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 가득 메운 "박근혜 퇴진" 함성 5일 오후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수만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종로 거리를 가득 채우며 행진하고 있다. | |
ⓒ 신동준 |
20만(경찰 추산 4만3000명)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의 함성을 쏟아낸 5일 밤의 집회가 여타 박근혜 정부 비판 집회와 크게 달랐던 점은 참여 세대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50대에서 70대까지, 5070들을 거리로 끌어낸 건 '박근혜에 대한 배신감' 때문으로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 높은 투표 응집력을 발휘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누구보다 기여한 세대가 5070이다. 하지만 이날 광화문 거리에선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5070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60대 초반 부부는 등산을 갔다가 광화문에 합류했다. 등산이 취미라 걷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며 행진한 이 부부는 똑같이 "박근혜한테 투표했다"고 밝혔다. 남편 이아무개씨는 이날 거리로 나선 이유를 "배신감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지금 생각해보니 다 속았다. 말 많이 안 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무슨 깊은 생각이 있어서 말을 안 한 게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속은 거 같아서 화가 난다"며 "국회의원들 별로 안 좋아하지만 사실 국회의원들보다 대통령이 더 나쁜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 안정만 외쳐선 안되지 않느냐"
▲ 분노한 시민들 "박근혜 퇴진" 5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내려와라_박근혜 2차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수만명의 시민, 학생, 노동자,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
ⓒ 권우성 |
다른 한 부부는 복장이 전혀 달랐다. 부인은 아웃도어 복장에 구호도 외쳤지만, 양복 차림에 넥타이까지 맨 남편은 묵묵히 점잖은 걸음으로 을지로를 행진하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남편은 59세. 지난 대선 때 누구에게 투표했느냐고 물으니 "아무래도 사업하는 사람들은 안정을 추구하는 면이 있죠"라고 에둘러 답했다. 보수 후보에 투표했다는 뜻이다.
데모란 걸 생전 처음 해본다는 그는 "그런데 아무리 안정이 좋다 해도 정치가 이런 상황인데 그냥 안정 안정만 외쳐선 안되지 않느냐"며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 한다. 그 뒤에 안정을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보니까 말이지, 우리가,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박정희 대통령 말부터 지금까지 42년 동안 최태민이 일가에게 놀아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쩌면 그렇게도 주변에 직언하는 사람들이 없었는지, 사실 직언하는 사람 말을 듣지 않는 것도 박근혜 책임"이라고 한탄했다.
함께 행진하고 있는 모녀도 있었다. 1942년생 어머니와 40대인 딸이 처음으로 같이 정부 비판 집회에 나섰다. 어머니는 대뜸 "우리가 좀 이렇게 해야, 대통령이 하야를 해야 정국이 안정될 것 같아서 나왔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사실 나는 지난 번엔 안철수를 지지했다"며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너무 못했다. 다른 대통령과는 좀 다를 줄 알았는데 더 못한 것 같다"며 "그런데 이번에 터진 걸 보니까 나라를 최순실이한테 다 갖다바쳤다. 이러면 나 같은 사람도 좀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좀 측은하기도 하다"며 "왜 그런 애(최순실)한테 넘어가서 이 지경을 만들었는지"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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