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경찰청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과 관련해 현재까지 43명의 유명인을 수사망에 올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중 6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정식 수사를 받고 있다. 10명은 범죄 혐의를 확인하는 내사(內査) 단계, 나머지 26명은 내사 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상태다. 사망한 피의자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조증윤 구속, 이윤택 소환임박, 故 조민기는 수사종결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50)씨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미투 가해자 가운데 처음으로 체포됐다. 2007~2012년 사이 미성년자 2명을 수차례 성폭행 한 혐의로 현재 구속된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점에서 범죄 혐의가 무겁고, 피해자들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신속하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상습적 성추행으로 ‘미투 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도 현재 강제수사 선상에 올랐다. 경찰은 이씨를 출국금지하는 한편, 서울 종로구 주거지와 밀양연극촌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씨 수사는 지난달 28일 피해자 16명이 “이씨의 성폭력을 처벌해 달라”며 고소한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경찰은 수일 내 이씨를 소환할 예정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김영빈(63)씨도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포함, 현재 모두 6건의 성폭력 사건을 정식 수사하고 있다. ▲안병호(71) 전남 함평군수 ▲전주대학교 문화융합대학 박 모 교수 ▲래퍼 던 말릭(22·본명 문인섭)도 성추행 혐의 등으로 피의자 신분이다. 이들 3명 전원(全員)이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숨진 배우 고(故) 조민기(53)씨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경우다. 그는 경찰 소환 사흘 전 자택 지하 1층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내사단계 10人 영화감독 김기덕, 박중현 명지전문대 교수 등 내사는 경찰이 정식 수사에 돌입하기 전에 벌이는 수사 단계다. 경찰은 10명의 성폭력 가해자를 내사 리스트에 올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앞서 “내사 중인 사건 가운데 정식 수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도 있다”고 밝혔다.
‘안마’ 명목으로 제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중현(56)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수,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영화감독 김기덕(58)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014년 한 여성 활동가를 성추행했다는 의혹과 관련,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 김덕진(45)씨를 내사하고 있다. 당시 그는 밀양 송전탑 반대 활동을 하면서 만난 여성인권활동가에게 “가만히 있어보라”며 강제로 키스하는 등 성추행 한 혐의다. 그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린 천주교인권위는, “너무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진작가 로타(40·본명 최원석)도 미성년자인 여성모델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비서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지사에 대해서는 경찰단계에서 내사를 종결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수사는 검찰의 ‘안희정 수사팀’으로 일원화됐다. 충남지역에서 오래 근무한 공무원 A씨 “충남에서는 8년째 도지사를 역임한 안희정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안 전 지사 입김이 덜한 서울에서 수사받기를 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조재현(53)씨와 하용부(63) 전 밀양연극촌 촌장을 비롯한 26명은 내사 이전의 ‘사실관계 확인’ 단계다. 경찰은 내사단계의 사건, 사실관계 확인단계의 사건은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진행상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성추행 의혹이 폭로된 정봉주 전 의원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 경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사망에 올랐는지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檢 별개로 미투 수사… 안희정 전 충남지사, 안태근 전 검사장 등 거물급 검찰은 경찰과 별개로 ‘미투 수사’를 진행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수사만 5건이다. 서울 서부지검은 ‘안희정 성폭행 전담팀’을 꾸렸다. 오정희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팀장으로 모두 4명의 검사가 사건을 수사한다. 안 전 지사와 그를 성폭행·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김지은씨는 지난 9일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같은 날 서부지검 청사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동선이 겹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이 각각 3층, 4층 다른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청사 구조상 마주칠 일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 내 성추행 사건도 있다. 이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3명 규모의 ‘성추행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 동부지검장)’은 현재 4건의 성폭력 사건을 동시 수사하고 있다. 서 검사가 폭로한 안태근 전 지검장 성추행 의혹이 대표적이다. 안 전 지검장은 지난달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단은 이와 별개로 전직 검사·수사관의 성폭력 사건 등 3건의 성폭력 사건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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