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결국…재벌 규제 아닌 ‘구제’
▲제일모직 총수일가 지분율
삼성물산과 합병 후 46%→30% 뚝
현대글로비스 ‘덩어리 지분매각’
공정거래법 기준 0.01% 차로 회피
“내부거래금액 기준 과세 필요
지나친 예외조항도 손질해야”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규제는 상법과 상속·증여세법(상증세법),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다. 2010년 규제가 강화된 시점을 전후해 기업들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조절’, 상법(지배주주 지분율 50% 이상)과 공정거래법(상장회사 30% 이상)의 규제를 피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주로 합병과 지분 매각 방식을 동원했다.
■계열사 ‘합병’으로 몸집 키우기
합병을 시도한 대표적인 곳은 삼성그룹의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NS다. 제일모직은 지배주주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지난해 말 지분율은 45.56%였다. 지난 7월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지배주주 지분율은 30% 안팎으로 줄었다. 내부거래 비중도 평균 40%대에서 20%대로 떨어졌다. 통합삼성물산이 지난 9일 공시한 지배주주 보유지분은 이 부회장 16.5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각 5.51%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86%이다. 합병 전후 지배주주 지분율이 50% 미만이라 상법상 규제를 받진 않는다. 그러나 서기호 의원은 “일감몰아주기가 의심되어도 기준이 너무 느슨해 법망을 피해가기 쉽다. 현행 상법이 재벌 승계를 뒷받침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합병 이후 지배주주들의 지분율(30.4%)은 소규모 매각만 해도 공정거래법 처분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13년 삼성SDS와 합병한 삼성SNS도 마찬가지다. 합병 전 이 부회장 지분율은 45.9%였다. 상법 규제대상은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엔 걸릴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합병 이후 지배주주 지분율이 19.05%로 대폭 하락했다.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SK그룹의 SK(주)(옛 SK C&C)도 ‘합병’ 이후 규제에서 벗어났다. 2009년 옛 SK C&C 상장 직후 최태원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한때 55%였다. 하지만 올해 SK(주)와 합병하면서 지분율이 30.88%까지 떨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현대엠코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지난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되기 전(2005~2014년) 지배주주 지분율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이사 회장 10%,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25.06%였다. 합병 이후엔 정 회장 4.68%, 정 부회장 11.72%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결국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비상장회사 규제기준 20%)에서 제외됐다. 서 의원은 “합병이 지배주주의 부는 변동 없이 규율만 피할 수 있게 한다”고 우려했다.
■지배주주 주식 팔아 지분율 낮추기
규제를 벗어날 정도로만 지분을 매각해 법망을 피해간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가 우선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100% 출자했다. 2010년까지 두 사람의 지분은 50%를 넘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엔 ‘블록딕 매각’(기관이나 큰손의 주식 매각)으로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29.99%까지 떨어졌다. 지분 매각으로 공정거래법 규제기준에 0.01% 모자라는 지분율을 ‘만들었다’.
현대산업개발그룹의 아이컨트롤스도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2005년 현대산업개발과 아이앤코스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 정 회장 지분율은 51.08%가 됐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 정 회장은 보유지분 약 6%를 계열사에 매각, 지분율이 44.09%로 떨어졌다. 상법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증자를 해 9월 현재 정 회장 지분율은 29.89%까지 줄었다. 공정거래법 규제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지분 전부를 매각해 이익을 실현한 경우도 있다. CJ GLS(현 CJ대한통운)는 규제 시행 전 지분을 모두 매각한 사례다. 2006년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제기되자 2011년 이 회장은 보유 지분을 모두 CJ에 매각했다. 이후 CJ GLS는 CJ대한통운에 합병됐다.
■관련법들 문제점 수두룩
현행 법령들은 일감몰아주기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법의 경우, 실제 지배주주 지분율이 50% 미만인 회사가 다수라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 의원은 “규제대상 회사의 지분요건을 공정거래법과 동일하게 20%로 낮춰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조항도 들쭉날쭉이다. 규율 대상을 이사만 한정한 조항이 있는가 하면 이사의 특수관계자까지 범위를 넓힌 조항도 있다. 유사한 위반 행위에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
상증세법상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개선이 필요하다. 법은 내부거래 비율 30% 초과 시 규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합병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거래 비중이 낮더라도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부당이익제공’에 대한 규제도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지분요건을 동일하게 20%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장회사가 사익을 편취할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서 의원은 “긴급성을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경우로 한정하는 등 엄격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일모직 총수일가 지분율
삼성물산과 합병 후 46%→30% 뚝
현대글로비스 ‘덩어리 지분매각’
공정거래법 기준 0.01% 차로 회피
“내부거래금액 기준 과세 필요
지나친 예외조항도 손질해야”
재벌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규제는 상법과 상속·증여세법(상증세법),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다. 2010년 규제가 강화된 시점을 전후해 기업들이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조절’, 상법(지배주주 지분율 50% 이상)과 공정거래법(상장회사 30% 이상)의 규제를 피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주로 합병과 지분 매각 방식을 동원했다.
■계열사 ‘합병’으로 몸집 키우기
합병을 시도한 대표적인 곳은 삼성그룹의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SNS다. 제일모직은 지배주주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지난해 말 지분율은 45.56%였다. 지난 7월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지배주주 지분율은 30% 안팎으로 줄었다. 내부거래 비중도 평균 40%대에서 20%대로 떨어졌다. 통합삼성물산이 지난 9일 공시한 지배주주 보유지분은 이 부회장 16.54%,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각 5.51%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2.86%이다. 합병 전후 지배주주 지분율이 50% 미만이라 상법상 규제를 받진 않는다. 그러나 서기호 의원은 “일감몰아주기가 의심되어도 기준이 너무 느슨해 법망을 피해가기 쉽다. 현행 상법이 재벌 승계를 뒷받침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합병 이후 지배주주들의 지분율(30.4%)은 소규모 매각만 해도 공정거래법 처분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이다.
2013년 삼성SDS와 합병한 삼성SNS도 마찬가지다. 합병 전 이 부회장 지분율은 45.9%였다. 상법 규제대상은 아니지만 공정거래법엔 걸릴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합병 이후 지배주주 지분율이 19.05%로 대폭 하락했다. 공정거래법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SK그룹의 SK(주)(옛 SK C&C)도 ‘합병’ 이후 규제에서 벗어났다. 2009년 옛 SK C&C 상장 직후 최태원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한때 55%였다. 하지만 올해 SK(주)와 합병하면서 지분율이 30.88%까지 떨어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현대엠코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지난해 1월 현대엔지니어링에 흡수합병되기 전(2005~2014년) 지배주주 지분율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대표이사 회장 10%,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25.06%였다. 합병 이후엔 정 회장 4.68%, 정 부회장 11.72%로 지분율이 낮아졌다. 결국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비상장회사 규제기준 20%)에서 제외됐다. 서 의원은 “합병이 지배주주의 부는 변동 없이 규율만 피할 수 있게 한다”고 우려했다.
■지배주주 주식 팔아 지분율 낮추기
규제를 벗어날 정도로만 지분을 매각해 법망을 피해간 사례도 적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가 우선 꼽힌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100% 출자했다. 2010년까지 두 사람의 지분은 50%를 넘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엔 ‘블록딕 매각’(기관이나 큰손의 주식 매각)으로 지배주주 일가 지분이 29.99%까지 떨어졌다. 지분 매각으로 공정거래법 규제기준에 0.01% 모자라는 지분율을 ‘만들었다’.
현대산업개발그룹의 아이컨트롤스도 지분을 일부 매각했다. 2005년 현대산업개발과 아이앤코스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 정 회장 지분율은 51.08%가 됐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 정 회장은 보유지분 약 6%를 계열사에 매각, 지분율이 44.09%로 떨어졌다. 상법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증자를 해 9월 현재 정 회장 지분율은 29.89%까지 줄었다. 공정거래법 규제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지분 전부를 매각해 이익을 실현한 경우도 있다. CJ GLS(현 CJ대한통운)는 규제 시행 전 지분을 모두 매각한 사례다. 2006년 일감몰아주기 문제가 제기되자 2011년 이 회장은 보유 지분을 모두 CJ에 매각했다. 이후 CJ GLS는 CJ대한통운에 합병됐다.
■관련법들 문제점 수두룩
현행 법령들은 일감몰아주기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상법의 경우, 실제 지배주주 지분율이 50% 미만인 회사가 다수라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 의원은 “규제대상 회사의 지분요건을 공정거래법과 동일하게 20%로 낮춰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한 조항도 들쭉날쭉이다. 규율 대상을 이사만 한정한 조항이 있는가 하면 이사의 특수관계자까지 범위를 넓힌 조항도 있다. 유사한 위반 행위에 다른 잣대가 적용될 수 있다.
상증세법상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개선이 필요하다. 법은 내부거래 비율 30% 초과 시 규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합병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거래 비중이 낮더라도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 부당이익제공’에 대한 규제도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의 지분요건을 동일하게 20%로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장회사가 사익을 편취할 경우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서 의원은 “긴급성을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경우로 한정하는 등 엄격하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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