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불가능…약속 깨뜨려 국제관계 악화"
대대적 숙청·언론사 폐쇄에 연일 비판 봇물 터지듯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터키가 사형제를 부활시켜 쿠데타 가담자들을 다스린다는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자 인권단체, 법률 전문가들이 경악하고 있다.
사형제가 인권에 반한다는 시각은 둘째치고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발생한 사건에 새 법을 적용하는 '법률 불소급 원칙'이 강행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21일 AP통신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AI)의 앤드류 가드너 터키 연구원은 "사형제는 터키 군사 독재의 잔재"라며 "사형제를 복원한다면 터키는 국제사회에 대한 기존 약속을 번복해 국제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터키의 법학자이자 인권 변호사인 빌단 이르미베소글루는 개정된 법을 소급해 범죄를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데타 용의자는 현행법으로만 재판해야 한다"면서 "제정되는 법으로 과거의 범죄를 소급해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한발 더 나아가 터키가 사형제를 복원한다면 원하는 EU 가입이 "곧바로 끝장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는 "터키 정부는 기본권과 법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사형제를 재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터키는 1980년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지 4년 뒤인 1984년의 사형 집행이 마지막이었고, EU 가입을 추진하면서 10년 뒤인 2004년에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민심을 따르겠다며 사형제를 복원해 쿠데타에 가담한 이들을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CNN방송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왜 내가 그들(쿠데타 가담자들)을 감옥에서 수년 동안 먹여 살려야 하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친지와 아이들을 잃었기에 빠른 처단을 원하며 고통으로 민감한 상태이므로 아주 합리적이고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형제 부활을 언급했고, 터키 주요 도시의 친정부 시위대는 사형제 복구를 연호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위대의 사형제 요구에 반대하지 않은 채 의회가 논의해야 할 헌법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의회가 사형제를 승인한다면 지지하겠고 밝혔다. 터키 의회는 집권 정의개발당(AKP)가 과반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 인터뷰에서도 사형제 부활에 반대하는 EU에 대해 "EU는 전 세계가 아니고 그냥 28개 나라"라며 "미국도, 러시아도, 중국도 사형제가 있다"고 말해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한편 앰네스티는 터키가 쿠데타와 관련한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색출하며 언론을 통제하는 데 대해 언론 및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앰네스티는 "쿠데타 관련자의 조사와 처벌은 합법적인 것으로 이해할만하지만, 터키 정부는 법을 지키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현재 터키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탄압'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터키 당국이 쿠데타 시도 다음 날 20여 개 이상의 뉴스 웹사이트를 차단했고, 25개 언론사 면허를 취소했으며, 언론인 34명의 취재 카드가 취소되고 1명은 체포됐다고 전했다.
앰네스티는 터키 당국이 인권을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를 자의적으로 제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터키 정부가 인권 보호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 없기를 촉구한다"며 군, 경찰, 공무원, 법조인, 교육자 등의 대량 해임 사태에 우려를 나타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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