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가득 메운 세월호 ‘추모 물결’...“잊지 않겠습니다”

광화문 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빗속에도 시민들의 ‘추모 열기’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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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 6반 이영만 학생이 저의 초등학교 친구였습니다.”

한신대 사회과학과 1학년인 전우란(20)씨는 16일 희생자가 된 초등학교 친구 이야기를 어렵게 꺼냈다. 전국 77개 대학교 학생들이 주최한 세월호 2주기 추모제 ‘외쳐봐! 우리가 더!’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다. 단원고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인 16학번 새내기 학생들은 별이 된 세월호 친구들을 추모하고 기억했다.

추모제의 첫 발언자로 나온 전씨는“2년 전 뉴스는 침몰되는 배를 보여주며 전원 구조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 배 안에 친구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사고 당일을 기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영만이는 별이 됐습니다. 20년 동안 어른들만 믿고 따르며 가만히 있었던 우리가 16학번 새내기가 됐습니다. 2년이 지난 오늘 진실은 밝혀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정부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하고 특검도 무산시키려고 합니다. 제 친구(이영만 학생) 어머님께서 사람들이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노란 기억 팔찌를 차고 다니는 것만 봐도 힘이 난다고 했습니다. 끝까지 기억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빗속에도 뜨거운 추모 열기. 광화문 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세월호 참사 2주기 전국 대학생 대회 ‘외쳐봐! 우리가 더!’현장. 박수진 기자 jinpd@hani.co.kr

김효진(21) 이화여대 사회과학부 학생은 희생된 친구들을 기억하며 “작은 움직임이라도 그만두지 않을 것이고,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잊지 않고 분노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씨는“예쁘고 소중한 꿈을 펼칠 때를 기다린 친구들이 2년 전 사라졌다. 당시 공허함과 미안함에 울고 화도 냈지만, 주변에서 고3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타박하는 시선에 스스로 타협했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등학교 2학년1반 고 박성빈양의 언니 박가을(24)씨도 무대에 올랐다. 박씨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묻는다. 악플과 지인들의 언행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청년들이 세월호가 지겹고 슬픈 일이라고 회피하지 않도록, 우리 (단원고) 친구들 덕분에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가 되었다는 인식이 심어져 한 번 더 세월호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전국 77개 대학에서 모인 학생들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을 개정하고, 진상 규명 방해하는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고 외쳤다. 이들은 대학생 대회가 끝난 뒤 종로를 거쳐 광화문으로 행진했다. 저녁 7시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가 이어진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세월호 참사 2주년인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진실을 향한 걸음’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합동분향소를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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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희생자 영정사진에 헌화하고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서울 광화문광장이 가득 찼다. 빗방울이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은 노란리본을 만들고,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위한 서명에 참여했으며, 희생자 영정사진에 흰 국화를 놓았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및 미수습자 광화문 분향소’ 앞에는 희생자와 미수습자 사진 앞에 헌화하려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이날 오후 3시30분께 헌화 행렬에 동참했다. 30여분간 줄을 선 김 대표는 영정 사진에 꽃을 놓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시민들은 하얀 국화를 바치고 묵념하며 눈물을 흘렸다. 추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포항에서 온 직장인 이창희(43)씨는 2년이 지났음에도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희생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씨는“국민들이 이번 4.13 총선에서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낼 수 있게 진상규명의 열쇠를 준 것 같다. 20대 국회가 아프게 죽어간 사람들과 유가족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이해선(39)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세 명과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씨는 “초등학교 5학년 큰아이는 아직 어려서 세월호 참사 당시 소풍을 못 가서 아쉽다고 했는데 그날을 그렇게 기억하는 게 안타까웠다. 언니, 오빠들이 아무 죄 없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사건이라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종현(36)씨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세살 아들과 추모제를 찾았다. 그는“아이와 추모제에 함께 오니 이게 바로 우리 아이한테 물려줄 현실이어서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오후 2시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약속/행동 문화제’ 사전 공연이 열렸다. 가수 권나무씨와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씨의 공연, 임성용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추모제 시작의 문을 연 가수 권나무씨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정직하게 삶을 살아야겠다고 느꼈다. 기쁜 일, 슬픈 일은 흘러야 하지 않나. 비슷한 마음으로 이곳을 찾은 분들의 마음이 어떤 곳으로든 흘러갔음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 는 경찰 추산 700여명(주최쪽 추산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고한솔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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