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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November 3, 2016

나라가 이 꼴인데 장사는 무슨 장사 '국민 살림살이' 나아지려면 부패한 정권 물러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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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를 중심으로 지역 경제가 움직이는 기업도시인 울산 동구가 조선업 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이 사진은 해당 글과 관련이 없습니다
ⓒ 연합뉴스

"누구는 밤낮없이 일해서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기업에 수십억씩 등쳐서 호의호식하는 꼴이라니. 준 놈, 받는 놈 다 잡아 넣어야 해요. 대통령이 아니라 삥 뜯는 얼굴마담이었어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검찰 출두 모습을 지켜보던 옆집 사장님의 볼멘소리다. 장사는 개점휴업 상태. TV 앞에 팔짱을 끼고 선 상인들의 입담은 옮겨 적기에도 힘든 육두문자가 판친다. 축구 경기 때는 서로 박수를 치고 어깨를 걸던 상인들. 분노하고 있다. 국가가 통째로 농락당했다는 자괴감과 수십, 수백억의 검은돈이 따지고 보면 내 호주머니 쌈짓돈이라는 사실이 참기 어려운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상가의 모습은 참 을씨년스럽다. 

절망적인 내수경기. 장사할 맛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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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먹고 사는 게 말이 아니다. 자영업자는 임대료조차 낼 수 없어 매장을 비우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유랑민처럼 떠돈다. 집값, 전세는 천정부지로 뛰고 물가마저 들썩거리고 있다. '내수의 침체. 수출의 부진' 오래된 비관적인 경제 전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일의 삶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도 없다. 국민 모두가, 국가 전체가 엄청난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는 모양새다. 

대통령은 4년 내내 경제 침체의 돌파구로 창조 경제를 이야기했다. 암덩어리 같은 규제를 혁파해야 된다고도 주장했다. 노조에게는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눈을 부라렸고 국민들에게는 성장을 위한 고통의 인내를 주문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드러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본질은 '권력의 뒷돈 챙기기'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었다. 검은 돈이 오간 통로를 창조 경제로 치장했고, 검은 돈의 대가로 권력은 자본에 요구에 맞게 각종 규제를 풀었다. 

최순실 국정농락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드러나자 일부 언론에서는 최순실에게 화살을 겨누면서 기업 협박설을 내보내고 있다. 최순실이 안종범 정책수석 등을 동원하고 청와대를 내세워 기업을 갈취했다는 논리다. 일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협박설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기업이 공범에서 일순간 피해자로 바뀔 수는 없는 일이다. 부당한 편의와 특혜를 제공한 권력. 그 대가로 검은돈을 건넨 자본. 과거에 숱하게 있었던 정경유착 사건과 본질은 하등 다를 바 없다. 

국민경제에 빨대를 꼽고 기생해온 정권과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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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종범 "강제모금 여부 검찰에서 말하겠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의 자금출연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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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 모금을 주도한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8일 오전 9시50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 최윤석

최순실과 박근혜 정권은 가해자. 전경련과 기업은 피해자라는 주장은 틀렸다. 한 기업은 요구받은 돈을 주는 대신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또 다른 기업은 차은택씨가 주도하는 사업에 참여해, 건물부지를 빌리며 임대료를 (땅값의)5%에서 1%로 낮추는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밝혀진 것처럼 모금의 통로는 전경련이었다. 자발적 모금이라고 강변하던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 최근 안종범 전 정책수석 모금제의에 의한 것이라며 진술을 번복했지만 모금 창구 역할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경련은 기업에서 수억, 수십억 원을 갹출하여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했고 대신 각종 규제 철폐를 주문했다. 올 5월까지도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해서 수도권 규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등 대기업의 이익이 첨예하게 결부된 7대 규제의 해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시간당 440원 오른 2017년 최저임금 인상에 볼멘소리를 해온 것도 전경련이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으로 확정되자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많이 올라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쏟아 내면서 높은 임금인상률 때문에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엄포를 쏟아 내기도 했다. 440원 오른 최저임금에 기업 활동 위축을 운운하던 전경련과 대기업들. 수십억 검은 돈의 헌납이 기업 활동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경제는 과학적 정치의 소산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가계 부채를 합친 총량보다 더 많아진 가계 부채, 저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 양산, 청년 실업과 저출산 등은 부패한 정경유착의 결과물이다. 저임금, 손쉬운 해고, 온갖 특혜를 검은 돈과 맞바꾼 정치권력이 국민들을 빈곤에서 헤어 나올 기회를 뺏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경련과 기업들, 그들도 피해자가 아니라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나눠 가진 공범일 뿐이다.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국민 세금으로 쏟아 부은 돈이 4조 원에 이른다. 국민 1인당 10만 원을 대우조선에게 도와준 셈이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끼친 피해는 여기에 견줄 게 아니다. 기업은 미르·K스포츠 재단에 800억 원을 헌납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었다. 일해도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가계의 빚은 늘어났고 삶의 질은 곤두박질쳤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강 다리 난간에 올라서야 했고, 신혼부부들은 2세 계획마저 포기해야 했다. '정권―최순실―미르·K스포츠 재단―전경련―기업' 모두가 국민의 살림에 빨대를 꼽고 기생해온 것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이자, 창조경제의 추악한 이면이다. 

"이제 좀 꺼져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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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퇴진!" 시민 촛불대회 지난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부근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더 이상 이런 정권은 필요치 않다. 경제 민주화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하고 '창조경제'라는 주술적 용어로 국민을 현혹해서 기업과 손잡고 국민의 호주머니를 턴 정권. 더 이상은 존재이유가 없다. 국민의 생활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이런 정권 물러나는 게 맞다. 국가와 국민들의 혼란이 야기된다고? 웃기는 소리다. 최씨무신(巫神)권력의 허수아비가 된 박근혜 정부를, 국민들의 삶과 기업의 탐욕을 맞바꾼 전경련을 두고, 이 혼란을 수습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들의 허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 4년 동안 대통령이 누구였느냐는 자괴감과 이런 정권에게 국민의 삶을 맡겨왔다는 분노로 전국이 요동치고 있다. 내수는 멈추었고 수출조차 휘청대고 있다. 팔리는 건 술과 담배밖에 없다는 슈퍼 주인. 나라가 이 꼴인데 장사는 무슨 장사냐며 혀를 차는 주변 상인들. 앞으로 경제가 더 절망적인 건 국민들의 공황장애 같은 심리 상태로는 소비의 진작도, 내수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다는 거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가는 연일 주저앉고 수출도 내리막길로 가고 있다.  

11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김병준 국민대교수를 국무총리로 내정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반전을 꾀했다. 어리석다. 총리를 바뀌고 장관 몇 명을 교체해서 이 사태가 수습되리라 생각하는지.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고 국가와 국민에게 끼친 해악은 너무 크다. 하늘에 죄를 얻으면 빌 곳이 없다는 옛말도 있다. 하늘 같은 국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으니 물러나는 게 맞다. 이런 노래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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