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케이(TK·대구경북)가 성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조상의 묘가 있는 경북 성주 성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조용히 참외농사 짓던 성주 주민들은 “가만있는데 정부가 뒤통수를 쌔렸다”고 한다. 티케이에서 ‘정서적으로’ 견고했던 박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율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일시적인 현상일까,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일까. 티케이 민심을 들어봤다.
대구·경북이 술렁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결정으로 조용했던 참외마을 경북 성주는 몸살을 앓고 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발표 이틀 전 대구 군공항 이전이라는 선물을 대구시민에게 줬다. 이 선물은 군공항을 받아들이게 될 또 다른 지역엔 갈등의 시한폭탄이다. 벌써 공항 이전지로 거론된 경북 군위의 작은 마을이 들썩인다. <한겨레>는 17~18일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박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민심을 들어봤다.
“박근혜라면 죽고 몬 살았는데 찍어준 손가락 자르고파”
“국민체조 ‘하나 둘 셋’ 하는 소리, ‘아무개 상병 사무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소리까지 다 듣깁니다.”
17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취곡2리 이장 이충환(54)씨는 사드가 들어설 성산방공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산포대는 해발 383m 성산 정상에 있다. 이 마을에서 100m가량 올라가면 부대에 다다른다. 과거 마을 사람들은 하루 세번 이상 부대가 있는 지점까지 나무를 하러 갔다고 했다. 주민들은 40여년 전 공군부대가 들어선 이후 기상나팔 소리, 레이더 돌아가는 소리까지 들으며 살아왔다. 사드가 들어서면 기존에 들리던 잡다한 소리와는 차원이 다른 소음이 날 게 뻔하다. 사드가 다른 곳도 아닌 마을 코앞에 배치된다는 게 성주 사람들이 분노하는 첫번째 이유다. 마을회관에서 노인들은 “성주가 박근혜라면 죽고 몬 살아. 찍어준 손가락 짜르고 싶은 심정이다. 참말이다”, “공항은 김해에 뺏기뿌고 사드가 무슨 말이고”라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17일 경북 성주군 선남면 취곡2리 이장 이충환씨가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서 사드 포대가 들어설 성산을 가리키고 있다. 성산 바로 아래 마을이 있다.
없는 사람도, 있는 사람도 참외로 먹고사는 성주는 사드 배치로 연일 시끄럽다. 성주읍 거리와 마을 곳곳은 “사드 배치 최적지란 있을 수 없다”, “성주군 사드 배치 결사반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전자파를 물려줄 수 없다” 등등 플래카드로 뒤덮였다. 읍내 상가에도 사드 반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정부가 연일 사드 안전을 홍보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안심하지 못한다. 부대가 있는 성산이 성주읍 남쪽에 있어 읍내 사람들은 사드를 등지고 살게 된다. 산 정상에서 5도 각도 위로 전자파를 쏘고, 부대에서 1.5㎞ 떨어진 성주읍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이재동 성주군 농민회장은 “(집회에서) 일본 엑스밴드 레이더 설치 지역 주민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틀었다. 거기 일본 사람들도 시끄러워서 못 살겠다고 하는 말이 나온다. 정부에서 하는 말도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미국 육군교범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그걸 믿지 국방부 거짓말을 믿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육군교범에서는 사드 레이더 안전거리(No Hazard)가 3.6㎞라고 돼 있는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100m 밖은 전자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주 사는 할아버지에게 손녀가 “이제 할아버지집에 못 가”
주민들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더욱 분노하는 이유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 때문이다. 아무리 국방정책이라지만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마을 뒷산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한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집 한 채 지어도 허가 다 안 받나. 이 큰 걸 지으면서 말 한마디 안 하고 들어오는 게 어딨노.” 선남면 성원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배아무개(69)씨가 말했다. 주민들은 성주의 브랜드가 참외에서 사드로 바뀌게 될 상황 자체에 참담해하고 있다. 성원2리 이장 손호택씨는 “사드 발표 날 구미에 있는 6살짜리 손녀가 전화해 ‘이제 할아버지 집도 마음 놓고 못 간다’고 했어요. 조부모로서 얼마나 가슴 아프겠어요. 집사람하고 한참 눈물을 흘렸어요”라고 말했다. 성주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 86%에 달했다. 경북 23개 시·군 중 4위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심정인 듯 지역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도 컸다. 마을 사람들은 “찍은 손 자르고 싶다”며 격한 말을 계속했다.
손씨는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는 보릿고개도 없애주고 사람들 살찌워 살 만하게 해줬는데 박근혜는 사람들을 죽이려고 한다”고 했다. 배씨도 “세월호 터졌을 때 하도 (사람들이) 대통령을 원망해서 가만있는 대통령을 와 원망하노 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아이다. 원망하는 게 이해가 가지”라고 말했다. 이아무개(78)씨는 “이제 1번 안 찍어줘. 박씨 집안도 있고 해서 밀어줬는데, 우예 하다 보면 잘할 수도 못할 수도 있는데 저거 하나 땜에 분이 더 난다카대. 투표하러 안 갔으면 안 갔지 1번은 안 찍을 끼다”라고 말했다.
17일 경북 성주군 성주군청 앞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티셔츠, 앞치마 등에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문구를 그려넣고 있다. 성주/이경미 기자
후보지 거론됐던 칠곡은 안도…지역이기주의 비난도
마을회관에 걸린 박근혜 대통령 걸개사진을 떼어내 유명해진 성원1리 마을사람들도 같은 심정이었다. 고령 박씨 집성촌이었던 이 동네 사람들은 매년 8월15일 육영수씨 추모제,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추모식 때 행사가 열리는 서울에 다녀올 정도로 ‘박정희 가문’을 향한 마음이 각별했다. 이날 회관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에스엔에스(SNS)에서 “성원1리 사람들은 사드 찬성한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며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한 주민은 “박근혜 사진 귀해서 아침마다 닦고 저녁마다 닦고 했는데, 이리 됐으니 허탈감에 빠졌어. 틀어진 마음이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그동안 사드 도입 찬성을 비롯해 대북 강경정책을 지지해왔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들의 지지가 견고했기에 사드 배치를 강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배치가 현실화하자 이 지역 사람들은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사드는 도입하되, 후방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역 이기주의 논란이 생겼다. 성주로 결정나자 안도와 분노가 명확하게 갈렸다. 인구 4만5000명의 성주에서 외치는 사드 반대 목소리는 경북 전체로 퍼져나가지 못하는 듯하다. 성주 옆 칠곡군에서는 확연히 온도차가 났다. 18일 칠곡 왜관시장에서 만난 이아무개(70)씨는 “국민을 위해서 사드 배치 하는데 어디 갖다놔도 상관없다. 사드 반대한다고 삭발한 군수도 정신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아무개(57)씨도 “어디든지 사드는 들어와야 한다”며 “높은 데 배치하면 된다. 성주는 산 위에 배치하는 거라 관계없다. 칠곡은 부대가 평지(여서 부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성주의 사드 반대를 두고 지역 이기주의(님비)라고 언론이 지적하는 데 대해 김안수 사드저지투쟁위원장은 “자기 지역에 오지 않았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이들도 암묵적 님비주의자들 아니냐”라고 맞받아쳤다. 성주로 결정 나기 전 칠곡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자 칠곡군수는 삭발식을 하며 항의했다. 성주로 발표 나기 직전인 13일 아침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은 “사드 배치 지역은 한반도 방어에 최적지임을 전 국민이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대 뜻을 강조한 기자회견을 했다가, 18일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사드의 영남지역 배치를 반대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언론에서 유력 후보지로 거론했던 경남 양산의 서형수 의원은 “사드 배치 지역으로 양산 이외 지역이 결정된 것은 경남·부산 주민 안전을 고려하면 다행”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표현이 미숙했다”며 공개 사과하기도 했다.
“대구는 새누리당, 이러면 그냥 팍팍팍…만날 피해만 봐”
대구에선 성주 사드 포대를 ‘우리 지역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김아무개(55)씨는 “대구에서는 눈에 안 보이니 그렇게 성주에서만큼 크게 생각은 안 한다”면서도 “(사드 배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쁘면 나빴지 좋을 리는 없잖습니까. 내 입으로 가는 참외·수박인데 그것도 생각할 수밖에 없잖습니까. 암만 해가 없다꼬 해도 정부에서 우리들을 그동안 기만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아무래도 주위에 살면 주위에 안 사는 것보다는 피해가 있지예.”
경북 청도 출신인 임아무개(62)씨는 청도 운문댐을 예로 들며 “댐 건설하고 대구 사람들은 1급수 잘 먹고 살지만 댐 아랫마을은 엄청 피해를 봤다”며 “안보도 중요하지만 대가를 조금이라도 지급해줘야지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냐. 무작정 저희도 반대”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하는 건 이기주의”라는 의견도 있었다. 국제공항 인근에 거주하는 권아무개(68)씨는 “실제로 당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들어오면 안 좋다 하면서 반대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테레비 보니깐 계란 던지고 난리가 났더만. (성주 사람들이) 이해타산이 그래 밝아갖고는 우리나라는 안 돼. 진짜 박정희 대통령 시절맹키로 그렇게 한번 해야 돼. 미군 없으면 북한에 먹혀요. 대한민국 국민들 진짜 정신 차려야 돼.”
총선 이후 대구·경북에서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 발표 이틀 전인 11일 대구국제공항과 케이투(K2) 공군기지 통합 이전 방침을 발표했다. 대구 동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준 것이다. 그보다 3일 전에는 새누리당 의원 오찬에서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게 대구공항 이전 문제를 먼저 언급하며 “같이 의논하면서 잘 하시죠”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계획된 스텝’이었지만 막상 대구 지역 주민들에겐 오래 묵은 배신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인 듯 보였다.
“(이름도) 안 보고 찍었습니다. 안 보고 1번 찍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너무 잘하실 거라고 생각했꼬예. 그런데 너무나 실망이 큽니다.” 지난 17일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에서 만난 임아무개(62)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박 대통령을 언급하자 곧 실망감을 쏟아냈다. “대구는 새누리당, 이러면 바로 그냥 팍팍팍팍 찍고 이러잖았습니까. 맨날 피해보는 사람은 우리들이에요.”
멀게는 경기 침체, 가까이는 성주의 사드 배치가 배신감의 원인이었다. “경기가 원체 없잖습니까. 우리 젊은이들, 여기 대구에는 취업할 자리 하나가 없어 죄다 타 지방으로 갑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되면 대구가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아무 도움을 안 주지요. 그렇게 하면서도 사드는 여기에 해야 되고, 비행장은 밀양도 안 되고…. 솔직히 너무너무 힘들잖습니까?” 임기 후반기에 이르기까지 박 대통령을 지지해온 대구·경북 지역에 해주는 것은 없으면서 떠넘기는 부담만 크다는 불만이었다. 임씨가 살고 있는 수성갑 지역은 대구 여론의 심장부로 꼽히는 곳으로 지난 총선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선됐다.
대구 최대의 전통시장이면서 박 대통령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중구)에서도 날선 원성이 쏟아졌다. “여기 올 때마다 우리가 그렇게 대접해줬는데 돌아온 게 없다. 사든가 미사일인가 그거 아이가. 황교안이가 계란 맞아도 싸다. 염치를 알아야지.”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상인이 말했다. “같은 여자로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싶어서 감정만 갖고 찍어줬는데, 대구라서 그런 것보다도 아주 전국적으로 하는 짓이 좀 그렇지.” 시장을 찾은 이아무개(59)씨도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씨는 “특히 신공항 문제는 우리가 10년 세월을 밀양신공항만 믿고 있다가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끝나니까 시민들이 다 분노하고 허망감을 갖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공항 인근 주민 “대통령 잘해…야당은 똥 찍어먹을 놈들”
그나마 1961년 처음 비행기가 이륙한 이래 50년 넘게 군용기 소음으로 고통받아온 대구국제공항 인근 동구 지저동 주민들은 박 대통령의 약속에 들떠 있었다. “주말이라 조용한 기다. 평일에는 전투기 뜨면 지독하이 소리가 커. 귀 떨어진다, 귀 떨어져.” 공항이 자리잡은 대구 동구 지저동에서 만난 김아무개(64)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대통령이 큰 선물 주셨다 안 하나.”
“오랫동안 새누리당만 지지해왔다”고 밝힌 김씨는 “나는 박 대통령이 그런대로 잘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는데, 요 사람들은 잘못한 것만 딱 찔러서 부각하니까 이게 안 된단 말이에요. 잘한 거는 잘한다고 해야지, 아닌 말로 야당은 못한 것만 있잖아. 똥 찍어먹을 놈들이지.”
공항 맞은편 상가에서 20여년간 장사를 해온 신아무개(51)씨도 공항 이전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사람들이 모두 엄청 좋아해요. 지역을 떠나려던 사람들도 생각을 고쳐먹기도 하고….” 다만 신씨는 대통령의 약속을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권 말기에 하는 말이고 갑자기 결정됐으니까 정말 이행될지 결과를 봐야죠. 대통령이 좀 강해야 할 텐데, 뭘 내놔도 국회에서 너무 발목을 잡으니까 추진되는 게 없잖아요. 그 사람(박근혜 대통령)도 진짜 하고 싶은 게 많을 텐데 다 펼치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죠.”
공항 지역을 벗어나면 국제공항 통합 이전 발표의 약효는 희미했다. 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아무개(42)씨는 “이미 60대 이하에선 기존에 정치에 무관심하던 이들마저 박 대통령을 싫어하게 됐다”며 “정부가 돌아선 대구의 마음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공항 안 해주고 사드 배치 발표하려니 그에 앞서 달래기로 공항 이전을 약속한 거잖아요. 공항 주변 사람들이야 반가울지 몰라도 그밖의 대구 사람들로선 그동안 이용하던 공항이 사라지면 불편하기만 할 뿐이죠.”
18일 경북 군위군 군위읍 길가에 대구 군,민간공항 이전 유치를 희망하는 단체와, 반대하는 소보면 주민단체의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있다. 군위/이경미 기자
공항 이전 후보지 군위, 여론 찬반으로 갈리며 갈등
갑작스런 대구 군공항 이전 결정에 날벼락을 맞은 마을도 있다. 경북 군위군 북서쪽에 있는 소보면이다. 군위군청은 정부의 군공항 이전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공항 유치 의사를 나타냈다. 면적은 서울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2만4000명인 군위군은 군공항 소음을 감수하더라도 민간공항을 유치해 7조5000억원에 이르는 재원 투자로 발전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군위군의 방침에 언론 등을 통해 북서쪽에 있는 소보면이 1순위로 거론됐다. 대구 도심에서 50㎞,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어 적합지로 꼽혔다.
군청의 적극적인 공항 유치 의사는 주민들의 뜻을 사전에 물은 게 아니었다. 18일 군위군 소보면을 찾았을 때, 이장협의회가 열려 농민들이 면사무소에 모였다. 마침 김영만 군수가 이장협의회 참석차 면사무소를 들렀다. 주민 100여명은 면사무소 대회의실에서 군수에게 항의했다. 김 군수는 “유치를 희망한 것이지 유치 신청을 한 건 아니었다. 아직 소보면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다. 신청을 해도 결국은 국방부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18알 경북 군위군 소보면 사무소에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면사무소를 찾은 김영만 군위군수에게 대구 군공항 유치 방침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 왼편 분홍색 셔츠를 입은 남성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이 김 군수다.
이아무개(62)씨는 “공항을 유치하자 할라면 득실이 뭐다 분명히 알리고 판단할 기회를 줘야지, 이점만 앞세우고 여론 형성해 서명운동 하라카는 건 야바구 놀음새”라고 말했다. 김석준 소보면 청년회장은 “성주 사드랑 비교가 안 된다. 사드는 5도 위로 레이더를 쏘는 것이지만 우리는 면 자체를 들어내야 한다. 생존 문제다. 우리가 떠난 뒤 고향을 지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 “지지율 전국 1위 해주니 이런 짓거리 하나”고 말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지지율은 군위군이 87%로 경북에서 1위였다.
군위읍으로 나와도 주민들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달랐다. 택시기사 이아무개(75)씨는 “아무래도 택시 하는 데 도움이 좀 되지 않겠습니꺼. 인구도 적고 산업도 없는데 뭐라도 들어와야 지역이 발전 안 되겠습니꺼”라고 했다. 군위시장에서 만난 이아무개(54)씨는 “7조원 들여도 군민들은 막노동하는 거밖에 더 하겠어요. 대기업이 다 돈 가져가겠지”라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육군과 달리 공군기지는 시설 이동이 매우 어려워 지금껏 공군기지가 이전한 적은 없다고 한다. 이번 케이투 공항 이전 방침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다. 확실한 건 박 대통령의 강경 정책에 사드가 뭔지 알 필요도 없었던 주민들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왜관시장에서 만났던 윤씨는 이를 두고 “결국은 소가 희생된다”고 했다. 백 없고 힘없는 이들만 피해를 본다는 말이다.
성주 칠곡 군위 대구/이경미 엄지원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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