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변호사, 기자회견 자청/"최씨 자백 강요하며 폭언" 주장/ 탄핵심판 공정성 등 문제 제기/ 지지층 결집 노린 '승부수' 관측
특검, 허현준 행정관 조만간 소환/ 친정부 시위 사주 의혹 추궁할 듯
특검, 허현준 행정관 조만간 소환/ 친정부 시위 사주 의혹 추궁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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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상대로 총공세에 나섰다.
이른바 ‘태극기 시위’로 대표되는 박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여론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일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시간끌기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특검은 청와대의 ‘관제데모’ 지원 의혹을 정조준하고 나서는 등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 마” 최순실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26일 자신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씨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강압수사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주의 입에 올리지 마’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이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2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특검이 최씨를 상대로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에서 특검 관계자가 최씨한테 자백을 강요하고 심지어 ‘삼족을 멸하겠다’ 등 폭언까지 일삼았다”며 “이는 형법상 독직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 조사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로 녹음·녹화가 됐을 건데, 그 내용을 특검이 공개해야 한다”면서 “특검이 이의가 있다면 검찰, 경찰, 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의 기관이 나서 조사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루 만에 또 돌변 26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한 최순실씨(왼쪽)는 전날 소리를 지르며 억울함을 항변하던 모습(오른쪽)과 확연히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연합뉴스 |
이를 두고 전날 최씨가 특검에 출석하며 “너무 억울하다. 여기는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고함을 지른 것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변호사 기자회견에 앞서 최씨가 먼저 운을 띄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를 운영하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씨의 ‘40년지기’ 박 대통령도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최순실 게이트는 거짓말을 쌓아올린 산”이라며 “오래전부터 이번 사태를 기획한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한 중앙일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헌재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헌재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며 전원 사퇴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조계에선 ‘특검 수사와 헌재 심리가 반환점을 돌아 종반으로 치달으며 불안해진 박 대통령 측 심리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특검은 2월 초순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뒤 박 대통령을 대면조사하겠다는 일정표를 제시했다.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 임기가 끝나는 3월13일 이전에 탄핵심판 결정을 선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이 특검과 헌재의 공정성에 흠집을 냄으로써 지지층의 단결을 호소하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명절 직전의 잇단 여론전 시도에 특검팀은 잔뜩 격앙된 분위기다. 특검팀 관계자는 “(박 대통령 측의) 근거 없는 주장에 개의치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특검팀은 우선 청와대가 보수단체들을 동원해 친정부 시위에 나서도록 하고 그 비용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냈다는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허현준(48) 청와대 행정관을 소환해 관제데모 지시 의혹을 추궁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미 전경련 관계자들로부터 ‘청와대가 친정부 보수단체 지원을 강력히 요구해 회원사들로부터 연간 30억원 이상을 걷어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최씨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단서를 잡고 최씨를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공범으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는 문화계의 좌편향 극복이라는 이념적 차원이 아니고 자신의 문화계 장악에 장애가 되는 세력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제거하려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특검에 소환될 때 고함을 지른 최씨는 이날은 특검에 출석하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태훈·권지현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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