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북한의 발표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최소한 한국, 일본, 괌 미군기지 등에 대한 핵 보복 공격 능력을 갖췄으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에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제 미국은 점점 더 북한과 대화를 시작해 핵 동결이라도 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과 지도부 ‘정밀 타격’으로 더 큰 파국을 막아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의 비확산론자 제프리 루이스 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e메일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의 일부 당국자들이 북한 지도부를 정밀타격함으로써 핵 보복 공격 명령을 차단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밀 타격을 피한 북한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을 타격하는데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더 분명해진 미·중 간의 전략적 긴장 때문에 북한의 레짐체인지 가능성도 낮은 상황에서,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통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북한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어떤 나라든 핵실험을 5번 하면 미사일에 적합할 정도로 충분히 소형화된 핵탄두를 만들 수 있었다. 북한이 그것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지금까지 핵실험을 5번 이상 한 나라는 북한까지 6개국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미 한국, 일본은 물론이고 태평의 섬들까지 보복 공격을 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무엇인가.
“북한은 지역 수준의 핵 전력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서울-인천과 부산, 그리고 동북아의 미군기지나 항만, 비행장 등을 타격함으로써 타국의 공격을 격퇴할 수 있게 된다. 북한은 그러한 2차 타격 능력의 보유, 특히 미국을 위협할 ICBM을 작은 규모라도 보유하게 되면 침략을 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북한은 사담 후세인처럼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미 가진 능력으로 그런 공격을 억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이 억지에 실패했다고 판단한다면 핵무기를 쓸 것이다. 그것은 서울을 때리고, 부산을 때리고, 주일미군 기지를 때릴 것이다. 그러한 핵 보복 공격의 충격이 우리가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해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사드 배치 등으로 역내 동맹국들의 방위를 재확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만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차단할 수 있나.
“우리의 정책들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지 못할 것 같다. 미사일방어와 다른 군사적 역량이 얼마간 보호를 제공해줄 수는 있겠지만 한국, 일본은 북한의 핵 무장 미사일에 점점 더 취약함을 느낄 것이다.”
-제재가 북한 핵개발을 막는데 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고, 중국의 정책이 조만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무엇을 할 수 있나. 우리는 점점 더 군사적 타격과 대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고 본다. 정밀 타격의 문제는, 타격에서 살아남은 북한 미사일이 한국과 일본을 타격하는데 쓰일 것이라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일부 관리들, 특히 서울의 일부 관리들은 북한 지도부 정밀 타격으로 수뇌부의 목을 잘라내(decapitate) 핵무기 공격 명력을 막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것 같은데,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우리(미국)는 한국의 일부 당국자들이 김정은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설득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들(한국)의 미사일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우리가 이라크 자유 작전 초기에 사담 후세인을 죽이려고 시도해봤지만 놓쳤다. 김정은은 후세인과 달리 핵무기를 갖고 있고, 그 때처럼 놓치면 그것으로 끝장이다.”
-협상을 통한 해법을 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것인가. 차기 미 행정부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조언하겠는가.
“북한은 대개 자신이 개발하지 않은 능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약속을 얻어내는 대가로 기꺼이 포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미 개발한 능력은 그런 약속과 맞바꾸지 않으려 했다. 따라서 비핵화 전망은 매우 암울하다. 우리가 바랄 수 있는 최선은 일단 협상을 통해 이미 진전될대로 진전된 북한의 핵 개발을 동결시키는 것이다.”
<워싱턴|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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