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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16, 2016

박그네가 바라는 나라 ?


박 대통령이 바라는 나라
(경향신문 / 서 민 교수 / 2016-07-13)




지난 6월17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11일간의 단식을 중단했다.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바지를 안 사준다고 딱 하루 동안 밥을 굶은 게 가장 긴 단식인 나로서는 열흘이 넘게 단식한 이 시장이 존경스럽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긴 하다. 예로부터 단식은 주로 힘없는 이의 수단이었다.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때 택하는 방법이 바로 단식 아닌가? 그런데 잘 사는 동네의 시장을 하는 분이 단식을 해야 할 사정은 도대체 뭘까? 그건 자신이 바라는 성남시의 모습이 박근혜 대통령의 그것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집권 시 자신이 우선적으로 추구할 가치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점을 둔 가치는 남북관계 개선이었다. 이를 위해 김 전 대통령은 금강산관광을 시작했고, 온갖 난관을 다 이겨내고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고 돌아온 뒤 “전쟁은 없다”라고 선언한 그의 모습은 50년간의 적대에 찌든 우리에게 “통일이 머지않았구나”라는 환상을 갖게 해줬다.

하지만 남북화해보다는 대결을 더 선호하는 세력이 집권하면서 남북관계는 점점 뒷걸음질 쳤고, 그 시대의 상징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이제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해소’를 핵심가치로 삼았다. 지역주의에 도전했다 번번이 실패한 것이 그가 대통령이 된 이유였던 만큼 사람들은 이제 지긋지긋한 지역주의가 청산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지역주의의 골은 생각보다 깊었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각 정당들도 지역주의 청산을 바라지 않았기에, 노 전 대통령의 가치는 아쉽게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따르는 측근들이 보다 윤택한 삶을 살기를 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의 강바닥을 파헤친 것도 이 때문인데, 여기에 투입된 돈은 무려 22조원이나 됐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4대강 사업이 국민들의 삶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의 두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이 원했던 가치는 충분히 실현된 듯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집권 3년여를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만들고 싶었나 보다. 국가에 뭔가를 바라지 말고 모든 것을 제힘으로 알아서 해결하는 그런 인간형, 이를 이루기 위해 박 대통령은 안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인 복지를 점점 줄여나가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이제 국가에 대해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경기불황으로 삶의 수준이 밑바닥까지 떨어졌어도 국가에 의존하려 하지 않고, 심지어 큰 재난이 났을 때 국가기구가 나를 구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버린 지 오래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무슨 무슨 ‘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면 그 휘하에 있는 사람들을 잘 챙겨줄 의무가 있다는, 저 옛날 요순시대의 가치관을 갖고 있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성남시의 유치원과 초·중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행했고, 1인당 15만원 정도가 드는 교복값도 지원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만들어 산모 1인당 25만원을 지원해줬다. 게다가 청년배당이라고 만 24세 청년에게 연 50만원을 지역화폐로 줬는데, 이는 지역에서 이 돈을 소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정책이었다.

성남시민들은 시장을 칭송했고, “나도 성남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하소연이 전국에 메아리쳤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성남시민들이 세금을 추가로 더 내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소위 증세 없는 복지의 기적, 박 대통령이 국가채무를 기록적으로 늘려나가는 것과 정반대로 이 시장은 그전 시장이 진 빚까지 모두 갚아버렸다!

국민들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우려던 박 대통령이 화들짝 놀란 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저작권의 소유자가 아닌가? 정부의 대대적인 탄압이 시작됐다. 성남시가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을 빼앗는 게 그 방법이었다.

심지어 성남시를 ‘부자 자치단체’라고 부르며 “부자들한테 5000억원씩을 갈취해 다른 지자체에 나눠 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얼마 전 행정자치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이 바로 이것인데, 이게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는 물 건너간다. 이것이 이 시장이 무려 11일간 밥을 굶은 이유였다.

안타까운 점은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보수세력이 성남시장을 포퓰리즘의 화신처럼 묘사하는 것이야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많은 이들이 거기에 동조해 이 시장을 욕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성남시민이 부러우면 자기네 시장·군수에게 “왜 우리는 저렇게 못 하냐?”고 떼를 쓸지언정, 너희도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해야 한다며 성남시장을 깎아내리는 게 과연 옳은가? 이런 걸 보면 국민들을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우겠다는 박 대통령의 가치는 거의 성공한 모양이다. 바람직한 가치는 줄줄이 실패하고,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는 죄다 성공하는 나라, 박 대통령의 성공이 슬픈 이유다.                         
서 민, 단국대 의대 교수
http://surprise.or.kr/board/view.php?table=surprise_13&uid=3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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