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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ly 20, 2016

터키 쿠데타는 자작극?..대통령, 잇따른 권력 강화...FT는 터키인 10명 중 3명이 쿠데타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

터키 군 수뇌부가 쿠데타 모의를 사전에 알고 대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쿠데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부의 설명에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19일 터키 일간 휴리엣은 터키 참모본부가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쿠데타 모의를 인지한 사실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성명에서 참모본부는 “지난 15일 오후 4시경 정보당국의 (쿠데타 모의) 정보가 훌루시 아카르 총사령관 등에 전달됐으며, 이에 따라 탱크·비행기·헬리콥터 등의 이동을 금지하고 기지 폐쇄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실제 쿠데타가 발생하기 5시간 전이다.
또 “아카르 사령관이 이른바 ’선언’이라는 반역 문서를 승인하고 방송을 통해 낭독하도록 위협받았으나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쿠데타를 진압한 군인과 경찰을 “진정한 아들”이라며 영웅으로 추켜세우고 쿠데타 세력이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데타 세력 단죄를 통해 국민들은 반역자와 영웅적인 군인을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입장과 상반된 군 수뇌부의 발표는 이번 쿠데타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반대파를 제거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쿠데타를 꾸몄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자작극의 근거를 보도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휴가 중이던 서남부 휴양지 마르마리스에서 전용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이동할 때 쿠데타군의 F-16 전투기 2대가 따라붙었으나 격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시간 만에 제압된 쿠데타 세력의 어설픈 작전도 석연치않은 점으로 꼽힌다.
FT는 터키인 10명 중 3명이 쿠데타를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신문은 “터키인 2832명을 대상으로 15~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2%가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47%가 정부의 주장대로 팻훌라프 귈렌을 배후로 지목하긴 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이라 답한 이도 상당했다. FT는 “정부를 믿지 않는 터키인들 사이 음모론이 얼마나 팽배한 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터키의 군과 법조계에 이어 교육계에서도 숙청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영국 BBC는 20일 터키 정부가 전국의 대학총장 1577명에게 사임을 명령하고, 교사 1만 5200명을 파면했다고 보도했다. 재무부 공무원 1500명, 총리실 직원 257명도 해고됐다. 앞서 직위해제된 군인·경찰·판사·검사도 1만8000명에 이른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지금까지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로 직위해제·파면된 공무원은 4만 5000명에 이른다. 터키 정부는 이들이 쿠데타 배후인 귈렌의 추종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귈렌이 테러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을 뿌리까지 뽑아내겠다”고 선언했다.
수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이 쿠데타에 연루됐다며 대규모 숙청을 벌이는 터키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터키가 정적에 대한 복수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형제 부활이 거론되는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국에 체류 중인 귈렌을 송환하라는 터키의 압박은 거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19일 에르도안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 귈렌의 송환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쉬 어니스트 대변인은 “미국과 터키 사이의 협약에 따라 송환 여부는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터키 정부는 “의혹을 근거로 미국 정부가 귈렌을 인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브라힘 칼린 터키 정부 대변인은 “귈렌이 쿠데타에 개입했다는 강력한 의혹이 있다. (신병 인도의) 충분한 근거”라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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