 "이를 악물고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자가 말을 많이 하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면 구성원들은 입을 닫기 때문에 힘들어도 꾹 참고 들어야 진정한 소통이 된다는 취지다.
좀 더 삐딱해지고, 강요된 줄에 서지 말라
▲ 최재천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는 압도하고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울리고 협력할 수 있는 수평적 리더라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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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인을 꿈꿨으나 상황에 떠밀려 이과를 선택한 뒤 많은 방황을 겪었다는 최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수업 내용을 받아 적는 대신 (다른 관점에서) 삐딱하게 생각하라", "부모가 강요하는 줄에 서지 말라"고 충고했다.
특히 그는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잘 나가는 직업'에 아이들을 줄 세우려 하지만 지금 잘 나가는 분야가 20년 후에도 계속 잘 나갈 일은 절대 없다는 데 내 목숨을 걸겠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부모는 복종의 대상이 아니라 설득의 대상"이라며 "자신이 줄 서고 싶은 곳에 줄을 서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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