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제 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을 개함하고 있다.. 2016.7.21/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
21일 오전 9시,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진위 검증을 위한 개함·계표가 진행된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 대강당에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투표함은 지난 1987년 12월16일부터 이날까지 개표되지 못한 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장고에 보관돼왔다.
당시 구로구을선관위 관계자가 투표시간이 끝나기 전 부재자 우편투표함을 개표소로 옮기려 하자 이를 부정투표함으로 인식한 시민들이 투표함을 빼앗고 관련 서류들을 불태웠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서류들이 사라진데다 투표함의 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 해당 표를 무효로 판정하고 선거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부정투표에 대한 의혹이 지금까지 계속해 제기돼왔다.
◇의혹을 풀기 위한 현장에서 제기된 의혹
이날 오전 9시30분쯤 행사를 주관한 강원택 한국정치학회 회장이 개함·계표 시작을 선언함으로써 봉인됐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기 전 김남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기록보존소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참관인들이 투표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행사가 잠시 중단됐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 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개함 ·계표 행사에서 한 참석자가 부정의혹을 제기 하고 있다. 2016.7.21/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
그는 또 "한국정치학회가 어떤 권한을 가지고 투표함을 개함하는 것이냐"며 "선관위가 정치학회를 내세워 실질적으로 행사를 주관하면서 일종의 쇼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로항쟁동지회는 투표함과 관련된 당시 13대 대통령선거 전반에 부정투표 의혹을 밝혀야 한다며 그동안 투표함 개봉을 반대해왔다. 선관위 관계자들이 박씨를 제지했지만 박씨가 고성을 지르는 등 계속해 문제를 제기해 행사가 10여분가량 지체되기도 했다.
◇차분히 마무리된 개표, 추가적 조사 계속 필요해
소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관위는 행사를 속개했고 마침내 오전 10시12분 투표함의 겉뚜껑이 열렸다. 30여년간 굳게 잠겨있던 자물쇠가 절단기에 의해 3초도 되지 않아 손쉽게 잘려나갔다.
이후의 일정은 계획된 대로 진행됐다. 겉뚜껑에 이어 안뚜껑의 자물쇠가 열리고 투표지를 담은 회송용 봉투가 5개의 바구니에 나뉘어 계표사무원들의 앞으로 분배됐다. 회수용 봉투의 수는 4325개로 사전에 파악한 수와 일치했다.
오전 10시55분쯤 회수용 봉투가 개봉되고 계표사무원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계표사무원들은 회수용 봉투 안에 들어있는 속봉투를 꺼내 다시 수량을 확인하고 투표지를 분류하기 시작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 13대 대통령선거 구로구을 우편투표함 개함·계표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계표를 하고 있다.. 2016.7.21/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계표는 오후 1시50분에 종료됐다. 계표 결과 4325명 중 3133명이 기호 1번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를 찍었고 이어 3번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 575표, 2번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 404표, 4번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 130표 순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와 한국정치학회는 앞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한 과학적 검증과 함께 당시 사건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의 구술자료들을 확보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향후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1987년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 30여년 전 사건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당시 혹한의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투표함을 지켜냈다"며 "당시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노력들이 역사 속에 남아 현재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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