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방송된 <도전! 골든벨> 경기 안양 부흥고등학교 편에서 도전자로 출연한 한주연 학생은 작년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4반 고(故) 김웅기 학생의 조카다. 그는 "비겁한 어른은 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해 화제를 모았으나, KBS 제작진이 이를 거의 편집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 |
ⓒ KBS1 |
KBS 1TV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 방송분에서 한 학생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 대부분 편집된 사실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학생의 아버지가 "(제작진은) 어른으로서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라"며 "제작진의 거짓말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주연 학생의 아버지 한아무개씨는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세월호 때도 오보를 양산해 희생자를 만들었던 언론이, 다시 제 딸을 희생자로 삼으려 한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씨에 따르면 KBS 제작진은 10일 한주연 양에게 전화해 "학생 꿈이 PD라고 들었는데, 팩트를 가지고 세상을 봐야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KBS는 '학생이 걱정되니 언론 대응은 전혀 하지 않겠다'라고 말해 우리를 안심시켜 놓고는, 아이 몰래 미리 해명기사를 올려서 화살을 아이에게로 돌렸다"며 "(제작진은) 어른으로서 그런 구차한 변명은 하면 안 된다, 제 딸은 그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에서 링거를 맞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제 딸에게 거짓말을 한 데 대해 제작진이 사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방송된 <도전! 골든벨> 경기 안양 부흥고등학교 편에서 도전자로 출연한 한주연 학생은 작년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2학년 4반 고(故) 김웅기 학생의 조카다. 그는 당시 김웅기 학생을 떠올리며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했으나, 방송에서는 발언 중 마지막 부분만이 방송됐다.
방송 말미 진행자가 '<도전 골든벨>을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한주연 학생이 "정말 기억하지 않고 싶다고 해서 모른 척하고, 내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하는 비겁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의도적으로 편집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10일 오후 5시께 <헤럴드경제> 기사를 통해 "당시 녹화에선 학생이 너무 긴장해 나머지 앞부분을 들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양의 아버지는 11일 오전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해명이 터무니없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너무 긴장해서 편집됐다'는 제작진 설명과 달리, 한주연 학생은 "녹화 당시 소신껏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떨지 않고 당당하게 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또 "당시엔 출연자들 외에도 수십 명 교직원과 학부모가 있었는데, 이들은 아이 인터뷰를 보며 숙연한 분위기에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며 KBS 해명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제작진 변명 무책임하고 비겁해" vs. 제작진 "정치적 의도 없어" 재차 해명
한씨는 이어 페이스북에서 "KBS 측 해명 기사를 본 후 우리 가족은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다"며 "방송사(KBS) 측의 이런 무책임한 행동은 고3이라 수능이 코 앞인 아이 마음에 큰 상처를 줬다"고 썼다.
전날인 10일 KBS <도전! 골든벨> 제작진이 가족들에게 전화해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돼 언론 대응을 안 하겠다"더니 이와는 다르게 이날 오후 해명 기사가 나갔고, 이에 담긴 해명조차도 가족들에게 말했던 '방송분량 탓에 편집됐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엉뚱하고 구차한 변명이었다는 설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애초 세월호와 관련해 한 학생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한 쪽은 KBS 제작진이었다. "사연이 가슴 아프니 꼭 방송에 나가게 하겠다"던 제작진은 그러나 방송이 나가기 며칠 전, 이 내용이 방송 분량 탓으로 삭제될 것이라고 연락해왔다. "여러 영상을 내보내야 해서 방송 분량에 맞지 않아 편집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 KBS 1TV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 방송분에서 한 학생의 '세월호' 관련 발언이 대부분 편집된 사실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학생의 아버지가 "(제작진은) 어른으로서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라"며 "제작진의 거짓말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아이가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논란이 계속되자, 제작진은 11일 오전 <연합뉴스> 기사를 통해 이와 관련 "제작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편집한 것일 뿐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재차 해명했다.
한편 한주연 학생은 관련 글에 댓글로 "제 소신을 말했는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비록 공영방송인 KBS에는 세월호 이야기라 편집됐지만, 이렇게 이슈화시켜서 다시 한 번 많은 분이 세월호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와달라"며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아버지 한씨를 통해 받은 당시 한주연 학생의 발언 전문이다.
[삭제 발언 전문] "피지도 못하고 진 우리 삼촌, 모두 잊어도 내가 기억할게"
"사랑합니다. 여러분 모두를…"
(단원고 희생자 고 김웅기 학생이 숨지기 전 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남겼던 말)
사실 이 말은 정말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너무 평범한 말이지만 저한텐 좀 특별해요.
저에겐 특별한 삼촌이 있는데요. 늦둥이로 태어나 저랑 나이가 같고 심지어 저보다 생일도 느리거든요. 그 삼촌(외가 쪽 고모 할머니의 아들, 고 김웅기 군)이 한 말이에요.
제 삼촌은 작년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이건 삼촌이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예요.
삼촌 생각을 하면, 저와 제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게 많은 나이인데 펴보지도 못하고 진 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아파요. 제가 삼촌을 잃고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희생자들이) 금방 잊힌다는 거예요. 그래도 아직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울컥하고 고마워요.
(지난해 4월 16일) 제가 야자를 하고 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전화였는데 지금 TV에 나오고 있는 세월호에 삼촌이 타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날 우리 가족은 밤새 뉴스와 SNS만 보면서 기도했어요. 외고모 할머니는 팽목항에서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셨어요. 온 가족이 참 많이 울었죠.
사고 후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이지는 않아요. 외고모 할머니는 삼촌의 마지막 체취만이라도 잃기 싫어 쓰던 물건들도 그대로 두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사망신고도 하지 못하고요.
모든 국민이 유가족처럼 평생 잊지 않고 살 순 없을 거예요. 언젠가는 잊히겠죠.
그래도 가능한 한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 삼촌과 희생자들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제 수능이 끝나고 몇 달 후면 저도 어른이 되잖아요. 제가 어떤 꿈을 이루고 어떻게 살게 될 진 아무도 모르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모른 척하고, 나의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못 본 척하는 비겁한 어른은 되지 않을 거예요.
삼촌에게 한마디 해도 될까요?
'애기 삼촌'! 이 세상 모두가 삼촌을 잊어도 우리는 삼촌의 억울함을 절대 잊지 않을게. 사랑해.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