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지정된 경북 성주군 성원1리의 주민 박모씨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뒤통수를 쳤다.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성원1리는 사드 배치 지역으로 예상되는 성산리 지역 인근 마을로, 박근혜 대통령의 선영(고조부터 5~7대 조상들 묘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박 대통령과 종씨인 고령 박씨 집안 사람들로서 매년 선영 벌초를 하는 등 관리를 하고 있다. 선영은 정부가 이날 발표한 사드 배치 지역과는 불과 1㎞ 거리다.
박씨는 정부의 발표가 있은 직후인 이날 오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생업인 과수농업에 끼칠 피해를 가장 우려했다. 그는 “이제껏 키워온 성주 참외가 벌써부터 ‘사드 참외’로 불리기 시작했다”며 “성주 군민 전체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무엇보다 정부의 사전 설명이 없었음을 비판했다. 박씨는 “지금까지 정부나 군 당국으로부터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게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다음은 박씨와의 인터뷰 전문.
-정부의 사드 배치 소식을 들으셨나.
“들었다.(한숨)”
-박 대통령의 선영이 있는 마을이라고 들었다.
“맞다. 나도 고령 박씨다. 아직도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선영을) 벌초하고 따로 관리하고 있다.”
-고령 박씨 얼마나 모여 사시나.
“지금은 연세 많은 분들이 많고 25가구 정도 있다.”
-오늘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솔직히 개인적으로 여기서 참외 농사를 지은 지 20년째 됐다. 우리가 참외 농사를 지으면 예전처럼 그냥 물만 주고 비료만 주면 크는 게 아니다. 관련된 시설물 같은 것들에 돈이 거의 억 단위 넘게 투자가 돼 있다. 그런데 이제 아는 분들이 전화와서 ‘사드, 사드 한다카는데 어떻게 팔아 묵을래’ 한다. 참, 한 마디로 답답한 심정이다.”
-다른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다 똑같다. 다들 참외 농사 짓는데, 벌써부터 사람들 인식 자체가 성주 참외를 ‘사드 참외’라고 하면서 안 사묵을라 한다. 친척이나 지인들도 나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할거냐’고 묻는다. 그런데 우리도 뭐 대책이 없지 않은가. 오늘 정부 발표도 아무 설명 없이 ‘성주 군민들이 이해해달라’고만 하고….”
-정부나 군 당국에서 설명하러 온 적 없나.
“안 왔다. 일체 설명을 하러 온 것도 없고 들은 것도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오늘 이장협의회가 국방부 앞에 항의하러 건 거다.”
-대통령의 선영이 있는 곳인데.
“따지고 보면 (대통령님이) 집안 어른이신데. 솔직히 배신감이 많이 든다. 산소가 그렇게 많고 우리가 관리를 하고 있는 판에…. 사드 부지가 선영 바로 옆이다. 바로 위에 있다. 거리도 얼마 안된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시기 전까지만 해도, 여기 직접 오시기도 했다. 동생인 박근령씨도 직접 오셔서 산소도 방문하시고 했는데….”
-박 대통령도 온 적 있나.
“왔었다. 예전에 국회의원들 데리고 와서 시장도 찾고 그랬다. 그때에도 우리가 환영인사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성주 지역에서 사드 찬성 여론도 있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디서 이상하게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이 지역 주민들은 절대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 서울이나 그런 데서 ‘마, 찬성해주면 안좋겠나’라는 식의 얘기들이 내려온다고 하더라만…. 누가 그런 얘기를 하면서 충동질을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여론은 실제론 없다.”
Read more: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31647001&code=940100&nv=stand#csidx94f86781142546593b98fea6cb3e957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