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위험이나 재난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친척이나 친구보다도 언론을 더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것에 더 많은 경각심을 느끼는가에 따라서 정책적 결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결정한 정책결정은 언론이 주목하고 노출을 많이 하는 경향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적시의 결정이었는가는 따져볼 여지가 있다.
특이하게 7월 13일 KBS, MBC의 저녁종합뉴스를 보면 사드관련 보도에서 정부발표 뉴스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KBS와 MBC 둘 다 톱보도는 성주로 부지를 정한 국방부 입장이었고, 두 번째는 성주가 최적지로 꼽히는 이유를 나열했다. 세 번째는 수도권 방어의 해결책을 설명했다. KBS는 자막제목을 <사드 배치 ‘경북 성주’…남한 2/3 방어>라고 표시했고, MBC는 <사드 경북 성주 배치 확정…내년 말 운용>이라고 했다. 두 번째 보도에서 KBS는 <군사적 효용·주민안전 고려 성주가 최적>을, MBC는 <미사일 방어 최적기…中 입장도 고려>라고 표시했다. 세 번째 보도에서 KBS는 <수도권 방어, 사드 대신 패트리엇 증강”, MBC는 “수도권 방어는 패트리엇 증강 배치>로 뽑았다. 사드 관련 전체 보도 중에서 50% 이상이 국방부 입장의 뉴스인데, 두 채널은 보도내용조차도 유사하게 보도했다.
보도자료를 충실히 담는데 그친 사드보도, 검증보도가 절실하다
경북 상주에 배치될 사드에 드는 의문점
사드 정국이다.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는 ‘종말 고고도 구역 방어’로 현재 언론 대다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표현을 통일해서 쓰고 있다. 사드는 미사일의 종말지점이 40~150km 고도만큼 높은 경우에만 요격이 가능한 무기체계이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던 미사일이 목표지로 떨어지는 ‘종말’시점이 한참은 높아야지 쓸모가 있다. 미사일이 날아오는 포물선의 정점고도가 50km에도 못 미치는 미사일이라면 사드의 요격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방부는 ‘군사적 효용’을 고려해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의 최적지라고 발표했다. 인구와 국가 주요시설이 밀접한 수도권 방어는 투발성 미사일을 방어하는 방어체계가 별도로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거리가 가까운 수도권 방어는 별개로 놓고 ‘군사주권론’ 차원에서 중거리 미사일 방어를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발표는 의아스럽다.
북한을 향할 포대 북서쪽 2.5km 반경 이내에는 초등학교와 아파트, 성주의 중심지가 있다. 종말모드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바다 쪽을 비추고 있는 일본이나 괌과는 전혀 다른 사정이다. 내륙이면서 인구밀접지역으로 향하게 될 레이더를 처음 설치하면서 평택 이남에 주로 주둔해 있는 미군기지는 자연스럽게 사드 방어 권역에 포함되도록 한 점 등을 볼 때 미군을 위한, 미국의 압박에 의한 한국의 졸속 결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억지스럽지 않다. 사드 포대가 포함하는 레이더 작동과 관련해서도 인체 무해성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국방부 발 방송보도는 53%…검증보도 거의 없다시피
민언련은 지난 1주 동안 사드 관련 신문방송 보도를 모니터했다. 방송의 경우, 국방부 발표로 볼 수 있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보도가 53%로 절반이상을 차지했다(<표1>참조). 국제정세와 관련한 보도는 24%였고, 정치권반응과 주민반응은 합쳐야 21% 정도였다. 의혹 및 사실을 확인하려고 노력한 검증보도는 SBS의 3건 정도만 꼽을 정도다.
▲ 사드 도입관련 지상파 3사의 저녁종합뉴스 보도 비교(7/8~7/14). 표=민주언론시민연합 |
▲ 7월 13일, 톱보도부터 3번째 보도까지 내용 및 구성이 같은 공영방송. 사진=민주언론시민연합 |
신문의 경우, 7월 13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가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일제히 1면에 실렸다. 7월 15일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이 <30m앞 전자파, 허용치의 4.4%였다>였고, 중앙일보는 <사드보다 센 그린파인 전자파 30m 앞에서도 허용치의 4.4%”였다. 사드 포대에 포함될 레디어의 위험성 논란을 일축하려는 듯이 “주민·장병 이상 없”다는 점을 부제목으로 동일하게 강조했다.
▲ 유사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1면 기사 제목. 디자인=이우림 기자 |
언론의 제목이나 기사의 내용이 동일하거나 반복됐다. 특정한 표현이나 단어의 사용위치가 유사한 정도가 아니라 같은 것도 있다. 이들 보도는 겉으로는 분명 사실을 탐색하고 취재하여 정확한 정보를 보도하는 기사문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부가 준 보도 자료를 보다 상세히 설명하는 수준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검증을 하며 쓰는 것이 아니라 보도자료를 사실적인 기사체로 바꾸는 것 외엔 한 것이 없는 것은 아닐까?
세월호 참사 사건에서 대표적인 언론 오보는 ‘전원 구조’에 있다. 그런데 더 큰 오보가 있다. 해경이 만든 ‘구조대원 대거 투입’이다. 현장 확인도 없이 보도하라는 대로 사실감 있는 뉴스로 보도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또 한 번의 골든타임을 날렸다.
기시감이 든다. 사드 관련 보도에서 뉴스가 다루는 내용이 유사하고 들이는 시간마저 비슷하게 보일 정도이다. 언론에게 주어진 임무를 너무 경솔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기자들이 양심적으로 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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