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에 이어 아들의 의무경찰 보직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우 민정수석의 아들이 의무경찰로 입대한 뒤 일명 '꽃보직'으로 통하는 곳으로 보직을 옮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가 소유한 부동산 거래에 우 수석이 막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2011년 검찰에 소속돼 있었던 우 민정수석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번 아들 특혜 의혹은 청와대의 막강 실세로 통하고 있고, 사정라인의 최고 책임자로 통하는 민정수석의 자리에 있을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도덕성 면에서 치명타가 더 크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우 수석의 아들은 지난해 4월 15일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지만 두달 후인 7월 3일 서울청 운전병으로 전출됐다.
정부서울청사 경비대는 집회 시위가 많아 힘든 보직인데 내부 근무가 많은 서울청 운전병으로 보직을 옮긴 것이다. 절차도 무시됐다. 의경 행정대원 전보 제한기간 규정을 보면 보직 이동은 부대 전입 후 4개월 이상 지났을 때 가능하다.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선발하는 규정도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의혹은 경찰의 입을 통한 내부 폭로(한겨레 보도)로 터져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관리하는 '부하' 경찰이 '수장'의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정권의 실세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청 관계자는 우 수석 아들의 보직 이동이 이상철 당시 경비부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전출이라고 증언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유학 가 있던 아들에게 들어와서 군대를 가라고 해서 간 것"이라며 "아들의 상사라고 하는 사람도 부탁이고 뭐고 간에 본 적이 없고 만나거나 전화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경 사정라인 최고 책임자인 우 민정수석이 당시 경무관급 인사였던 이상철 서울청 차장(현 치안감)을 몰랐다고 하기엔 변명이 군색하다.
이상철 서울청 차장은 강신명 경찰청장과 함께 경찰대 2기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서울경찰청 경비1과장에 있으면서 경무관급으로 승진했다. 500명 가까운 총경 중 경무관급 승진은 해마다 10~15명에 불과하다. 경무관은 경찰청 본청과 지방청을 포함해 40여명 정도다. 경찰관 고위직에 속한 이상철 차장을 당시 우병우 수석이 아예 몰랐다는 말은 쉽사리 믿기 어려운 대목이다.
더욱이 이 차장은 2015년 12월 서울청 차장으로 수직 이동해 경무관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서울청 경비부장으로 집회 시위 진압의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정권의 최대 관심거리였던 민중총궐기의 경비 실무 책임자를 우병우 수석이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이상철 차장은 치안감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기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아들도 함께 데려갔고 우 수석의 아들은 현재도 차장실에서 운전병을 맡고 있다.
이상철 차장도 "선발 당시 우씨가 우 수석의 아들이라는 점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것 때문에 선발한 건 아니다"라며 면접자 3명 중 우씨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의 내부 폭로로 터진 이번 의혹의 성격상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경찰 조직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19일자 <우병우 ‘경찰 인사자료’ 배제… 진경준 부실검증 자초했다>라는 기사에서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월 민정비서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승진한 직후부터 청와대가 장차관 등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경찰을 배제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할 당시인 지난해 2월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우병우 민정수석이 경찰 쪽 정보를 배제하면서 일어난 참사라는 지적이다.
지난 2009년부터 청와대는 경찰 정보를 활용해 인사 검증을 해왔지만 2014년 5월 우병우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경찰 쪽 정보는 활용하지 않고 주로 국정원의 존안 파일과 세평 등의 인사 검증 자료만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경찰 라인의 정보를 홀대하면서 인사 검증에 실패했고, 우 수석의 아들 특혜 의혹도 이 같은 경찰 쪽 불만이 터지면서 내부 폭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 하지 않은 의혹 제기에 대해서 (정무적) 책임을 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사퇴를 일축했다. 하지만 아들 특혜 의혹은 사정 라인을 총괄하는 자리인 민정수석의 역할을 내부 조직이 전면 부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어느 의혹보다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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