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부동산 9억 등 11억 신고
법 규정된 공시지가보다 5억 줄여
아내 명의 임야 지분율도 낮춰
현재까지 보유…가치 20억대
‘유엔 직원 재산신고’ 업적 꼽지만
자신은 일부 부동산·연금소득 논란
반쪽 “윤리국이 공개내역 바꿀수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무총리 의전비서관 시절인 1987년 매입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대지. 반 전 사무총장은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을 퇴직하면서 이 땅을 포함한 부동산 4건의 재산신고를 5억원 남짓 축소 신고했다. 이 땅은 현재 인근 사찰의 무료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공시지가는 10억7541만원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퇴직자 재산신고를 하면서 전체 재산의 절반에 달하는 5억여원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인데다 축소 신고한 재산 규모가 커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06년 11월24일치 관보를 보면, 반 전 총장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2006년 11월 외교통상부 장관을 퇴직한 뒤 부동산 9억4737만원을 포함해 총 11억377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공직자윤리법은 신고 대상 부동산 가격을 개별공시지가 또는 실거래가격으로 하도록 하고 있는데, 반 전 총장은 △본인 명의 서울 사당동 아파트(209.77㎡) △어머니 명의 충주 문화동 아파트(129.58㎡) △본인 명의 서울 양재동 대지(263㎡) △아내 유순택씨 명의 인천 둑실동 임야(1만7851㎡) 등에 걸쳐 모두 5억1334만원을 축소 신고했다. 공직자윤리법에 규정된 대로 당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 반 전 총장은 부동산 공시지가 총액을 14억6072만원으로 신고했어야 한다.(표 참조)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이다.
특히 아내 명의 둑실동 임야는 지분율을 축소 신고했다. 해당 토지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유씨는 이 땅의 지분 25%를 소유하고 있다가, 2006년 4월 숨진 어머니에게서 25%를 추가 상속받아 지분율이 50%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신고내역에는 지분율을 25%로 기재했다.
당시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고위공직자의 재산신고 내역을 심사한 뒤 거짓으로 등록한 혐의가 있으면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를 의뢰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산등록 의무자가 제출한 자료의 보존 연한이 10년이어서 공직자윤리위의 심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반 전 총장 가족은 현재까지 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공시지가 기준 가치는 20억6169만원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재직 시절 자신의 업적으로 직원들의 재산신고와 자발적 공개를 꼽았지만, 정작 자신은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유엔 누리집에 공개된 2006~2014년치 재산공개 내역을 보면 2007~2010년까지는 경기도의 비주거용 토지(아내 명의 임야로 추정)가 들어 있지만, 2011년치부터는 제외됐다. ‘유엔 이외의 소득’ 항목에서도 2010~2011년치엔 한국 정부의 연금소득을 공개했지만, 다른 해에는 빠져 있다. 또 2009년까지는 부동산만 나오다가 2010년치에서야 금융계좌를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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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반 전 총장 쪽은 “유엔에 제출한 재산신고 원본에는 해당 재산의 변동내역이 매년 포함됐으나, 공개되는 리스트는 주무 부서인 윤리국의 판단에 따라 연도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가 지난 18일 설명을 요청한 재산 축소신고에 대해서는 이날까지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정병진 공의실현을 위한 목회자모임 대표 등 시민 5명은 이날 반 전 총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반 전 총장의 대통령 선거 피선거권이 없음을 확인해 달라는 ‘피선거권 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이들은 소장에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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