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혐의 일체 부인…"나는 모르는 일"
검찰, '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청구 유력
검찰, '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청구 유력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긴 조사 내내 자신에게 제기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거나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다",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22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이날 오전 6시25분께 귀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9시50분께부터 오후 5시20분께까지 다스 관련 의혹, 이후부터 오후 11시55분께까지는 삼성 소송비 대납 등 뇌물죄 혐의 조사를 받았다. 조서 검토에는 약 6시간이 걸렸다.
21시간에 걸친 조사 내내 이전 대통령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가 "인정하는 부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준비한 질문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지켰다. 검찰 조사가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증명할 일부 증거를 제시한 뒤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도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사실관계가 명백히 드러난 혐의의 경우 측근들에게 책임을 넘겼다. 이 전 대통령은 일부 혐의에 대해 "지시하지 않았고, 보고받지 않았다" 또는 "설령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라고 진술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와 매관매직 등 일부 민간 불법자금 수수 등 뇌물 혐의에 대해 이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 태도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당 부분 드러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이조차 인정하지 않거나 혐의를 부인하는 것 자체가 주요 구속 사유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볼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의있게 소명하지 않고 특검 조사를 회피했던 것이 주요 탄핵사유가 됐고, 검찰 조사과정에서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가 결국 구속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뇌물수수 액이 1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하고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하다'는 등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모르쇠' 전략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이유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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