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주는 훈·포장의 ‘대통령인’ 관인이 정체불명의 글씨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민족서예인협회와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를 이끌며 한글사랑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화가 여태명(60) 원광대 교수는 18일 국민일보에 ‘대통령인’의 문제점에 대해 자료를 보내왔다. 여 교수는 최근 한 지인이 정부로부터 받은 표창장을 보고 이의를 제기했다.
여 교수는 ‘대통령인은 어느 나라 글자인가?’라는 글에서 “‘대통령인’의 ‘통’자를 빼고는 모두 제멋대로 구부리거나 변형을 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자의 경우 전서(篆書)에서는 획을 여러 번 구부리기도 하고 좌우형태를 바꾸며 뒤집기도 가능하다”며 “한글은 훈민정음의 제자(題字)원리가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변형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1948년 정부가 한글전용 관인정책을 대통령령으로 발표하면서 한자 관인을 한글로 바꾸게 됐다”며 “당시 ‘대통령인’ 관인을 새기면서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의 아름다운 조형성을 잘 아는 인장전문가나 전각가에게 맡기지 않고 일반 도장방에 맡겨 이 같은 글씨체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여 교수는 또 “인장예술은 동영에선 시서화각(詩書畵刻)이라 해서 4절에 속한다. 인장은 국가를 상징하는 새(璽)가 있고 관에서 사용하는 관인(官印), 서화가들과 일반인이 사용하는 인장(印章)이 있다”며 “인장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지만 가독성이 가장 중요한데 ‘대통령인’은 ‘대통령’으로 읽어야 할지 ‘새통령’ ‘래통령’ ‘댓통령’으로 읽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통령인’ 관인 아래에 있는 ‘행정자치부장관인’은 훈민정음 글씨체로 올바르게 전각돼 있다”며 “‘대통령인’도 하루빨리 바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대 회화과를 나온 여 교수는 ‘한글민체에 나타난 미학과 예술화 방안’ 등 논문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공헌했다. 글씨와 그림이 결합된 그의 작품은 독일 교통역사박물관, 러시아 모스크바동양미술관, 중국 베이징미술관, 청와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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