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아바타 ‘아이엠피터가 간다’ 전북 전주에 왔습니다. 전주시(병) 선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김성주 후보와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성주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전주고와 서울대 사학과 선후배 사이입니다. 과거 김 후보는 1996년 정 후보가 전주시 덕진에 출마했을 때 캠프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15대,16대,18대 총선에서 전주덕진에 출마 모두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18대 총선은 처음부터 전주덕진이 아니었습니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하고 2009년 4.29 재보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것입니다. 19대 총선에서도 다시 전북 전주가 아니라 서울 강남을에 도전했고, 낙선하자 19대 재보궐에서 지역구를 바꿔 관악을에 출마했다가 떨어졌습니다.
‘전북 사람’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주 사람들 처지에서는 지역구와 정당을 계속 바꿔가며 오갔던 정 후보의 모습을 무조건 좋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정동영 VS 왜 철새 정치인, 배신자를 또 밀어주나? ’
정동영 후보가 국민의당에 입당하고 전주덕진 출마를 선언했을 때의 지지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김성주 후보에 뒤졌습니다. 2월 22일 중앙일보 조사 때도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보다 9% 가까이 뒤지던 정 후보는 3월 11일 CBS 조사 때는 38.6%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오른 이유는 전주 사람들이 가진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전주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동영 후보의 철새 정치인 모습이 싫어도 그래도 정동영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유는 정동영 후보가 가진 인지도와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선거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정책이나 공약, 능력보다는 인지도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부분입니다. 김성주 후보가 현역의원이고 과거에 전북도의원 등으로 활약했지만, 김 후보보다는 정 후보를 더 많이 알고 있습니다. 김 후보의 인지도가 약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니 정동영에게 투표하자는 마음과 대선에 출마했던 사람이니 국회에 들어가면 목소리도 내고 힘도 쓰겠지라는 생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젊은 유권자 사이에서는 밀어줬는데도 배신하고 떠난 사람에게 왜 자꾸 이용당하느냐는 반발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 최다 득표에서 박빙의 승부로 바뀐 정동영’
후보자별 지지율을 보면 정동영 후보가 김성주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지지율이 정동영 후보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결과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2월 22일 정당별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당은 20.4%로 더불어민주당 42%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3월 11일 조사를 보면 30.3%로 10%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정당 지지율만 보면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을 이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이 가진 한계를 본다면 이 수치가 최고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3월 14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2016년 3월 2주차 정당 지지율을 보면 새누리 44.1%(▲0.4%p), 더민주 27.8%(▼0.2%p), 국민의당 11.1%(▼0.4%p),정의당 5.7%(▲1.2%p)로 나왔습니다. 호남지역 국민의당 지지율은 31.8%로 수도권보다는 높지만, 그래도 더불어민주당보다는 낮습니다.
후보자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을 보면 20대 총선은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박빙의 경쟁은 오히려 정동영 후보에게 불리할 수가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와 국민의당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인데 무슨 이상한 소리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5대 총선에서 정동영 후보는 9만7천8백58표로 전국 최다 득표를 했던 인물입니다. 15대 총선89.9%, 16대 총선88.2%, 재보궐선거 72.2%로 당선됐던 사람이 박빙의 대결을 벌인다는 자체가 정동영이라는 이름이 가진 인지도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성주 후보도 이런 흐름을 인식한 탓인지 ‘박빙의 승부에서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과거와는 달라진 전주의 민심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조심스러운 정동영, 거침없는 김성주’
#총선아바타팀은 정동영 후보를 만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정 후보가 거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렵사리 정 후보를 만나 잠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총선아바타) 왜 다시 전주에 출마했나?
(정동영 / 전북 전주시병 국민의당 후보) 특히 야당에서 호남 정치의 부활이 있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그 열망이 불타야 한다. 그런데 전북을 보면 정치의 변방으로 물러난 지 한참이다. 중심으로 되돌려야 한다. 정동영이 여기 출마하니, 전북대 교수님이 정동영의 귀환은 소리의 귀환이다. 목소리가 비로소 생겼다고 말했다. 전북 정치를 최강팀으로 만들어 변방에서 중심으로 돌리는 것, 여기에 목표를 두고 있다.
(총선아바타)왜 국민의당 내부 갈등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나?
(정동영 / 전북 전주시병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 대표가 찾아왔을 때 백의종군하겠다 선언했고 실제 전북에만 집중하고 있다. 정무적인 판단이나 결정은 중앙당 지도부가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
(총선아바타)현수막에 ‘전북사람’을 강조했다. 지역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정동영 / 전북 전주시병 국민의당 후보) 미국에서 하원 의장을 오래 한 토마스 오닐이라는 분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정치는 로컬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에서 시작한다. 뿌리 없는 정치는 생명력이 없는 거다. 우선 소외된 전북과 야당 내에서도 차별된 전북 정치 호남 정치를 중심에 세우는 것부터 필요하다.
정동영 후보는 국민의당 내부 사태는 물론이고 야권연대 등의 이야기에도 말을 아꼈습니다. 국민의당 사태에 개입하거나 발언하는 자체가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한 그의 말과 다르게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러운 정동영 후보에 비해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는 거침이 없었습니다. 특히 정동영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성과나 거물 정치인이라는 위치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총선아바타) 정동영 후보가 지역에서 한옥마을 등 적지 않은 일을 했다고 강조하는데…
(김성주 / 전북 전주시병 더불어민주당 후보)국회의원이 자기가 했다고 말하려면 자기 머리에서 나온 제안으로 법안이나 예산 확보를 통해 마무리해야 국회의원이 한 겁니다. 전주에서, 그동안 있었던, 국회의원 재임기간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자기가 했다고 하면 시장과 시민들이 우스워지는 거죠. 한옥 마을은 국회의원이 한 일이 아니고 시장이 한 일이죠.
정동영 후보가 한옥마을을 내가 했다 말하려면 한옥마을 관련 특별법을 자기가 발의해 통과시켰거나 한옥마을 관련해 국보 확보한 걸 내놓아야 해요. 내놓을 게 없어요.
(총선아바타)정동영 대신 김성주가 당선돼야 하는 이유는?
(김성주 / 전북 전주시병 더불어민주당 후보)정동영 후보에 대해 가장 큰 비판은 3선 국회의원 할 때 90% 밀어줬고, 대선후보, 당대표에 장관까지 밀어줬는데… 잘 나갈 때 전라북도에 한 게 뭐냐는 거예요? 유권자에겐 당연한 거죠. 그런데 이제 와서 옛날에 못했으니까 지금이라도 잘하겠습니다? 어떻게 해요? 옛날에 잘나갈 때도 신경도 안쓰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지금은 인기가 추락해서 그분이 다시 대통령 후보가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더구나 더민주에 복귀하는게 맞는데 안철수 당으로 갔잖아요. 불과 20명도 안 되는 정당에 가서 뭘하겠다는 거죠? 당대표가 될 수 있나요?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나요? 그냥 4선의원이겠죠. 배지 네 번 다는…
반면에 김성주가 당선되면 강력한 지명도를 가진 후보를 꺾으면서 일약 야권의 유망 정치인이 될 것이고.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 저는 확신합니다. 과거 향수에 기댈 것인가? 미래 가치에 투자할 것인가 유권자들이 물을 겁니다.
정동영 후보와 인터뷰하기 위해 수 차례 전화를 했고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정 후보 캠프 관계자는 김성주 후보와 동일하게 인터뷰를 하는 자체를 꺼렸습니다. 이쪽은 거물 정치인이고 상대는 고작 초선 의원인 상황, 즉 급이 다른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맞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전국 최다 득표 등 지역에서 몰표를 받고 대선에도 출마한 거물 정치인입니다. 그러나 그를 지지하는 이유가 고작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말이라고 한다면 조금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와는 달라진 선거, 과연 그가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영광을 회복할지, 후배가 거물 정치인 선배를 꺾을지는 4월 13일이면 알 수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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