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가 송민순 의혹을 잠재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그간 문재인 후보 발목을 잡았던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사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스스로 다른 주자의 질문공세에 반박하며 일체 공격을 차단하는 대선 토론을 벌였다.
문재인 후보에 있어 ‘송민순 회고록’은 그야말로 문재인 후보의 대선 가도를 가로막을 ‘종양’이 아닐 수 없었다. 다수의 언론 역시 문재인 후보에 대해 23일 진행된 토론회에서 각당 후보들이 문재인 후보를 향해 ‘송민순 회고록’을 들고 집중공세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했다.
▲ 문재인 유승민 두 후보가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을 두고 설절을 벌이는 장면이다. 23일 KBS방송 중앙선관위 주최 1차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유승민 두 후보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을 갈무리했다. |
그러나 상황은 반전됐다. 문재인 후보가 토론회에서 송민순 전 외교통일부 장관의 회고록을 반박하기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유엔의 북한인권법 관련해서 고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의중이 담긴 문건과 관련 메모를 공개하면서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허구임을 증명했고,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후 대선 토론에 앞서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경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대해 심도 있게 세세하게 설명했다.
문재인 후보측의 반박에 따르면 이날 공개된 자료는 지난 2007년 11월 이른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문제와 관련해 송민순 당시 외교부장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자료다. 송민순 전 장관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먼저 북한의 의견을 물어본 뒤에 우리 입장을 결정하자고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 측이 공개한 당시 청와대 회의 자료에는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기 전에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권으로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송민순 전 장관의 주장과는 달리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양해를 구하거나 기권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오히려 송민순 전 장관이 북한 반응에 따라 결정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송민순 전 장관이 회고록에서 주장한 내용과는 정반대의 내용이다.
김경수 문재인 후보측 대변인이 이날 공개한 2007년 11월 16일 회의 기록을 보면, 김경수 의원은 당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으로 회의에 직접 참석해 기록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UN의 북한인권결의안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기권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이틀 후 18일자 자료엔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간담회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경수 의원은 당시 박선원 전 안보전략비서관이 작성한 메모도 같이 공개했다. 지금까지 송민순 전 외교장관은 자신의 회고록과 발언을 통해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이 북한의 반응에 따라 보고해서 결정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송민순 전 장관이 그렇게 언급을 한 것으로 돼 있고,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양해-기권한다는 것이 정무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한 것으로 적혀 있다.
백종천 전 안보실장은 “11월 16일 VIP께 보고 드렸으나 의견이 갈려서 기권으로 VIP께서 정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기재됐다.
김경수 문재인 후보 측 대변인은 이날 자료를 공개하면서 “이 자료에서 문재인 후보가 북한에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허위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하면서 “또한 북한에 통지문을 보낸 건 우리 정부의 원칙적인 입장을 알려주기 위한 것일 뿐, 북한의 입장을 미리 알아보려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해 ‘송민순 회고록’ 무기를 들고 대선 토론에 나온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안보 프레임’을 문재인 후보에게 씌우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나온 모양새다. 대선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문재인 후보를 향해 날선 질문을 가하며 득달같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공개된 김경수 의원의 자료를 토대로 답변에 나선 문재인 후보의 대답을 듣고는 더 이상 송민순 전 장관의 주장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에게 ‘송민순 회고록’을 무기로 삼는 후보들 중 포문은 첫 발언자로 나선 유승민 후보가 열었다. 토론때마다 구태의 ‘좌파 우파 이념’을 내세우며 “좌파가 집권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홍준표 후보도 당연히 가세했다. 홍준표 후보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회고록 논란을 그린 손팻말까지 준비해서 문재인 후보에게 보여주며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다. 마치 유승민 홍준표 두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협공하는 모양새였다. 협공을 받은 문재인 후보는 잠시 표정이 굳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운공조식을 마친 문재인 후보는 “지난번에는 홍준표 후보가 저에 대해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유승민 후보도 거짓말이라고 하고 있다. 제대로 확인해보기 바란다”면서 “여러 번 말했다시피 사실이 아니다. 11월 16일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기권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가 공격을 받을 때 지원군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였다. 심상정 후보는 유승민 후보를 겨냥해 “답답하다. 건전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를 추구하는 분으로 아는데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 공방이 아니다”라고 문재인 후보 대신 역공을 펼쳤다. 심성정 후보는 그러면서 “당시 남북이 평화로 가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 대통령이라면 그런 기회를 살리는 정무적 판단이 당연하다”고 유승민 홍준표 후보를 나무라며 문재인 후보 편을 들었다.
대선 토론 특성상 상대의 약점을 찌르기 시작하면 결과가 나올때까지 찔러대는 대선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오히려 이날 그간 송민순 전 장관이 제기한 ‘회고록’ 논란에서 홀가분하게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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