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더민주 비대위원들 여론 역풍 우려 이종걸 원내대표 설득
ㆍ박영선 “마지막 수정안 내고 처리 요구…소수 야당 한계”
ㆍ박영선 “마지막 수정안 내고 처리 요구…소수 야당 한계”
더불어민주당이 29일 테러방지법 처리에 반대하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중단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로써 8일째 이어지고 있는 ‘필리버스터 정국’의 출구가 마련됐다. 더민주로선 테러방지법 수정 요구에 새누리당이 꿈쩍도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 장기화에 따른 역풍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리버스터 정국 출구 고민 야당
야당으로선 이달 내내 ‘필리버스터 정국’ 출구 전략을 두고 고심이 깊었다.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 처리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계속하자니 총선 일정 차질이 걱정되고, 중단하자니 테러방지법이 처리될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든, 중단하든 어느쪽이든 ‘결단’의 상황이다. 당장 당내에선 29일로 필리버스터가 7일째를 이어가면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선거 일정 차질에 대한 부담도 있고, 그만큼 내부 피로도도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국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 처리가 지연될 경우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중단할 경우 모처럼 “야당다운 야당을 본다”는 지지층의 필리버스터 여론과 손에 쥔 것이 없이 철수했다는 비판이 부담이다.
이종걸 원내대표 등을 비롯해 강경파 의원 일부는 ‘결사항전’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19대 국회 내내 실망했던 시민들이 이제서야 ‘제대로 된 야당’이라고 칭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비수도권 의원 등을 중심으로 “퇴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남의 한 재선 의원은 “선거가 코 앞인데 지역을 돌지도 못하고 있다. 선거법 처리를 못할 경우 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밤까지 이어진 여야의 치킨게임
여야가 이날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키려고 했던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처리는 무산됐다. 야 3당의 필리버스터 7일째인 이날은 당초 여야가 선거구 획정 ‘마지노선’으로 정한 날이었지만 협상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지난 27일 대표·원내대표 ‘2+2 회동’ 결렬 이후 접촉을 외면해오다 이날 저녁에야 양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만났다. 새누리당 원유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의원석에서 1시간여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중단이 먼저”라는 새누리당과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을 수정하라”는 더민주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쟁점은 야당이 요구한 테러방지법 수정 여부였다. 이 원내대표가 기존에 제안한 중재안, 즉 국회 정보위원회 전임·상설화, 개인정보 조사·추적권 대테러센터 이관, 통신제한조치 요건에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등에서 ‘상당한’이란 문구를 삭제하는 수정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 원내대표는 “법안은 더 이상 못 고친다. 입법 마비 상태를 풀기 위해서는 속히 필리버스터부터 풀어야 한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서로를 향해 공세를 퍼부은 데 이어 오후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강경론을 더욱 굳혀갔다.
새누리당은 ‘국회 마비’ ‘선거 마비’ 등을 거론하며 책임을 더민주에 전가했다. 원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우병 괴담, 천안함 폭침 자작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괴담 등 과거 사례와 같이 거짓선동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후 들어 열린 여당 긴급 의총에서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필리버스터 쇼는 무효”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필리버스터를 하는데 10가지 이야기하면 9가지가 거짓”(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더민주는 여당이 테러방지법 독소조항 수정 요구를 받아들여 토론을 멈추게 하든지, 아니면 선거법 처리를 위한 잠깐의 ‘필리버스터 휴식’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양당이 합의해 본회의를 정회한 후 선거법을 처리하고 다시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며 새누리당에 ‘본회의 정회 후 선거법 처리’를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독소조항으로 가득 찬, 국정원 보호와 정권 안정을 위한 테러방지법을 재협상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어느 정도 실현될 때 무제한 토론을 자연스럽게 중단할 수 있다”며 “(여당이) 최소한의 수정안에 대한 재협상에 임한다면 토론 종료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의원들도 “선거법에 밀려 갑자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면 고개를 들지 못할 것”(최규성 의원)이라는 등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 비대위 회의에서 이 같은 기류는 바뀌었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더이상 필리버스터를 끌어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이 원내대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원인 박영선 의원은 비대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야당에 모든 걸 뒤집어 씌우려 한다”면서 “내일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내고 우리 스스로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고 소수 야당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총선 때 과반 이상 달라고 마지막 호소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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