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통과로 국정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뉴스타파가 국정원이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던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해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3일 ‘국정원, 보수단체의 ‘전교조 죽이기’ 지원’이라는 제하의 보도를 통해 국정원과 보수단체 및 보수 인터넷 매체의 관계를 폭로하고 이들이 어떻게 ‘전교조 죽이기’에 나섰는지 보도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 자료를 입수한 것.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검찰 수사 자료.(화면=뉴스타파) |
뉴스타파는 “원 전 원장 지시대로 국정원이 보수단체와 손잡고 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면서 국정원과 함께 한 보수단체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을 지목했다.
이 단체는 전교조 해체를 목표로 뉴라이트 인사 등이 2008년에 만든 단체로 알려졌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단체는 그동안 20여 차례나 전교조와 조합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이 압수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이메일을 보면, 국정원이 이 단체가 만든 전교조 반대 책자의 인쇄비를 지원해준 정황이 확인된다”며 국정원 직원이 이아무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공동대표에게 보낸 이메일의 일부를 공개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이메일. (화면=뉴스타파) |
국정원 측에서 책자의 배포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힘들지만 인쇄비 지원은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뉴스타파는 “국정원이 이런 식으로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이메일을 주고받은 시기는 2011년 8월. 이 시기는 원 전 원장의 전교조 척결 지시가 나온 이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이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를 비난하는 책자를 활발하게 배포하던 시기였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국정원은 “검찰이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사람이 국정원 직원인지 확인해줄 수 없다”며 “국정원이 보수단체 활동비를 지원해준 바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아무개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공동대표는 ‘국정원 직원에게 인쇄를 요청한 기억이 있느냐’는 뉴스타파 기자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교조 관련 책을 만들 때 그냥 독지가가 만들어주니까. 오래돼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그때 책을 굉장히 많이 만들었다”며 “독지가가 많으니까 1만부도 해주고 2만부도 해주고”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이와 같은 해명이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국정원 직원이 전교조 반대카페 운영자 김아무개씨에게 보낸 이메일도 폭로했다.
국정원 직원이 전교조 반대카페 운영자에게 보낸 이메일. (화면=뉴스타파) |
“김OO 대표님과는 월~금까지 스티커 붙이기와 1인 시위를 동화면세점 앞에서 낮 시간대에 하고, 월요일 저녁에 대학생 20명 정도 모여 청계광장에서 퍼포먼스를 하기로 이야기했는데요. 스티커 붙이기나 1인 시위는 걱정할 게 없는데 저녁 행사가 어떤 식으로 진행돼야 할지 걱정이네요. 김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길.”
이 행사는 실제 한 보수매체에 “학생인권조례는 자유 아닌 ‘방임’, 학생이 피해 입을 것”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됐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는 이 매체 기자에게 참고하라며 국정원 직원이 문서 파일을 보내주기도 했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과연 필요한가?’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 문건이다.
뉴스타파는 3일 국정원과 보수단체, 보수 매체의 관계에 의혹을 제기했다. (화면=뉴스타파) |
뉴스타파는 “국정원의 불법적인 전교조 파괴 공작에 대해 지금까지 어떠한 처벌은 물론 진상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런 국정원에게 테러방지법이 또 다른 불법적인 일탈에 대한 강력한 면죄부를 제공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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