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남자들…파렴치한 권력투쟁 암투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궁지에 몰렸다. 본국에서는 지난 한 주 우 수석과 관련한 각종 의혹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며 우 수석을 곤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법적대응을 운운하더니 이제는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취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보를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차장직에 자신과 가까운 검사를 앉히거나, 검찰 요직 인사에 입김을 불어넣을 정도로 인사와 관련해서도 영향을 끼쳤다. 당연히 우 수석에 대한 반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었고, 본지는 그동안 우 수석과 관련된 의혹들을 어느 본국 언론보다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그동안 본지 보도를 종합해보면 우 수석이 이런 네거티브 이슈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예정된 수순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우병우 민정수석이 왜 이 시점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일까. 우병우 스캔들 뒤에 감춰진 속사정을 <선데이저널>이 쫓아가봤다.<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법조계 주변에서는 홍만표 변호사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관계가 거론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평소 검찰 주변에서 ‘입으로 변호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인물이다. 즉 굵직한 사건에 변론을 맡되, 수임계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는 거액을 받아 챙긴 후 평소 알고 있는 검찰 내 인맥을 통해 변호한다는 의미였다.
특히 그는 현 정부에서 검찰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우병우 수석과의 관계 등을 언급하며 많은 변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는 평소 검찰을 입맛대로 움직였으며, 그 중심에 우 수석이 있었다. 그런데 임기 말, 거기다가 총선 패배 후 터진 법조 비리에서 우 수석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현 정부가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본지 5월 12일 보도 중 일부다. 홍만표 게이트로 본국이 떠들썩할 때 <선데이저널>은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민정수석과의 관계를 거론하며 그들만의 검은 커넥션을 보도했다. 사실 이때만 해도 본지 보도에 대해 한국의 언론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이 우병우 수석에게로 불똥이 튀면서 홍 변호사와 우 수석과의 관계가 하나 둘 씩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하나 둘 드러나는 우병우-홍만표 커넥션
대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사건이 이른바 ‘다단계 사기’라고 불리는 불법유사수신행위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2013년 양돈업체 도나도나에 대해 수사를 벌인 바 있다. 돼지 분양을 빌미로 1만여명으로부터 2400억원가량의 투자금을 받은 사건이다. 검찰은 이 회사가 유사수신업체(금융사가 아닌데도 원금 이상을 지급하겠다며 돈을 모집하는 불법 업체)라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홍만표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소속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당시 변호사)이 변호인단에 참여했다.
대표변호사 격인 홍 변호사는 도나도나 최모 대표로부터 수임료로 총 10억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달 홍 변호사 법조비리 수사 결과를 설명하면서 “홍 변호사가 최 대표로부터 수임료 4억7500만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홍 변호사는 법무법인 바른에 자신의 몫과 똑같은 4억75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우병우 변호사에게 나머지 5000만원만 준 것으로 전해졌다. 우 변호사가 변론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 수석은 나중에 자신에게 돌아온 몫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을 알고 분개했으며, 이 때문에 두 사람 사이가 틀어졌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시 검찰은 도나도나 최 대표를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를 맡았던 윤장석 형사4부장은 올해 2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옮겨 현재 우 수석 밑에서 일하고 있다. 우 수석은 변호사를 반짝 개업한 2013년 한 해만 홍 변호사와 8건의 공동 변론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 수석 혼자서 ‘몰래 변론’한 사건이 몇 건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 수석은 홍 변호사와의 공동 수임 사실을 숨겨왔고, 검찰도 이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우 수석과 홍 변호사가 서로 주고받은 사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변론 사건도 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본국 언론에서는 우 수석이 지난 2013년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정 전 대표 등을 ‘몰래 변론’하고 수임료를 나눴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 수석의 개인 비리도 점차 확전되는 양상이다. 기흥CC를 소유했던 우 수석의 장인은 2008년 사망했는데, 처가에서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서울 강남역 인근 부동산을 내놔 2011년 3월 넥슨에 약 1천326억원에 팔았다. 당시 넥슨은 서울 사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땅을 매입했으나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세금을 고려하면 손해를 보고 부동산을 되팔았다는 점에서 고가의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해 애를 먹던 우 수석 가족의 고충을 풀어준 모양새가 됐다. 특히 넥슨 ‘주식 대박’ 사건으로 구속된 진 검사장이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 회장과 친분이 두텁고, 동시에 우 수석의 서울대 법대와 검찰 후배라는 사실을 볼 때 우병우 – 진경준 – 김정주의 삼각 커넥션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우 수석이 해명에 나섰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넥슨이 신사옥을 짓기위해 우병우 수석의 처가 땅을 매입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땅값의 대부분을 일본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받았다. 넥슨은 이미 2006년 경기 성남 판교에 22806㎡의 부지를 사놓고 사옥건립 공사를 한창 진행 중 이었는데 대출을 하면서까지 급하게 강남 땅을 사들여야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급하게 산 땅을 소유권을 이전하고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사실상 손해를 보면서까지 또 팔아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당시 상속세를 내지 못해 수십억 원의 가산세를 낼 위기에 있던 우 수석 입장에서는 넥슨이 땅을 사줘 상속세를 제 때 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넥슨이 우 수석 처가의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해준 셈이다. 넥슨은 이 땅이 우 수석과 연관성이 있는지 알았으면 뇌물 성격이 있는 거래로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의무경찰로 복무 중인 우 수석의 아들이 복무 두 달만에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서 선호도가 높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전출됐다는 ‘꽃보직’ 논란도 제기된 상황이다.
동시다발 의혹제기 어디서 나왔나?
현 정권 최고 실세라는 인물에 대한 동시다발적 의혹제기는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본지가 보도해왔던 우 수석의 포지션이나 업무 등을 고려해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정권 2년차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김영한 전임 민정수석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지시를 거부한 ‘항명’ 파동으로 사퇴한 자리를 채운 것이다. 당시 항명 파동은 우병우 비서관이 김 수석을 제치고 비서실장에게 주요 사안을 ‘직보’해온 것에 대한 항의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법무부와 검찰 인사 등을 조율할 민정수석이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사법연수원 13기), 김진태 검찰총장(14기)보다 한참 아래 기수(19기)로 발탁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당황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됐다. 그의 나이나 경력으로 보았을 때 민정수석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박 대통령은 그를 민정수석에 앉혔다. 이 때부터 청와대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우병우 민정수석을 가장 신뢰한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업무스타일을 가장 맘에 들어한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는 우 수석 측근들이 정보기관과 사정기관 주요 보직에 임명되면서 간접적으로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국정원 2차장에 임명되었던 최윤수 차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최 차장이 우 수석의 사시 두 기수 후배이기는 하지만 사석에서는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로 알려졌다. 그가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후 민정수석실은 물론이고,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인사가 그의 손에 좌지우지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윤수 국정원2차장이 중앙지검 3차장으로 일할 때 특수 1, 2, 3부장이 모두 우 수석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2015년 12월 단행된 검찰 인사는 우 수석의 ‘힘’이 반영된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우 수석과 함께 일한 이영상 전 행정관이 검찰의 수사 첩보를 총괄하는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범죄를 수사하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김기동 단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지휘하는 이동열 3차장도 우 수석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우 수석의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검찰 내부에서는 우 수석의 과도한 인사 개입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우 수석의 별명은 ‘리틀 김기춘’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경력으로 당정청에 대한 유례없는 장악력을 과시하며 ‘청와대 발 정치기획’의 핵심 배후로 늘 지목된 바 있다. 본국언론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특별히 우병우 민정수석을 총애했다는 보도를 여러 차례 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이 김영한 민정수석을 제끼고 그 아래에 있던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다이렉트’로 대응 논의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이후 우병우 민정수석이 탄생한 것 자체도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의 나이와 경력이 ‘기수’를 유난히 따지는 검찰조직을 다뤄야 하는 자리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선배 검찰총장과도 잦은 마찰로 갈등
한 사람에게 권력이 쏠리면 당연히 그에 대한 반작용이 생기는 법. 그가 검찰 인사에도 관여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자 그보다 선배인 검찰총장과의 갈등설도 파다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우 수석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 핵심에는 박 대통령의 원조 측근들인 문고리 3인방이나 TK 의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최경환 의원과 우 수석은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며 싸웠던 일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무르익은 상황에서 본국에서 친정권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일보가 잇달아 우 수석과 관련된 기사를 보도한 것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마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보도했을 때처럼 조선일보는 어디서 받은 듯한 정확한 소스에 의해 우 수석을 향한 의혹을 제기했다. 정권 핵심부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정보들이 보도됐다.
특히 최경환 의원에 대한 금품수수설이 있은 지 한 주 만에 우 수석을 향한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된 것은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 수석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권력심장부의 누군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 수석의 이번 의혹제기는 박근혜 정권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치열한 권력 투쟁의 산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우병우가 쳐낸 검찰 PK 고위직이 의혹 제기,
우병우 게이트의 배후로는 청와대 내부 인사뿐만 아니라 검찰 PK 출신 고위직 인사들도 거론된다. 실제로 우 수석은 권력 요직에 앉은 후 PK 출신들을 홀대한 채, TK 출신들을 주요 보직에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내정된 이후 우병우는 그동안 검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인사 때마다 이름이 등장했다. 메인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이 올해 2월 국정원 2차장에 발탁된 건 우 수석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최 차장은 검사장 승진 두 달 만에 국내 정보와 대공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았다. ‘절친’인 우 수석의 인사라는 게 당시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19기)도 우 수석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말 인사 당시 마지막까지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최 차장과 김 지검장 모두 우 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법조계에선 검찰과 법무부 최고 수뇌부 인사도 우 수석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우 수석과 함께 일했던 검사들도 모두 법무, 검찰 내 요직으로 복귀했다. 지난해 2월 민정수석실로 파견돼 우 수석과 함께 근무했던 권정훈 전 민정비서관(24기)은 1년 만인 올해 1월 법무부 인권국장으로 옮겼다. 법무부 인권국장은 검사장 승진 1순위로 꼽히는 핵심 보직이다. 이영상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29기)도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으로 임명됐다.
각종 범죄 첩보와 정보를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이 자리는 대검 내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꼽힌다. 지난해 2월 단행된 검찰 인사 때는 요직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인사가 검찰총장의 인사 원칙마저 깨고 우 수석 뜻대로 이뤄졌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 수석과 과거 함께 일했던 임관혁 특수2부장이 특수1부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진태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면 지방으로 내려보낸다는 ‘하방 인사’ 원칙을 내세웠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말 PK(부산경남) 출신 검사장들이 고검장 승진에서 대거 탈락한 것도 경북 영주 출신인 우 수석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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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ly 22, 2016
우병우, ‘박근혜 등에 업고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더니… [와아드특집] 박근혜 측근들의 권력투쟁 이전투구 비하인드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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