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한 MBC사장과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동행명령에 불응키로 한 것에 대해 MBC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도 문제 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고영주 이사장) 정기이사회가 열린 19일 임무혁 이사회 간사는 “(MBC 간부에 대한) 동행명령은 MBC 내부에서 판단할 사안이지 방문진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의 최강욱 이사는 이날 임진택 전 MBC 감사에 대한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관련 건으로 이사회에 출석한 안광한 사장에게 “동행명령을 받은 이진숙 사장이 사장실 비상구로 도망갔다는 질타를 받고 MBC는 법적인 절차를 거친 동행명령 집행도 거부 의사를 밝혔다”며 “법과 절차가 있는 이상 준수하려고 노력해야지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회사에 유불리 입장을 따져 곤혹스럽고 난처하면 정치적이라는 잣대로 변명했는데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권 추천의 유의선 이사는 “최 이사가 언급한 내용 중 동행명령장은 관련 판례를 다 찾아보니 다른 법리적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면서 “추후에 논의할 사안이라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에 이완기 이사가 안 사장에게 추가 질의를 하려고 했지만 고영주 이사장이 안 사장을 퇴장시키면서 결국 방문진에선 MBC의 동행명령장 집행 불응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책임도 묻지 못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이완기 이사는 “방문진 경영평가보고서에서도 매년 노사관계를 원만하게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노사관계 문제가 지적사항으로 올라왔어도 하나도 지켜지는 게 없다”며 “쌍방의 대표를 불러 뭐가 문제인지 경청하고 서로 오해가 있으면 풀고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하는 자리를 방문진이 마련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강욱 이사도 “과거에도 양측 대표를 불러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노사문제는 방문진에서 회사의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노사가 알아서할 문제라고 하나면 과연 사회적으로 설득력이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과 개인 비리도 방문진이 방치해 문제가 커졌듯이 노사문제도 더 곪아서 악화되기 전에 방문진 이사회 자리에서 차분히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고 노사에 권고할 게 있으면 권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추천의 이인철 이사는 “청문회라고 하면 사안에 대해 결정하기 위해 하는 건데 어떤 결정을 할지에 대해 막연하게만 들리고 기본 현안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서 각자 주장만 내세우는 게 무슨 의미 있겠느냐”며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다.
권혁철 이사도 “방문진에서 과연 노사 문제에 개입할 능력과 권한을 갖고 있는지도 문제”라며 “노사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청문회에 불러 얘기 들을 만한 건은 아니고 불러서 듣는 것 자체가 제3자 부당개입임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의선 이사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되고 분위기가 성숙한 다음에 (청문회를) 해야만 정쟁 대립이 아닌 합리적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며 “청문회를 하기 전에 이사들이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워크숍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광동 이사도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방문진 내부 토론회를 개최에 동의했다.
결국 이날 이사회도 MBC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 개최에 관한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고 끝났다. 고영주 이사장이 내달 2일 정기이사회에서 계속 논의하자면서 9일 예정된 방문진 워크숍에서도 의견을 좁혀 보자고도 제안했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난망하다.
한편 안 사장은 지난 3월 MBC 주주총회에서 방문진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임진택 전 MBC 감사에게 특별퇴직공로금을 지급한 건에 대해 “특별퇴직공로금은 방문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나 업무 담당부서의 판단 소홀과 중복 체크 미비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이행됐다”며 “업무상 착오로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드리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제대로 정비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강욱 이사는 “이런 부분들이 그냥 사소하게 넘어갈 게 아니라 사장이 직접 사과할 만큼 중요한 문제이고 안 사장이 강조한 기본과 원칙이 누락돼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방문진과 MBC가 다함께 감수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광동 이사도 “재발 방치 차원에서도 그렇고 전체 업무 과정이나 운영에 관한 제도와 절차 확립 차원에서 적절한 주의나 경고 등 징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자 안 사장은 “오늘 이후 인사위원회에서 판정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임 전 감사는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의혹에 대해 ‘문제 없음’으로 결론 내린 후 감사원의 자료협조 요청을 거부해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반면 김 전 사장은 업무상 배임과 감사원법 위반 혐의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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