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혜원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표절의혹 제기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캠페인과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를 비교하며 대한민국 새 국가브랜드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
ⓒ 남소연 |
"이거 어쩌죠? 시간 내서 비평을 쓰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 점입가경입니다. 이 일로 장관 한분 날라 가게 생겼네요. 돈은 둘째 치고 나라망신은 어떡하나. 만든 인간은 물론 심사한 사람, 지휘한 사람, 모두 밝혀야. 이게 나라입니까. 에휴."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6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올린 한탄이다. 도대체 무얼 보고 이렇게 나라 걱정에 장관의 목숨줄까지 걱정하는 걸까. 언뜻 보면, '비평'이라는 언급에서 브랜드·디자인 전문가로 유명한 손 의원의 전문 분야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그리고, 언제나 전문가의 시선과 문제제기는 경청해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국가브랜드와 관련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에둘러 가지 말자. 손 의원이 한탄한 점입가경과 나라망신은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확정 발표한 새 공식 국가브랜드 'CREATIVE KOREA'를 두고 한 말이다.
손혜원 의원은 왜 나라망신을 걱정했을까
▲ 손혜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비교 이미지. | |
ⓒ 페이스북 갈무리 |
문체부는 이번에 새로 정한 'CREATIVE KOREA'는 우리 국민의 DNA에 내재된 '창의'의 가치를 재발견해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세계 속에 대한민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가 설명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의 의의다. '창조 경제'도 모자라 '창조'에서 말 한 자만 바꾼 '창의'라니, 창발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브랜드·광고홍보 분야의 학계와 현장 민간전문가를 중심으로 국가브랜드 개발 추진단을 구성"했고, "'대한민국의 DNA를 찾습니다. 대한민국(KOREA)!' 등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 아이디어와 작품을 공모했다"고 선전했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만 35억 원이다. 설명을 더 보자.
그런데, 이 국가브랜드의 로고 이미지가 프랑스의 한 캠페인과 유사하다면 어쩔 텐가. 무려 4만 여건의 공모 작품 중 프랑스의 비즈니스 캠페인 로고를 뛰어넘는 작품이 없었다는 말인가. 아니, 문체부가 초빙한 국내외 전문가는 구글링만 해도 바로 나오는 이 'CREATIVE KOREA'와 'CREATIVE FRANCE'의 유사점을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가.
프랑스의 경제 알리기 캠페인 '크레아티브 프랑스'
▲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영상에 등장하는 <미니언즈> 캐릭터. | |
ⓒ 페이스북 갈무리 |
'크레아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는 프랑스 무역투자진흥청 내 '비즈니스 프랑스'가 자국의 혁신성과 창의성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디자인, 테크, 산업, 요리,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시킨 캠페인이다. 프랑스 경제의 세계화를 위해 프랑스 경제의 매력적인 이미지를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다. 소개 영상을 보면, 그 의도가 단순명료하고 쉽게 다가 온다.
'세계 최초의 가정용 로봇, 알데바란과 소프트뱅크의 페퍼', '프랑스 커넥티드 디바이스 기술의 챔피언, 센세의 마더', '타깃 광고의 새로운 패러다임, 크리테오', '음악 스트리밍의 개척자, 디저', '프랑스에서 태어난 미니언즈',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요리', '프랑스, 최초의 나노 과학과 나노 기술을 가진 나라' 등등.
그러니까, '크레아티브 프랑스'는 자국의 기술부터 패션, 문화, 요리는 물론 '프랑스'라는 국가 브랜드까지 총망라해 '크레아티브 프랑스'라는 이름 아래 '프랑스'를 소비하라고 전 세계인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려는 캠페인 전략인 것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코미디는 더 있다. 프랑스가 올해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도 이 '크레아티브 프랑스'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는 점이다.
지난 3월부터 상반기 동안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로잔공과대 조셉 시파키스 교수 등을 초빙해 진행된 '2016 교보인문학석강'의 제목이 바로 '크레아티브 프랑스'였다. 지난 3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프랑스 액세서리, 잡화, 슈즈 브랜드의 전시 상담회 격으로 개최한 '꼴렉시옹 프랑세즈 2016' 역시 이 '크레아티브 프랑스'의 일환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세계적인 나라망신
▲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 마당에서 국가브랜드 ‘Creative Korea’ 조형물 및 현수막 앞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및 내국인이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 |
ⓒ 문화체육관광부 |
문체부는 이 사실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알았으면 직무유기요, 몰랐어도 업무태만이다.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라는 새 국가브랜드와 이미지를 용인하고 결정한 결정권자는 이 사실을 몰랐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무 담당자들 역시도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결정권자와 실무자들 사이에 소통이 불가했다고 쳐도, 이런 비슷한 콘셉트를 국가브랜드로 세계에 널리 알린다는 것 자체가 국가 망신이다. 더욱이 상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프랑스' 아닌가.
문체부에서는 그저 'CREATIVE'라는 단어 하나가, 단지 로고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우겨댈 수도 있다. 그러지 마시라. 보는 눈이 손 의원 하나라고 착각하면 오만이요, 오산이다. 변명으로 면피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문체부가 확정, 발표한 이후 '크리에이티브 코리아'가 전혀 크리에이티브하지 않다는 비난 여론이 적지 않았던 터다. 멀쩡히 살아 숨 쉬던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국가브랜드를 바꾸고 싶었다면, 최소한 이런 식은 아니지 않은가.
표절 여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비판 여론이 일 것은 불을 보는 훤하다. 문체부가 어떤 변명을 내놓을지가 오히려 관심 사안으로 부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비용과 사회적 피로감만 늘 것이다.
'창조 경제'의 실효성이 임기 내내 부각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 변변한 문화 정책 하나 없이, 한식이니 한류니 해서 세금만 펑펑 쓴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가운데 이번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논란은 화룡점정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빈곤한 철학이 재앙을 낳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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