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가 열린 서울 명동 YWCA 회관 앞에 “감추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류우종 기자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안이 여당의 철저한 외면 속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도 못한 채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2일 밤 전체회의에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제출한 ‘4·16세월호참사 초기 구조구난 작업의 적정성에 대한 진상규명사건의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특검요청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표결 등을 이유로 불참해 30분 만에 산회했다. 특검 요청안이 법사위 처리 뒤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상설특별검사법에 따라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이 설치된다.
특검 요청안은 이번 회기에서는 사실상 통과가 힘들어졌다. 법사위 관계자는 3일 “법사위를 열어도 본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 순 있지만 여당이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특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의원총회를 마친 뒤 “야당이 갑자기 세월호 특검법을 왜 법사위에서 내놓았는지 모르겠다. 이견이 있어서 처리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인 이번 회기에서 특검 요청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특검은 물건너갈 수밖에 없다.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검 무산은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물론 여야 합의를 스스로 깨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2014년 5월 박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특검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같은 해 10월31일 여야는 유가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특검 후보군을 선정한다는 기준까지 합의한 바 있다.
특조위는 반발하는 가운데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아끼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3월에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는 얘기도 있어 아직 최종적으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 다만 원칙적으로 특검 도입에 합의해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약속을 저버린 여당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특조위 쪽에서는 지난해 11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 7시간 행적’ 조사에 반대해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이 사퇴한 데 이어, 수사권·기소권이 없는 상황에서 특검 요청까지 무산되면 진상규명 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여당이 지금처럼 비협조적 자세로 나온다면,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내년 이후로 명시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도 발목이 잡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재 특조위 예산은 오는 6월말까지만 배정돼 있는 상태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협상 당시 여야는 특조위에 수사·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대신, 특조위가 특검 발동을 요구하면 이를 수용하기로 했었다”고 지적했다. 4·16연대 이태호 상임운영위원은 “청문회를 통해서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 특검을 요청했고 여야가 합의한 점도 있기 때문에 국회가 미룰 이유가 없다. 누구도 다른 법과 연계시키지 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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