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뇌물죄 인정되면 몰수·추징되지만
직권남용은 몰수된 전례 거의 없어
기업들 소송 통해 돈 돌려받을 수도
문체부의 재단 설립허가 취소도 방법
직권남용은 몰수된 전례 거의 없어
기업들 소송 통해 돈 돌려받을 수도
문체부의 재단 설립허가 취소도 방법
검찰이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기업에 압력을 넣어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을 마련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앞으로 두 재단 재산의 향방이 관심을 끈다.
검찰이 안 전 수석과 최씨 등을 제3자 뇌물수수 또는 뇌물죄로 기소하고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면 형법에 따라 재단 재산은 몰수되거나 뇌물 상당액이 추징된다. 필수적 몰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형법 제134조는 ‘범인 또는 정을 아는 제삼자가 받은 뇌물 또는 뇌물에 공할 금품은 몰수한다. 몰수하기 불능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최씨의 구속영장 청구 혐의에 적용된 직권남용으로 기소해 유죄판결이 나면 몰수가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직권남용으로 얻은 재산은 뇌물죄와 달리 의무적으로 몰수하는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겼거나 이로 인해 취득한 물건은 전부 또는 일부를 몰수할 수 있다’는 형법 제48조를 검토해볼 수 있지만, 이 조항은 직권남용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한 판사는 “법원이 직권남용을 인정해 몰수를 선고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직권남용은 직권을 남용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얻은 재산이 있다면 뇌물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법 제48조로도 몰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광철 변호사는 “직권남용으로 얻은 금전적인 이익도 범죄행위로 생긴 것이기 때문에 형법 제48조에 따라 몰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산의 소유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형법 제48조에서 몰수 가능한 물건은 ‘범인 이외의 자의 소유에 속하지 않거나, 범죄 뒤 범인 이외의 자가 상황을 알면서 취득한 물건’에 국한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재산은 ‘재단법인’ 소유이기 때문에 제3자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어 몰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몰수보다는 기업들이 민사소송으로 돌려받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판사는 “직권남용이 인정되면 대기업이 자기 의무가 아닌데도 기금 출연을 강요당했다는 뜻이기에, 기업이 재단에 돈을 돌려달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뇌물죄가 아닌 이상 재단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재단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에서 회신받은 유권해석을 보면, 허위 회의록 등을 작성해 받은 두 재단의 설립허가는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법인 설립이 취소되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은 해산된다. 해산된 법인의 재산은 민법 제80조에 따라 정관으로 지정한 사람에게 주거나 법인의 목적과 유사한 목적에 활용될 수 있다. 둘 다 어렵다면 재단의 재산은 국고로 귀속된다.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의 정관은 해산 때 남은 재산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감독청의 허가를 얻어 귀속대상을 결정하되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유사한 목적을 수행하는 비영리법인으로 귀속시킨다’고 돼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재 검찰이 적용하려는 직권남용만으로는 두 재단의 재산을 몰수하기 어렵다”며 “주무관청이 재단 설립을 취소해 정당한 방식으로 얻지 않은 두 재단의 기금을 어떻게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최현준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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