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편애를 숨지기 못해 눈총을 받고 있다. 중립을 지키겠다고 누차 말했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을 어쩔 수 없어 보인다.
민주당의 선거 전략가 브래드 배넌은 11일(현지시간) 의회전문매체 더 힐에 "오바마는 양복에 '클린턴을 대통령으로'라고 쓰인 장식핀을 꼽는 일을 빼면 모든 일을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옹호하는 태도를 여러 차례 보였다. 경쟁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공격을 방어하고 클린턴의 약점을 감싸는 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그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2009~2013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직을 수행하면서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공무를 본 사실이 드러나 수사를 받고 있다.
외교안보를 다루는 고위 공직자가 해킹 위험이 있는 개인 계정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일은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연방조사국(FBI)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사안은 대선주자 클린턴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둘러싼 이슈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무리 함축적일지라도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클린턴에 결정적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더 힐은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의 비공개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샌더스 캠페인의 끝이 보이는 만큼 클린턴 전 장관에게 힘을 모아줄 때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전까지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 중 누구도 공식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백악관 역시 속내가 의심스러운 주장을 수차례 내놨다. 에릭 슐츠 대변인이 클린턴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샌더스의 공세에 대해 "누구보다 경험 많은 후보"라고 반박한 일이 대표적이다.
초반 '힐러리 대세론'에 밀리던 샌더스는 판세와 관계 없이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후보가 정해지는 7월 전당대회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침묵을 지켜야 할 시간도 늘어났다.
클린턴 진영의 짐 맨레이 전략가는 "그가 샌더스를 고립시키기 위해 책략을 쓸 방도는 없다"며 "경선이 진행되도록 둬야 할 거다. 필요한 지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을 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그의 적통인 클틴턴 전 장관에게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클린턴은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리비아·이집트 민주화 등 주요 외교 이슈를 오바마와 함께 결정했다.
클린턴은 전 장관은 건강보험 개혁, 총기 규제 강화, 금융 개혁 등 오바마 행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계승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진보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은 훨씬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샌더스는 출마 전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무소속 출신인 그는 2010년 정부의 부자 감세안에 맞서 8시간 넘는 의회 연설을 했다. '필리버니'(Filibernie.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와 샌더스의 이름을 섞은 말)라는 별명도 이 때 얻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클린턴 편애가 심해지면 결국 한 배를 타야 할 샌더스 지지자들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넌 전략가는 "샌더스 지지자들 사이 그의 입지가 축소될 수 있다"며 "그들은 수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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