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칼럼] 먹고사는 문제? 사드는 죽고 사는 문제
"문제는 커졌는데 실력 쌓기에 소홀해 온 10년, 이 사이에 먹고사는 문제는 죽고 사는 문제와 유착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달라질까?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픽션 <웰조선>이 실현되길 기원하면서."
졸저 <말과 칼> '웰조선' 편의 자서(自序)이다. 여기서 "문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일컫고, "실력 쌓기에 소홀했던" 당사자는 야권을 의미한다. "먹고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가 유착되었다"는 건 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야권이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그 기량과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동맹이 사드 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말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는 단순히 하나의 무기 체계가 아니다.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외교, 통일 등 국가 전략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제2, 제3야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알쏭달쏭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 발표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보실은 "더불어민주당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다가 야권 지지자 사이에서 비판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국회와의 협의' 및 '국민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애매모호하다. 국회와의 협의가 국민의당 및 정의당이 요구하는 '국회 비준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지, 국민적 합의의 방식이 여론 조사를 하자는 것인지, 국민 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말이다. 또 개별 의원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좋게 말하면 '당내 민주주의'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자중지란'에 가깝다.
졸저 <말과 칼> '웰조선' 편의 자서(自序)이다. 여기서 "문제"는 북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일컫고, "실력 쌓기에 소홀했던" 당사자는 야권을 의미한다. "먹고사는 문제와 죽고 사는 문제가 유착되었다"는 건 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야권이 대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 그 기량과 실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 한미 동맹이 사드 배치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말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사드는 단순히 하나의 무기 체계가 아니다. 한국의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 외교, 통일 등 국가 전략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제2, 제3야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알쏭달쏭한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사드 발표 직후 "사드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단 국민에게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보실은 "더불어민주당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다가 야권 지지자 사이에서 비판이 빗발치자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절차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국회와의 협의' 및 '국민적 합의'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도 애매모호하다. 국회와의 협의가 국민의당 및 정의당이 요구하는 '국회 비준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지, 국민적 합의의 방식이 여론 조사를 하자는 것인지, 국민 투표를 하자는 것인지 말이다. 또 개별 의원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좋게 말하면 '당내 민주주의'겠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자중지란'에 가깝다.
기실 이런 모습은 예견된 것이었다. 여권과 보수 언론의 종북 공세를 의식해 통일 외교 안보 문제에 관한 더민주당의 '우클릭'이 지난 수년 동안 이뤄져 왔다. 공천 과정에선 통일 외교 안보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은 찬밥 신세였고, 상임위에선 외교통일위원회와 국방위원회가 가장 기피하는 위원회로 전락했다.
사드 대응 과정도 한심했다. 사드 발표는 기습적이었지만, 그 사전 징후는 충분히 있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 3년 가까이 지났고, 이 시간이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당론을 정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데 외면했었다. 더민주당의 우왕좌왕은 정부의 기습 발표 탓도 있지만, 그만큼 준비도 안했고 실력도 부족한 탓도 크다.
그 결정판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임 있는 공당이라면 그 실익이 무엇인지 밝히고 지지자들을 설득했어야 했다. 그런데 더민주당의 눈에도 실익이 잘 안 보였다. 북한의 사드 회피 수단은 얼마든지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생각보다 컸으며, 지지자들의 비판도 매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충분히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예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더민주당의 심기일전을 위해 몇 가지 주문하고 싶다. 첫째, '사드 대란'은 일시적으로 끝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언론에선 '후폭풍'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지만, 내가 보기엔 '빙하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사드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그래서 기어코 이 땅에 사드가 들어오면 '해빙기'도 불가능해진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중-러 설득? 미션 임파서블!)
둘째, 더민주당은 '전략적 모호성'을 지키고 싶겠지만, 이미 그 단계는 지났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어정쩡한 입장은 보수 언론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고 상당수 지지자들에겐 '실망의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그리고 사드 배치가 임박해질수록, 그리고 더민주당의 우왕좌왕이 지속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셋째, 사드 문제 해결 없는 '경제 민주화'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와 안보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지정학적 위기와 지경학적 기회가 공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또한 '경제는 진보로, 안보는 보수로'라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이건 '이념'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와 안보를 통합해 민생과 국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국가 전략을 만들어내고 실행할 수 있느냐는 '실력'의 문제이다. 더민주당은 사드 발표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끝으로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의당 및 정의당과 함께 야권 연대에 나서야 한다. 제1야당이 입장을 정해지 못하면, 국회 동의는 더욱 어려워지고 설사 이뤄지더라도 찬성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정부 여당이 끝내 국회 동의 없이 밀어붙이면, 야권 대선 공약으로 사드 배치 철회를 내걸어야 한다. 사드는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연대의 근거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한마디만 첨언하자. '사드 반대하면 대안이 뭐냐'는 반문에 대해. 대안은 이미 있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한미 연합 전력이 바로 그것이다. <말과 칼>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대통령이 된 최서희는 기자회견에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50여 년 전 미국의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핵무기를 다모클레스의 칼에 비유하면서 그 칼이 인류를 죽이기 전에 인류가 그 칼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북핵이 전략화, 실전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존재론적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은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의 핵우산과 우리 군대의 단호한 의지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떨어지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오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다모클레스의 칼이라는 존재가 흔들리지 않도록 그 칼을 잡고 있는 말총을 안전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건 바로 관계입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남북관계의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서 말총이 끊어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핵 협상의 문을 활짝 열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호하고도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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