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한계
한국과 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미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미동맹의 군사력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라고 사드 배치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사드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즉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ce를 의미한다. 탄도 미사일을 쏠 때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두를 쏴서 파괴하는 요격 미사일의 한 종류이다. 미사일은 세 단계로 날아간다. 처음 발사된 뒤 상승하는 단계, 하늘을 나는 중간단계, 미사일이 지상으로 향하는 종말 단계다. 종말 단계는 다시 상층, 중층, 하층으로 나뉜다. 사드는 종말 단계에서 상층의 높이에서 탄두를 쏘아 맞추는 방어체계를 의미한다. 기존 방어망으로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있는데, 고도 40km 이하의 하층 방어망이다. 말하자면 미사일이 지상으로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맞춰 떨어뜨리지 못하면 피해가 발생하니 상층 단계에서 한 번 더 방어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드는 실제 미사일을 쏘아 맞춘 적이 없다. 미국은 11번 시험 발사해서 다 맞췄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제한적인 조건에서의 시험이었다. 제대로 하려면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 탄두를 맞춰야 하는데 항공기에서 투하한 미사일을 대상으로 그것도 최적의 환경에서 맞춘 것 뿐이다. 아직 연구개발 단계의 무기이다.
사드 1개 포대는 미사일 48기를 갖고 있다. 북한 미사일 보유수는 1000발이 넘는다. 사드와 패트리엇 미사일을 쏴도 다 막을 수 없다. 특히 노동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한반도를 넘기 때문에 이걸 남쪽으로 쏘려면 발사 각도를 매우 높게 해서 쏴야 한다. 보통 40도 각도로 쏜다면 노동미사일은 70도 각도로 쏴야 한다. 이 경우 가속도가 붙어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사드 탄두 중량에 비해 노동 미사일 탄두 중량이 더 커서 탄두를 맞춰도 파괴하지 못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방법이 없다
사드 외에 기존에 정부의 북한 미사일 대응 체계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이 있다. 킬체인은 미사일 발사 임박 여부를 판단해서 발사하기 전에 미사일을쏴서 파괴한다는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일단 이 방법은 기술적 문제가 있다. 사전 탐지를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설사 사전 탐지한다 해도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 서울 도달시간이 보통 3~5분, 부산도 8분밖에 안 걸린다. 대응할 시간이 너무 짧다. 한반도 종심이 짧아 요격은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동발사 차량이 100-200개나 있다. 어디에서 쏠지 알 수가 없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한다면 언제 어느 바다에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른다.
정치적 문제도 있다. 선제공격이란 잘못하면 침략행위가 된다. 선제공격은 상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정당방위개념인데 공격 임박여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대가 침략행위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기로 작심했다면 사실 미사일도 필요 없다. 레이더를 회피할 수 있는 저속, 저고도 복엽기인 AN-2기로 남한에 핵무기 투하가 가능하다. 아니면 핵포탄을 쏴도 되고 핵배낭을 써도 된다. 사드가 무슨 소용인가?
미국은 미사일 방어체계 비용으로 1985~2013년까지 1조 5780억 달러, 2013년 한 해만 83억 달러를 썼다. 일본은 2013년만 32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래도 완전하지 않다. 정부는 요격 미사일의 고도를 높이기 위해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을 준비하겠다고 하는데 연구개발에만 1조원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군비를 무제한적으로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처럼 무기 끌어앉은 채 굶주리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드 반대에는 이유가 있다
이미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한 바 있다. 그래서 한국에 붙박이로 있는 게 아니라 분쟁지역에 수시로 투입할 수 있다. 만의 하나 대만과의 분쟁 때나,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중일이 군사적 충돌을 하건, 남중국해에서 미중 대립하건 이론상 주한미군이 동원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주한미군을 겨냥해 동부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이 사드로 방어망을 치면 중국으로서는 전략적 균형이 깨지게 된다.
그리고 미국이 미사일 방어망의 핵심인 사드를 괌, 일본에 이어 남한에 배치하고 한미일은 상호 군사정보교류 약정을 맺고 있다. 이 자체는 이미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사실상 편입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이다.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일 뿐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일 미사일 방어협력 체제가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 같은가? 북한에 국한하는 것으로 중국이 믿어줄까? 당연히 중국 나아가 러시아를 겨냥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중관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한중관계 발전은 한국의 경제 발전은 물론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과 조화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한미동맹이 중국을 잠재적 적으로 여기지 않도록 한중협력을 강화하고, 한중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려야 한다. 이 균형이 깨지면 한반도는 냉전시대로 되돌아가고 한국인의 삶은 불안해질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중국과 함께 한반도 6자회담의 당사국인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사드 배치를 강력 반대해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한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구실로 동북아지역에서 새로운 MD 거점 배치를 구축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는 것은 중국, 러시아와 대립과 갈등을 감수하겠다는 신호이다.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은 물론 통일을 위해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과 지원은 절실하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등을 돌린 채 미일 동맹에 편승해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를 공고화함으로써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과 대립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한미일이 북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대립하면 중국으로서는 북한 문제를 두고 한미일과 다른 길을 갈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한미일이 대중 포위망을 구축한다고 여겨 북한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고 그 결과, 한미일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 체제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야 할 마당에 이래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박대통령 외교 정책은 원래 이러지 않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을 지목해 제재 대상으로 올려놓았다. 이제 한미가 사드 배치 결정도 했다. 북한은 더욱 안보 불안을 느끼고 핵개발,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주변에 북한의 이런 행동을 말릴 만한 국가도 없다.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바람직한 한국 외교의 방향은 동북아 신 냉전 구도를 깨뜨리고 한중, 한러 관계를 확대 발전시키고, 한국이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유인하는 것이었다. 박대통령의 당초 외교 원칙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임기 종료를 향해 자기 원칙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 박대통령이 또 안보의 대못을 박은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군이 계속 행사하도록 무기한 연장, 군사주권을 포기 하더니 이제는 사드 배치로 동북아에 군사적 긴장과 불안의 검은 그림자를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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