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제주 출장길 되돌아가·선박안전공단도 제자리로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가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의 선체를 인양하고도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정밀감식을 미루고 있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제주해경은 돌고래호를 추자면 신양항으로 인양한 후 다음날인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3개 기관의 합동 감식을 곧바로 진행키로 했다가 돌연 계획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은 선체를 인양한 날인 9일 국과수와 선박안전공단에 '감식일시 변경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 10일로 잡혔던 감식일정을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국과수 관계자들은 감식일시 변경 요청에 앞서 합동 감식을 10일 진행한다는 공문에 따라 9일 제주로 내려오는 길이었으나 갑작스런 일시 변경으로 인해 연구원으로 되돌아갔다.
선박안전공단도 감식을 미룬다는 해경의 요청으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본부장은 지난 9일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국과수의 업무 일정으로 인해 합동 감식 일정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론 해경이 일정을 변경, 양 기관에 통보하고도 국과수의 일정 탓으로 감식 일시를 바꾼 이유를 돌린 것이다.
해경은 합동 감식 일정을 양 기관에 변경 통보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11일 현재까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합동 감식을 내주 초에 실시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해경의 이런 행보는 돌고래호 실종자·사망자 가족들이 조속한 사고 수습을 요구하는 것과 다른 입장이다.
선체 인양 후 바로 감식에 착수하는 일반적인 사례와도 다르다.
해경은 합동 감식이 이뤄지면 강화플라스틱(FRP) 재질의 소형 낚싯배 구조가 갑판과 기관실 등으로 단조로운데 주목하고 애초 설계도면과 달리 증·개축됐는지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해경은 그동안 생존자 3명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김에 따라 지난 9일 오후와 10일 오전 이들을 상대로 사고 전후 상황을 조사했다.
또 돌고래호 선장(사망)의 아내 이모(42)씨를 대상으로 출항 전 승선 명부를 작성하면서 실제 배에 탑승하지 않은 4명을 포함한 경위 등을 캐물었으나 "남편이 불러주는 대로 적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이씨가 진술,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고래호는 5일 저녁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 전남 해남 남성항으로 가다가 통신이 끊긴 뒤 11시간 가까이 지난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된 채 발견됐다.
해경은 돌고래호 승선 인원을 21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 가운데 1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다른 3명은 구조됐다. 나머지 7명은 실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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