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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February 8, 2018

MB 기무사 대선개입 첫 확인..국방부, 알고도 미적대다 시효 넘겨


국방부 댓글 조사 TF가 '대선 개입' 정황이 분명한 국군기무사령부의 트위터 계정을 지난해 11월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사 TF는 이후 두 달간 아무도 기소하지 못해 지난해 말까지였던 공소시효를 넘겨버렸다.
조사 TF가 확보한 계정은 대선 전 '보수 결집'을 주문하는 글을, 대선 직후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축하 글'을 퍼 날랐다.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불거졌을 때 문제를 제기하는 당시 조국 교수를 인신공격하는 글을 올리며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댓글 조사 TF 두 달간 뭐했나?
국방부 댓글 조사 TF가 '대선 개입' 의혹이 있는 기무사 트위터 계정을 확보한 것은 지난해 11월 초쯤이다. 조사 TF는 검찰로부터 의심스러운 기무사 트위터 계정 여러 개를 건네받았다.
2012년 벌어진 군의 정치 관여 행위는 공소시효 5년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은 넉넉하지 않았다. 댓글 조사 TF는 이후 남은 두 달 가까이 성과 없이 흘려보낸다. 결국, 해를 넘기며 공소 시효가 지나버려 현재 행위자 처벌은 불가능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4일 기무사 서버를 압수 수색한 것이 거의 유일한 성과다. 그나마 기무사가 하드디스크 복제를 거부하는 바람에 키워드 검색으로 한정된 자료를 뒤지며 20여 일을 또 흘려보냈다.
관련자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문이다. 2012년까지 기무사 트위터 계정을 관리한 이들은 기무사령부 보안처 산하 요원들이었다. 지난해 한 언론에서 '스파르타'라며 의혹을 제기한 댓글 부대와 다른 이들이다. 영관급이 포함된 간부 중심 정예 요원들로 25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KBS가 확보한 기무사 내부 문건을 보면, 보안처 소속 A 소령 등 6명이 2011년 8월'4대강' 홍보 댓글 활동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국방부 댓글 조사 TF 역시 이 문건을 확인한 상태였는데, 문건에 등장하는 관련자들이 제대로 조사를 받았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 2012년 대선 전후 활동한 'mylovegirl**'
KBS는 2011년부터 2013년 사이 기무사 트위터 계정 6개가 남긴 글을 모두 입수했다. 3만 2천여 개의 글은 현재 트위터 타임라인 상에서 대부분 지워져 있다. 기무사가 특정 시점에 계정을 탈퇴시키고 글도 일제히 지우는 증거 인멸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진은 군 검찰이 파악한 트위터 계정을 복구한 자료의 일부를 확보했다.

6개 계정 중 5개는 2012년 9월쯤 활동을 중단한다. 팔로워를 지속해서 늘려온 나머지 한 계정(mylovegirl**)은 18대 대선을 지나 2013년 2월 5일까지 글을 올린다. 'mylovegirl**'은 3천여 개 다른 일반 트위터 계정과 상호 작용하며 글을 퍼뜨리는데, 일종의 '스피커' 역할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계정이 올린 글은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낚시 글'이 대부분이다. 수초 간격으로 많게는 수십 차례 연속으로 같은 내용을 올렸다. 사람이 했다기보다는 자동으로 글을 올려주는 이른바 '봇'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선 9일 전 "이리떼 막아라" '보수 결집' 주문
하지만, '낚시 글' 사이에서도 대선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mylovegirl**'은 2012년 12월 10일 '한미동맹 해체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두 후보는 현재 40% 이상의 지지율 확보'했다면서 보수 결집을 주문하는 글을 퍼 날랐다. 이 글에서 '두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정희 전 국회의원을 말한다.

그러면서 '국보법과 한미동맹은 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한 안보의 울타리였다. 이 울타리를 헐어버리면 이리떼가 들어와 양들을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정희 전 의원을 이리 떼에 빗대며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한 글이다.
#"조국 교수 깝친다"...'국정원 여직원' 의혹 제기하자 비난
국정원 댓글 사건도 은폐하려 했다. 국정원 여직원이 대선 8일 전 한 오피스텔에서 댓글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교수 신분이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오피스텔 위치를 알리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 그러자 기무사 사이버 요원은 이틀 뒤 '누가 그럽디다 적당히 깝치라고 ㅎㅎ 교수라는 사람이 참 ㅉㅉㅉ'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조국·공지영, 국정원 여직원 주소와 모친 신상공개 논란'이라는 비판 기사를 덧붙였다. 이 글은 기무사 요원이 퍼 나르기(RT)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 축하 글' 퍼 나르기도
대선 하루 뒤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으로서 첫 일정을 시작하자 축하 글 4건을 퍼 날랐다. 글 내용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면서 그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고 찡하다'며 감동을 전하고 있다.

기무사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조사TF가 조사를 게을리하진 않았다. 최선을 다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 조사TF는 3월까지 기무사에 대한 대선 개입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 현재 2012년 정치 관여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5년)가 지났지만, 윗선을 밝히는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7년)는 남아있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사건에서처럼 MB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 규명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댓글 사건 수사를 은폐한바 있는 군 검찰이 이번에는 제대로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한울기자 (wh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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