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 박영돈 교수가 짚는 교회 현실
[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2013년, 도발적이지만 의미심장한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IVP). 저자 박영돈 교수는 성경에 비추어 한국교회 문제점을 진단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책이 출간되고 3년이 지났지만, 목사의 부패나 대형 교회 문제는 꾸준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7월 4일 <크리스찬북뉴스>가 박영돈 교수, 여러 패널들과 함께 '새 시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회개와 소망'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한국교회 현실에 관심 있는 5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포럼은 박 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박영돈 교수는 발제를 맡았다. 그는 한국교회의 위기는 교인 수 감소가 아니라 내적 성숙 없는 그리스도인 양산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외적 성장은 교회 핵심 가치 아냐
박영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가 무엇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흔히 교인 수 감소, 교회 성장 둔화를 위기로 꼽지만 이는 잘못된 진단이라고 했다.
"위기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교인 수 감소를 위기로 보고 해결책으로 부흥 비결을 찾는 경우가 있다.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여전히 외적 성장을 교회 핵심 가치로 보는 구태의연한 교회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교회 안에 진정한 성숙이 있는지 봐야 한다. 수적 성장은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세속화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교인 수가 많아져도 하나님의 이름을 훼방한다면 성장이 아니고 타락이다. 인간의 종교 왕국은 확장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왕국은 심각하게 퇴보될 수도 있다."
그는 한국교회의 진정한 위기로, 성장제일주의로 인한 제자도 상실을 꼽았다. 성장주의에 도취된 교계가 큰 교회를 바람직한 교회 모델로 보고, 큰 교회 목사를 하나님이 함께하고 크게 사용하는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인식이 경쟁하듯 양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목회자들의 욕망을 고조시켰다고 했다.
그 결과, 교인 입맛에 맞춘 설교(기복 신앙, 긍정의 힘 강조)와 자기 부인 없이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값싼 복음이 양산됐다. 박영돈 교수는 "한국교회가 많은 사람을 교인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창조물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정도로 성화는 심히 부진하다"고 평했다.
박 교수는 이 같은 한국교회 현실은 잘못된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며 지금까지 질주해 온 결과라며, 이미 예견된 모습이라고 했다. 패망의 길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교회가 쓰러진 자리에서 문제점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 시대를 위한 한국교회의 회개와 소망' 포럼이 열렸다. 한국교회 문제점을 짚고 방안을 찾는 자리에 50여 명이 참가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박 교수는 성장제일주의를 설명하면서 대형 교회 문제점도 언급했다. 교회는 성령이 운행하는 장이고 성령의 교제 속에 성화가 일어나는 곳이다. 박 교수는 대형 교회가 교회 본질을 실현하기에 부적합한 사이즈라고 했다. 하나님의 가족 공동체를 체험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이즈가 커지면 집단이 되고, 개인은 집단 안에서 소외된다. 이런 문제를 겪고, 공동체 운동을 하기 위해 제도 교회를 떠나는 청년도 생겨나고 있다. 대형 교회는 생태적 한계를 직시하고 자구책을 간구해야 한다.
발제가 끝나고, 방성일 목사(하남교회), 이성호 목사(포항을사랑하는교회), 김정완 부대표(<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조영민 목사(나눔교회)가 패널로 참가해 토의했다. 한국교회가 회개할 부분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나눴다.
한국교회 폐단, 성장제일주의와 개교회주의
이성호 목사는 한국교회 폐단은 거대한 물살 안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했다. 역사 안에서 문제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고, 물살을 혼자서 거스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안에 스며든 자본주의도 비판했다.
다른 게 희생되더라도, 교인이 1년에 100명씩 늘고, 예산이 1년에 2억씩 늘어난다면 목사는 쫓겨나지 않는다. 영적 감동이 있어도 3년 연속으로 성도와 예산이 줄면 계속 시무할 수 없는 분위기다. 자본주의로 은연중에 목회자를 결과물로 판단하게 된다.
"1920년 전만 하더라도 각색되어지지 않은 복음이 제시됐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제시했다. 3·1 운동이 실패하자 교회가 변한다. 극렬한 독립운동을 하거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세를 늘린다. 많은 교인이 일제에 협조하고 결탁하게 된다.1920년 이후에 권력에 협조하는 경향성을 띠면서 철저히 권력 지향적이 된다. 교회 세를 늘리게 되고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런 경험은 우리 안에 교회가 커지면 뭐든지 용서된다는 생각이 있다."
이 목사는 개교회주의도 지적했다. 1980년대는 사회가 급변하는 시기였다. 사회에서 받은 아픔을 위로받으려는 사람들이 교회로 들어오면서 교인이 급증했다. 교인 급증과 성장제일주의가 한 맥을 이루면서 그리스도인을 세우지 않고, 사람들을 '우리 교회'에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하나님나라 일꾼을 삼을 생각을 하지 않고 우리 교회 일꾼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교회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은 교회 내 반복되는 상황을 보면서 점차 교회를 떠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전부인가' 하는 생각으로 등을 돌린다는 것이다.
▲ 이성호 목사는 현 교회의 문제점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했다. 역사 안에서 교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
한국교회,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교회 안의 거대한 물살을 당연시하면서 지내야 할까? 박영돈 교수는 교회 정체성 회복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일으킴을 받는 종말론적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목표와 비전, 가치, 사역을 종말론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이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사람들 안에 있는 권력 지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타인을 컨트롤하려는 욕망이 부패성과 손잡아 분출되는 상황을 견제하며, 단일적 회개가 아닌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회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방성일 목사(하남교회)도 개인이 하나님 앞에서 목마름을 인식하고, 지성적 회개가 아닌 비 오듯 쏟아지는 눈물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주님의 관심인 영혼 구원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백성이 다 구원받을 수 있도록 교회가 구원의 방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 왼쪽부터 조영민 목사(나눔교회), 방성일 목사(하남교회), 안영혁 교수(총신대신학대학원), 박영돈 교수(고신대학원), 이성호 목사(포항을사랑하는교회), 김정완 부대표(<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뉴스앤조이 최유리 |
이성호 목사는 성경 읽기를 당부했다. 성경은 신학자나 목사만 연구하는 게 아니니 교인이 성경을 읽고 스스로 묵상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목사가 주는 말씀으로만 살기는 어렵다. 스스로가 연구하고 성령 충만할 수 있다. 그러면 교회에서만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일터, 학교, 가정에서도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남편들도 아내 앞에서 그리스도인일 수 있다."
최유리 cker333@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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