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가 남았지만 이미 평가는 나왔다.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은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무조건 충성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 제거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원내대표 당시 박 대통령과 국회법 문제로 갈등했던 유 의원 공천 여부는 일단 미뤄두고 유 의원계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모두 초토화했다. 조해진·이종훈·류성걸·김희국·권은희 의원이 경선도 없이 축출된 것이다.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도 대부분 공천에서 배제됐다. 복지정책을 두고 박 대통령과 의견차를 보였던 진영 의원도 탈락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배신의 정치 심판’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의 기준으로 정체성을 제시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정체성 평가란 곧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테스트였음을 알 수 있다. 여론조사도 앞서고, 평판도 좋은 의원들을 친박이 아니란 이유로 경선도 없이 탈락시켰다. 조해진 의원이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고, 옳지 않고, 떳떳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드러낼 수도 없는 이유로 낙천시켰다”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인의 생각을 기준으로 정체성을 판단했다면 이는 스스로 공당이 아닌 박근혜 사당임을 시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18대 총선 당시 친이계의 친박 몰아내기 공천에 대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특정 계파) 입맛에 맞춰 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이 입맛에 맞지 않는 세력을 솎아내는 보복공천을 아무렇지 않게 강행했다. 이에 맞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는 이재오 의원 지역구 등 단수추천된 7곳과 우선추천 지역 2곳의 보류 또는 재의를 요청했다. 당이 내분 상황으로 빠져든 것이다. 콘크리트 지지층과 야권 분열을 믿고 어떤 공천을 해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오만함의 결과다.
비박 후보들을 솎아내는 공천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자 박 대통령은 이제 ‘진실한 사람 선택’을 위한 선거 지원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구에 이어 16일에는 부산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았다. 박 대통령의 이날 동선은 진박 후보들이 출마한 지역이나 인접 지역들에 집중됐다.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은 이제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박 대통령은 공천을 좌우하고, 원하는 후보를 지원할 수 있지만 그들을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인 시민들이다. 20대 국회가 국정은 뒷전이고 선거에만 몰두하는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 한마디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그런 의원들로 채워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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