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기에는 야당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정권 말기에는 대통령이 야당에게 영수회담을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초기에는 대통령 힘이 막강하고, 말기에는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단간 '5.13 회동'도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먼저 아쉬워 마련한 자리였다. '선거의 여왕' 운운하다가 4.13 총선에서 과반수는커녕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주는 사상 최악의 참패를 경험한지 한달 뒤 마련된 자리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야당 대표들이 멀쩡하게 엄존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들 하고만 만난 것 자체가 아직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큰 문제가 있어 보였으나, 5.13 회동에서 6가지 합의안이라는 게 발표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론 분기별로 대통령과 여야3당 대표가 정례회동을 갖는다는 것을 빼고는 알맹이가 없었다.
그나마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해 달라는 야당들의 거듭된 요구에 박 대통령이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한 것이 유일한 '화답'이었다. 야당들은 대통령 발언을 당연히 기념곡 제정으로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에게 3차례나 기념곡 지정을 부탁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회동후 "박 대통령이 크게 달라졌다"며 크게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16일 이마저 '없던 일'이 됐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에겐 아예 전화조차 하지 않고, 인심 쓰듯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만 전화를 걸어 "전적으로 보훈처 결정"이라며 불가 통고를 했다. 대통령 지시를 일개 '차관급'이 거부해 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인 셈. 그동안 박승춘 보훈처장이 "기념곡 지정 여부는 내 손을 떠났다"고 말해 왔기에 더욱 황당한 해명이었다.
당연히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새누리와 더민주 사이에서 '중재의 정치'를 하겠다던 국민의당은 뒤통수를 맞은듯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제정할 경우 "봐라! 더민주가 못하던 걸 우리가 해내지 않느냐"며 호남에 자랑할 수 있었던 게 도루아미타불이 됐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즉각 "5.13 합의는 완전 무효가 됐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더민주와 강력한 연대전선을 구축해 어버이연합게이트, 정운호게이트, 가습기살균제 사태, 세월호특별법 연장 등 당면 현안들에 대해 강도높은 대정부공세를 펴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총선직후 새누리당과의 연정론 등으로 국민의당을 의구스럽게 바라보는 호남의 시선을 더욱 냉랭해져, 호남 지지기반이 붕괴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민주도 즉각 5.13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도대체 청와대 회동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보기 부끄럽다"고 질타한 뒤, 5.13 합의사항중 하나였던 '가습기 살균제 대책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대통령의 일방적인 제안이었다. 정부 역시 조사의 대상이다. 조사의 대상이 조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국회는 국회 일을 하겠다"며 파기 선언을 했다.
더 열받은 이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다. 그는 기자들이 ‘진짜 연락받지 못했나’라고 묻자 “못 받았다. 국민의당과 잘 해보라고 그래”라고 청와대를 공개 비난했다. 제1당을 제쳐놓고 제3당인 국민의당과 손잡고 여소야대를 돌파하겠다는 청와대의 '꼼수'에 격노한 것.
엄중한 '4.13 국민심판'에도 박 대통령이 전혀 바뀔 생각이 없음은 박 대통령이 전날 단행한 청와대 인사에서도 읽혔다. 이원종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멤버인 충청 유력인사 모임인 '청명회'의 고문이라는 사실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종범-강석훈 중용은 사실상 더민주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안종범 신임 정책기획수석, 강석훈 경제수석은 지난 대선때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무력화시킨 주역이었다. 당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은 이들의 계속되는 딴지에 격노해 이들을 행복추진위에서 제명시켰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선직후 박 대통령은 김종인 위원장을 '팽' 시켰고 안종범-강석훈은 즉각 인수위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를 삭제시켰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16일 "최근 나타난 청와대 인사 형태를 보면 우리 경제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개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도래에도 불구하고 제1당인 더민주와 소통해 협조를 얻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탄식인 셈이다.
새누리 곳곳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박계에선 "역시 박 대통령은 바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는 신음이 나오고 있다. 범박계인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임을 위한 행진곡' 재고를 요청할 정도로 새누리당이 느끼는 절망감은 크다. 일각에선 "이런 식으로 가다간 대통령이 탈당을 하든지, 아니면 신당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12월 대선까지 1년 7개월이 남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에 드러낸 '상황 인식'은 앞으로 1년 7개월이 더없이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불운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단간 '5.13 회동'도 그런 맥락에서 대통령이 먼저 아쉬워 마련한 자리였다. '선거의 여왕' 운운하다가 4.13 총선에서 과반수는커녕 제1당 자리마저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주는 사상 최악의 참패를 경험한지 한달 뒤 마련된 자리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야당 대표들이 멀쩡하게 엄존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원내대표, 정책위의장들 하고만 만난 것 자체가 아직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큰 문제가 있어 보였으나, 5.13 회동에서 6가지 합의안이라는 게 발표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론 분기별로 대통령과 여야3당 대표가 정례회동을 갖는다는 것을 빼고는 알맹이가 없었다.
그나마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공식기념곡으로 지정해 달라는 야당들의 거듭된 요구에 박 대통령이 "국론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국가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말한 것이 유일한 '화답'이었다. 야당들은 대통령 발언을 당연히 기념곡 제정으로 받아들였다. 박 대통령에게 3차례나 기념곡 지정을 부탁했던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회동후 "박 대통령이 크게 달라졌다"며 크게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16일 이마저 '없던 일'이 됐다. 현기환 정무수석은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에겐 아예 전화조차 하지 않고, 인심 쓰듯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만 전화를 걸어 "전적으로 보훈처 결정"이라며 불가 통고를 했다. 대통령 지시를 일개 '차관급'이 거부해 할 수 없게 됐다는 얘기인 셈. 그동안 박승춘 보훈처장이 "기념곡 지정 여부는 내 손을 떠났다"고 말해 왔기에 더욱 황당한 해명이었다.
당연히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특히 새누리와 더민주 사이에서 '중재의 정치'를 하겠다던 국민의당은 뒤통수를 맞은듯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제정할 경우 "봐라! 더민주가 못하던 걸 우리가 해내지 않느냐"며 호남에 자랑할 수 있었던 게 도루아미타불이 됐기 때문이다.
박 원내대표는 즉각 "5.13 합의는 완전 무효가 됐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더민주와 강력한 연대전선을 구축해 어버이연합게이트, 정운호게이트, 가습기살균제 사태, 세월호특별법 연장 등 당면 현안들에 대해 강도높은 대정부공세를 펴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총선직후 새누리당과의 연정론 등으로 국민의당을 의구스럽게 바라보는 호남의 시선을 더욱 냉랭해져, 호남 지지기반이 붕괴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민주도 즉각 5.13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도대체 청와대 회동은 왜 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 보기 부끄럽다"고 질타한 뒤, 5.13 합의사항중 하나였던 '가습기 살균제 대책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대해 "대통령의 일방적인 제안이었다. 정부 역시 조사의 대상이다. 조사의 대상이 조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국회는 국회 일을 하겠다"며 파기 선언을 했다.
더 열받은 이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다. 그는 기자들이 ‘진짜 연락받지 못했나’라고 묻자 “못 받았다. 국민의당과 잘 해보라고 그래”라고 청와대를 공개 비난했다. 제1당을 제쳐놓고 제3당인 국민의당과 손잡고 여소야대를 돌파하겠다는 청와대의 '꼼수'에 격노한 것.
엄중한 '4.13 국민심판'에도 박 대통령이 전혀 바뀔 생각이 없음은 박 대통령이 전날 단행한 청와대 인사에서도 읽혔다. 이원종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멤버인 충청 유력인사 모임인 '청명회'의 고문이라는 사실을 논외로 하더라도, 안종범-강석훈 중용은 사실상 더민주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안종범 신임 정책기획수석, 강석훈 경제수석은 지난 대선때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무력화시킨 주역이었다. 당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은 이들의 계속되는 딴지에 격노해 이들을 행복추진위에서 제명시켰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선직후 박 대통령은 김종인 위원장을 '팽' 시켰고 안종범-강석훈은 즉각 인수위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를 삭제시켰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가 16일 "최근 나타난 청와대 인사 형태를 보면 우리 경제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고 개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이 여소야대 도래에도 불구하고 제1당인 더민주와 소통해 협조를 얻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탄식인 셈이다.
새누리 곳곳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박계에선 "역시 박 대통령은 바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는 신음이 나오고 있다. 범박계인 정진석 원내대표조차 '임을 위한 행진곡' 재고를 요청할 정도로 새누리당이 느끼는 절망감은 크다. 일각에선 "이런 식으로 가다간 대통령이 탈당을 하든지, 아니면 신당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12월 대선까지 1년 7개월이 남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번에 드러낸 '상황 인식'은 앞으로 1년 7개월이 더없이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불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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