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 |
ⓒ 남소연 |
"창조경제혁신센터에 특정 대기업 독점 권한을 줘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고 있다."
국민의당 상임대표를 지낸 안철수 의원의 이른바 '창조경제 동물원' 발언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까지 안 의원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안 의원 발언에 이렇게 발끈한 까닭은 무엇일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가 공인 동물원" 발언 일파만파
중소기업 가운데 기업과 주로 거래하는 'B2B' 기업은 거래선이 다양해야 생존할 수 있는데, 대기업들이 독점 계약을 많이 요구하다 보니 결국 국내 중소기업은 특정 대기업이 만든 '동물원'에 갇혀 시장 규모도 키우지 못하고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특히 안 의원은 우리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거론하면서 "처음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 때 충청권, 영남권, 호남권, 수도권 등 권역별로 만들어 3~4개 대기업이 공동 관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그런데 17개 시도에 센터를 만들고 특정 대기업에 독점 권한을 줘 결국 '국가 공인 동물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창조경제센터를 권역별로 만들면 창업 기업들이 적어도 3~4개 대기업에 동시 납품할 수 있는데, 대기업의 독점 계약 관행을 깰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쓴소리였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전국 17개 시도에 각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면서 삼성, 현대차, LG, SK, KT, 롯데,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대기업에서 한 군데씩 전담하도록 했다. 창업기업에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판로 개척이나 해외 진출 등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였지만 자칫 전담 대기업에 종속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는 표현에 더 발끈했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장들이 모인 창조경제혁신센터협의회는 5일 성명에서 "청년 벤처기업인이 동물원의 동물인가?"라며, 안 의원이 창업기업을 모독했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비판을 위한 비판"
▲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 | |
ⓒ 유성호 |
청와대 대변인 출신 민경욱 새누리당 의원도 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창조경제 지속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예정된 개회사까지 고쳐가며 안철수 의원 비판에 할애했다.
민 의원은 "(안 의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비판이) 과연 무엇을 근거로 말한 건지, 이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혁신센터에 대기업이 1대 1 매칭으로 참여하는 구조는 지역별 독점 권한을 부여한 게 아니라 지원 전담기업으로서의 책임성을 부여한 것"이라면서 "전담기업은 지역별 집중 지원을 기본으로 지역을 넘어서 기능과 분야별로 전국 모든 창업, 중소기업에게 특화된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대기업에 의한 불법·불공정 거래로 인한 침해 사례가 확인된 바 없다"면서 "단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창조경제 주무부처 수장인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도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미래부 주요 현안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단통법 개정, 유료방송 해법 등 주요 현안에는 말을 아꼈고, 주로 창조경제를 둘러싼 논란을 진화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최 장관은 안 의원 발언에 대해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기업은 창업기업에 노하우를 전수하고 글로벌 진출을 돕자는 것"이라면서 "대기업이 자기 분야나 특정 지역을 독점한다든가 보육한 기업을 소유하거나 종속시킨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6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안철수 의원 발언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
ⓒ 김시연 |
다만 최 장관은 "충북센터에서 3개 업체가 전담기업인 대기업에 납품하는 사례는 있지만 종속 관계는 아니었고 다른 기업에도 납품하는 자유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서 "초기엔 지역 센터에서 전담 대기업 외에 다른 기업은 접촉 못 한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른 지역센터 대기업 도움을 받는 등 협력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센터 가운데 잘 되는 몇 군데만 남고 나머지를 없애거나, 권역별로 모아 클러스터로 만들자는 제안에도 최 장관은 "창조경제는 서울, 경기 등 잘 되는 데뿐 아니라 전국에 골고루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일자리도 만드는 게 정책 목표여서 특정 지역에만 만드는 건 기본 방침과 맞지 않고 (지역별로) 묶는 것도 과거 정부의 유사한 정책과 중복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같은 반응에 안철수 의원은 이날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중소벤처기업들과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오히려 중소벤처기업을 착취하는 동물원을 만든다고 말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안 의원은 '창조경제' 자체보다는 대기업 중심 산업 구조를 비판했는데, '창조경제'를 앞세워 대기업 독점 구조를 더 고착화시킨 박근혜 정부 스스로 '도둑이 제 발 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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