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글:윤근혁, 편집:박정훈]
서울 구산초등학교가 청와대 행사에 초등학생들을 '어린이 환영단'으로 집단 참여시키기로 해서 말썽을 빚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장이 학생들에게 학교수업을 하지 않은 채 환영행사에 참여토록 지시한 것은 1970년대식 아동 동원행위"라고 반발했다.
가정통신문 "어린이 환영단으로 학생들을 청와대로"
16일 입수한 이 학교 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 '어린이 환영단 행사 참가 안내'에 따르면, 이 학교는 오는 19일 오전 8시 10분부터 이 학교 5학년 4개반 100여 명의 학생들을 '어린이 환영단'으로 청와대에 보내기로 했다. 끝나는 시각은 이날 오후 12시 20분이다.
▲ 서울구산초가 지난 11일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
ⓒ 제보자 |
이 학교는 지난 11일자 가정통신문에서 "국가 행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어린이 체험단 행사에 참가하고자 한다"면서 "(학생들이)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온다. 구멍 뚫린 바지, 반바지, 슬리퍼 등은 착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학생들이 환영단으로 참여하는 때인 오는 19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날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 알아본 결과, 학생들이 몽골 대통령을 환영하고 경내를 관람하기 위해 청와대에 가기로 한 것"이라면서 "청와대 직원인 이 학교 5학년 학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참여를 제안해 5학년 7개 반 가운데 4개 반이 참여하기로 하고 교장의 결재를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렇게 (교육청을 거치지 않은 채) 거꾸로 국가적인 행사에 학생 참여가 진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대통령 공식 환영식에서도 양국 국기를 들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외국 정상이 청와대에 오는 경우, '어린이 환영단'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이 환영식에 참여하는 관행이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같은 '벼락치기'식 학생동원은 교육과정 관련 법규 위반 지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교육부 지침 등은 '체험학습의 경우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교육과정 변경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학교는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체험학습은 학부모 부담 경비가 없기 때문에 학교운영위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일부 학부모 "70년대식 학생 동원", 구산초 "교사들이 자율 판단한 것"
자녀를 환영단으로 보내야 하는 이 학교 5학년의 한 학부모는 "70년대식 학생 집단동원을 빼닮은 가정통신문 내용을 보고 당황스러워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면서 "학생들을 환영단으로 동원하기 위해 사실상 참여를 유도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산초 5학년 부장교사는 "학부모인 청와대 직원이 관련 행사에 대해 알려줘서 5학년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학생들을 참여시키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강제동원이 아니다"면서 "제안을 직접 받은 저와 우리학교 교장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진로교육을 위한 체험학습' 형태로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직원이 해당 교사에게 학생 참여를 제안한 때는 지난 5월 4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을 태울 3대의 버스는 청와대에서 제공하기로 했다"고 학교 쪽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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