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용어를 삭제해 논란을 빚은 초등 사회과 국정교과서가 5·16쿠데타와 10월 유신을 비호하는 등 박정희 정권 찬양 일색인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 사회과 교과서는 박근혜 정부가 펴낸 첫번째 역사교과서이다. 국정교과서가 권력의 입김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역사교육연대회의가 어제 공개한 초등 역사교과서 분석 결과를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박정희 정권에 대해 독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이승만·전두환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규정한 것과 비교된다. 5·16쿠데타는 “일부 군인들이 국민생활의 안정과 공산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해 정권을 잡았다”고 긍정적으로 서술했다. 새 교과서는 또 “박정희 정부는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10월 유신을 선포했다”고 썼다.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신 헌법’이라는 종전 기술을 삭제한 것이다. 그러면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유신의 부당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5·16과 유신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박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언급도 여타 대통령보다 훨씬 많다. 교과서에는 78명의 인물이 사진과 본문에 나오는데 이 중 박 전 대통령은 12번 등장한다. 반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한 차례도 없다. 이쯤 되면 ‘박정희 찬양교과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경제 분야 기술도 기조가 같다. 이전 교과서와 달리 이승만 경제원조와 박정희 경제개발 5개년계획, 새마을운동을 담고 있다. 근대사는 국가주의 관점으로 일관했다. 한일합병에 대해 “1910년 국권이 피탈되었다”고만 기술해 대한제국의 책임을 묻지 않았다. 친일파는 단 한 차례만 기술했다. 반면 3·1운동과 6·10만세운동 등 독립운동은 축소했다. 이런 국가주의는 현대사 서술에서도 이어진다. 국가란 단어를 교과서 문장의 주어로 삼은 것이 대표적이다. 교과서의 국정체제 전환이 국가에 순종하는 국민의 양성에 목표를 뒀다는 의심이 든다. 정부는 “긍정적 역사 서술”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특정 목적을 위해 역사를 왜곡한 것이다. 과거 역사나 인물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교과서에서 사라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역사적 사실과 그 의미를 익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 부친을 찬양하는 평전이나 다름없는 교과서를 학생들이 배우면 안된다. 중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하는 교과서를 즉각 폐기하고 발행을 검정으로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역사쿠데타’ 정권이란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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