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발표…계엄사 문서·구두 지시 확인
21일·27일 광주시민 상대로 여러 차례 사격
수원·사천 공군 전투기 폭탄 탑재 대기 확인
헬기조종사들, 무장했지만 사격은 여전히 부인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국방부 5·18 특조위는 5·18 민주화 운동 때 군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사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7일 밝혔다. 국방부가 5·18 항쟁 당시 헬기기총사격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18 민주화운동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 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위원장 이건리 변호사)는 이날 조사결과 발표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간 육군이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해 광주시민을 향해 사격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또 공군도 수원과 사천 비행단에서 이례적으로 전투기와 공격기에 폭탄을 장착한 채 대기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전투기 폭탄 장착이 광주 폭격 의도였는지, 전투기의 광주 폭격 계획이 검토됐는지 여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5·18 특조위는 해군(해병대)이 광주 출동 목적으로 마산에서 1개 대대를 대기시켰다가 출동 명령이 해제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조위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5·18 민주화운동 기간에 육군은 광주에 출동한 40여대의 헬기 중 일부 공격헬기 500MD와 기동헬기 UH-1H를 이용해 5월21일과 5월27일 광주시민을 상대로 여러차례 사격을 가했다.
특조위는 헬기의 기총 소사 근거로 1980년 5월21일부터 계엄사령부는 문서 또는 구두로 여러차례 헬기 사격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
계엄사령부는 5월21일 도청 앞 집단발포와 병력의 시 외곽 철수 뒤인 22일 오전 8시30분께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 헬기사격이 포함된 ‘헬기작전계획 실시지침’을 하달했다. 지침에는 ‘무장폭도들에 대하여는 핵심점을 사격 소탕하라’, ‘상공을 비행 정찰하여 버스와 차량 등으로 이동하면서 습격, 방화, 사격하는 집단은 지상부대 지휘관의 지시 따라 사격 제압하라’ ‘시위사격은 20미리 발칸, 실 사격은 7.62 미리가 적합’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계엄사령부는 헬기사격할 때 사격 전 3~5회의 경고방송을 하도록 지시했다. 방송 내용은 ‘지금부터 소요를 진압하기 위하여 작전을 개시한다’ 등이며, 방송 뒤에는 ‘무장을 한 자나 사격을 실시하는 자는 사살하고 계속 저항하는 자는 집중사격’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특조위는 헬기 운행일지 등을 찾으려 했으나 해당 부대들이 보관하고 있지 않거나 보존기간 경과로 파기됐다고 주장해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영시 당시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은 5월23일 김기석 당시 전교사 부사령관에게 ‘무장헬기 UH-1H 10대, 500MD 5대, AH-1J 2대 등을 투입해 신속히 진압작전을 수행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하는 등 5월20일부터 26일까지 4차례에 걸쳐 헬기 작전을 지시했다. 특히 ‘코브라로 APC를 500MD로 차량을 공격하라’는 취지의 명령도 했다. 김재명 당시 육군본부 작전참모부장도 5월23일 소준열 당시 전교사 사령관 등에게 “왜 전차와 무장 헬기를 동원해 빨리 진압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
또 황영시 부사령관은 5월22일께 김순현 당시 전교사 전투발전부장 김순현에게 ‘무장헬기 2대를 광주에 내려보내니 조선대학교 뒤쪽의 절개지에 위협사격을 하라’고 명령했다. 김순현 부장은 이에 따라 22일께 이아무개 당시 103항공대장에게 ’코브라로 광주천을 따라 사격하라’고 명령하고, 김아무개 당시 506항공대장에게 ‘광주천에 무력시위(헬기사격)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최아무개 11공수여단장은 24일 오후 1시55분께 주답지역에서 광주비행장으로 철수하던 11공수 63대대 병력이 보병학교 교도대의 공격을 받자 시민들의 공격으로 오인하고 이아무개 103항공대장에게 ‘코브라로 무차별사격하라’고 명령했다.
광주에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들 5명은 헬기에 무장한 상태로 광주 상공에서 비행했다고 진술했으나 헬기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특조위는 △103항공대 조종사 4명이 5월22일 AH-1J 코브라 헬기 2대에 발칸포 500발씩을 싣고 광주에 출동했다고 진술했고, △20사단 청정작전 상보 첨부자료에 의하면 103항공대는 5월23일 전교사에서 발칸포 1500발을 수령했다는 점을 들어 코브라 헬기에서 발칸포를 사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사격했는지와 △공군 전투기 등이 광주 폭격을 위해 출격 대기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돼, 조사 활동을 해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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