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등 세월호 관련 유족·시민단체들이 뽑은 ‘20대 총선 심판대상자’ 18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실제로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낙선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앞서 이들 단체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비하·모독했다는 이유로 18명의 총선 후보자를 낙선시켜야 할 대상으로 지목했다. 18명은 모두 새누리당 후보들로 대부분 현역 의원이었다.
심판 대상으로 꼽힌 이들은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표결에 반대표를 던지거나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부정하는 발언 등을 한 공통점이 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비하하거나 유족들에게 폭언을 한 의원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 가운데 실제로 20대 총선에 낙선한 정치인은 모두 7명이다.
대표적으로 5선을 지낸 황우여 의원이 인천 서을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후보에게 패하며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황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거부한 책임을 물어 낙선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었다.
육사 출신 3선 의원인 황진하 후보도 경기 파주을 지역구에서 더민주당 박정 후보에게 졌다. 황진하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사무총장직도 내려놨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로 지목되는 화물 하역업체 우련통운 대표이사를 지낸 배준영 후보는 인천 중·동·강화·옹진 지역구에서 무소속으로 나선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패했다.
이밖에도 새누리당 김용남(경기 수원병),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김종훈(서울 강남을), 안효대(울산 동) 의원이 각각 야당과 무소속 후보에게 패해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12일 서울 청운동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서 세월호 미수습자인 단원고 허다윤양 어머니가 1인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반면 세월호 유족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세월호 선체 인양에 반대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된 새누리당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조원진(대구 달서병),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김진태(강원 춘천), 심재철(경기 안양 동안을) 의원 등은 무난히 이겨 또다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됐다.
이완영 의원은 69.5%의 득표율로 더민주당 박장호 후보를 제쳤다. 그는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참석해 장시간 졸다가 지적을 받자 “별것도 아니다. 생리 현상 가지고 너무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의원은 또 해경의 기관보고를 받으며 “구조 작업은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독단적으로 하면 된다. 유가족들이 전문지식이 있나, 이성이 있나”라고 비하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원유철(경기 평택갑), 하태경(부산 해운대갑),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김정훈(부산 남갑), 김종태(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 등도 현역 신분을 유지하게 됐다.
10명의 현역 의원 외에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순위 15번에 이름을 올린 김순례 대한약사회 여약사회장이 금배지를 확보했다. 김순례 후보는 세월호 유족들을 ‘시체 장사’라는 말로 비난하는 등 SNS에 거짓 글을 퍼뜨려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대한약사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유족·시민단체들의 심판 대상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두고 “기본적으로 교통사고”라고 발언했던 주호영 의원(당시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세월호 참사의 피해 지역인 안산은 여야의 명암이 엇갈렸다. 단원갑·을 지역구에선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적 정서 속에서도 야권 분열 등으로 인해 새누리당 김명연·박순자 후보가 당선됐다. 반면 상록갑·을 지역구에선 더불어민주당 전해철·김철민 후보가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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